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규 감염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제로 코로나’를 포기하고 ‘위드 코로나’로 급선회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수를 줄이는 ‘통계 조작’ 의혹에 시달리다가 급기야는 일일 신규확진자 발표 포기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당국이 '위드 코로나'로 급선회한 이후, 중국 전역에서는 감기약 대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중국 당국이 '위드 코로나'로 급선회한 이후, 중국 전역에서는 감기약 대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중국 전역에서는 ‘감기약 대란’ 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코로나 치료제 부족현상이 심각한 양상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 같은 부작용을 무릅쓰고 경제를 정상화함으로써 내년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 정책적 역점을 두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서방언론들은 중국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를 약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중국 방역당국, 25일부터 신규 확진자 발표 포기...지방도시 1개에서만 30여만명 신규 발생

중국 방역의 실무 총사령탑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이하 ‘위건위’)는 25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설명문을 통해 "코로나19 일일 정보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부터 위건위 홈피에는 전날 코로나 신규 감염자 통계가 올라오지 않았다. “앞으로는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관련 정보를 공개해 참고 및 연구에 사용할 예정”이라는 게 위건위의 공지내용이다.

이 같은 조치는 위건위의 통계 발표가 실제 코로나 감염자 및 사망자 상황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른 데 따른 대응조치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지방 도시와 위건위의 통계 불일치로 인한 불신이 증폭됐다. 광둥성 둥관시와 산둥성 칭다오시는 23일 매일 25만~30만 명, 49만~53만 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각각 발표했다.

24일 중국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산둥성 칭다오 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보타오 주임은 23일 “칭다오의 코로나 감염 정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칭다오에서 하루 49만∼53만 명의 신규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면서 “24∼25일에 걸쳐 10% 정도 감염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칭다오의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 1천 26만 명이다.

중국에서는 방역 완화 이후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했으며 감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도 급증했다. 사진은 충칭 병원 로비에 누워 있는 환자들. [사진=연합뉴스]
중국에서는 방역 완화 이후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했으며 감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도 급증했다. 사진은 충칭 병원 로비에 누워 있는 환자들. [사진=연합뉴스]

하루 25만∼30만 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 남부 광둥성 둥관시의 인구도 지난해 기준 1천53만명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위건위는 이날 공식 발표자료에서 코로나 신규 감염자가 4103명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 내 감염자 수는 이달 들어 전체 인구의 17%가 넘는 2억 4800만 명에 달한다는 게 서방언론들의 분석이다.

코로나 관련 사망자는 감염 후 폐렴이나 호흡부전으로 숨진 사람만 집계해 발표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일일 신규 사망자가 '0명'이라고 발표하는 날이 많았던 것도 논란을 자초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일자로 정기적 전수 PCR 검사를 중단했다. 지난 14일부터는 무증상 감염자 통계는 발표하지 않았다. 당국의 발표와 실제 감염자 수가 큰 격차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동부 연안 지역 저장성은 하루 신규 감염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내년 1월 1일쯤이 감염 절정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저장성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통계 은폐한 위드 코로나 강행, 중국 전역에 ‘감기약 대란’ 초래

중국 정부가 통계를 사실상 은폐한 채 위드 코로나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치료제 부족’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사의 지난 23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의 부인인 탕톈루가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 지난 19일 “발열은 며칠이 지나야 진정되느냐, 이미 일주일이 지났다. 소염제와 해열제를 살 수 없어 힘들다. 어디 가야 약을 구할 수 있느냐”는 글을 올렸다. 탕톈루는 “고위 관료의 부인이 해열제 몇 알을 구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등의 비난 댓글이 달리자 글을 삭제했다. 하루 뒤인 20일에는 “이웃이 나눠준 4알의 해열제로 곤란을 해결했다”면서 “해열제와 감기약이 있다면 주변의 이웃에게 나눠줘 함께 이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해명성 글을 올렸다.

일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은 귀국 후 가족 등에게 감기약을 나눠주기 위해 사재기를 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4일 “이달 초부터 감기약을 대량 구매하려는 중국인 손님들이 밀려들면서 일본 도쿄 약국에서 감기약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손님들이 한 번에 감기약을 20개씩 사가고 있어 1인 당 2개로 제한하고 있다는 게 약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에서는 ‘감기약 품귀’ 사태가 확산되면서 SNS 등에서 2,3배 이상의 웃돈을 지불해야 감기약이나 해열제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3연임 시작하는 시진핑 체제, 내년 경제성장률 높이기에 역점

중국 당국이 이처럼 부작용을 무릅쓰고 위드 코로나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이대로 가면 내년초 심각한 경기침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지난 10월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높임으로써 권력 정당성을 확고하게 다져야 하는 처지이다.

글로벌 경제가 위드 코로나로 본격적인 전환을 하는 상황에서 중국만 ‘제로 코로나’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폐쇄정책을 펴 온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가면서 상당 기간 확진자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중국 당국은 아예 신규 확진자 발표 포기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 5%~6.3% 예측...“악재와 호재 겹치는 ‘혼합 축복’ 될 것”

어쨌든 내년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호전되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소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내년 중반까지 완료된다면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 등은 내년 중국 성장률을 4%로 전망했다.

중국인들이 사실상 '위드 코로나'를 환영함에 따라, 국내여행 폭증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중국인들이 사실상 '위드 코로나'를 환영함에 따라, 국내여행 급증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인텔리전스(BI)의 애나 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5일(현지 시각)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 금리를 내년 1분기에 5%까지 올리고 연말까지 이 수준을 유지한 뒤, 오는 2024년 1분기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면서 내년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전환이 내년 중반까지 완료된다면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 수 블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3분기까지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이뤄지면 중국 경제 성장률이 5.1%, 1분기까지 이 목표가 달성되면 6.3%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률이 ‘혼합 축복’이 될 것이고 분석했다. 중국의 높은 성장률은 글로벌 시장의 수요를 증대한다는 면에서 호재이지만 동시에 원자재 가격을 높이기 때문에 악재로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위드 코로나 강행이 내년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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