'중국 비밀 경찰서'가 있단 의심을 받고 있는 서울 한강변의 모 중식당 내부의 모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이 자랑스레 내걸리고, 뒤엔 시 주석의 자서전이 구비돼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편집=박준규] 

'중국의 비밀 경찰서'가 있다고 의심되는 서울 한강변의 모 중식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의 홍보장으로 사용됐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사진이 잘 보이도록 배치되고, 시 주석의 자서전이 대량 구비돼 있었던 것이다. 이 식당 업주 왕모 씨는 식당 이용객들에게 시 주석의 자서전을 배포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스타그램등 SNS에는 과거에 이 중식당을 이용했던 한국인들의 후기가 수십-수백 건 남아있다. 그 가운데 지난달 7일 한 인스타그램 유저가 올린 사진을 보면 붉은색 바탕에 시 주석의 사진이 들어가 있는 오목한 원반형 장식품이 뒷면 벽 한가운데에 대대적으로 놓여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옆엔 한국의 태극기와 중국의 오성홍기 여럿이 나란히 늘어서 있으며 그 앞에 중국식 전통 의자가 한 쌍이 있다. 전통의자 사이엔 한·중 양국의 국기가 외교 무대에서나 볼 법하게 엇갈려 있다.

이러한 내부 장식은 한·중 우애를 기념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시 주석 사진이 부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 주석과 중국공산당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려는 의도가 더 클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식당 업주 왕 씨와 중국 정부와의 협력이 과거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혀진 바 있기 때문이다. 왕 씨는 인터뷰에서 '늘 베이징에 출장을 다니고, 매번 거의 모두 중국 국무원 화교 사무판공실이 개최하는 행사에 참가하곤 했다' '중국 재한교민협회총회 임원 직을 겸하고 있어 일상 사무중 국무원과 많이 접촉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관련기사: [단독] '비밀 경찰서' 지목된 중식당, 中국무원 허가받고 설립...신화통신 연결 정황 포착되기도')

사진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뒤편 벽 쪽에 시 주석의 자서전 '국정운영을 말하다(谈治国理政, The Governance of China)가 대량으로 구비돼 있단 점이다. 이 책은 제1권이 지난 2014년 처음 발간된 것을 시작으로 제2권은 2017년, 제3권은 2020년, 제4권이 올해 나왔다. 이용객 사진으로 보이는 자서전은 제3권이다. 업주 왕 씨는 한국인 이용객들에게 이 자서전을 선물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자서전 '국정운영을 말하다'가 중식당에 구비돼 있는 모습. 아직 포장을 뜯지도 않은 새 책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편집=박준규]

문제는 시 주석의 자서전이 현재 문제시되는 시 정부의 정책 기조와 관념을 홍보하는 '프로파간다'란 것이다. 이 자서전엔 '중국몽' '중국 특색 사회주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등 시 주석이 보기에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대부분 서술돼 있다. 즉 시 주석의 홍보물을 업주 왕 씨가 이용객들에게 선물한 셈이 된다.

업주 왕 씨가 한국인 이용객에게 시진핑 자서전 '국정운영을 말하다'를 선물하는 모습. [사진=인스타그램, 편집=박준규]

그 외에도 업주 왕 씨가 중국의 여러 인사들과 관계를 맺은 것을 홍보하는 사진이 이 중식당 벽면에 수십 장 붙어 있는 모습도 확인됐다. 눈에 보이는 사진만 총 32장이었고, 그 옆에도 여러 사진이 더 붙어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업주 왕 씨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럼 없이 중국 국무원과의 관계를 자랑했듯, 식당 벽면에 붙어 있는 사진도 자신의 인맥을 자랑하기 위해 붙였다고 풀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볼 때 업주 왕 씨는 중식당을 중국공산당 및 시 주석의 홍보장으로 사용한 셈이 된다. 특히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인 '붉은색'이 시 주석 사진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시 주석에 대한 그의 충성심이 매우 높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더군다나 시 주석의 여러 문제적 사상이 담긴 자서전의 가격은 2만5000원으로 결코 낮지 않다. 이런 책을 무료로 나눠주는 것을 생각하면 왕 씨는 기본적으로 시 주석을 지지할 뿐만 아니라 시 주석 집권 이후의 행보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단 지적이다. 이러한 점이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을 더욱 부추긴다고도 할 수 있다.

한편,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에 휩싸인 중식당에 대한 다른 기사는 위의 관련 기사에서 볼 수 있다.

업주 왕 씨가 중국의 여러 인사들과 관계 맺는 모습이 찍힌 사진들. 중식당 벽면에 최소 서른 장 이상의 사진이 붙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인스타그램, 편집=박준규]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