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했다. 구조 개편의 첫 단추였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절차를 중단했다. 

현대모비스는 21일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 절차를 중단하고 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합병 계약에 대한 해제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반대 의견을 권고하고 그에 따른 주주들의 의견을 고려한 결과 주주총회 특별결의 가결 요건의 충족 여부와 분할·합병 거래 종결 가능성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현재 제안된 분할·합병 방안의 보완 등을 포함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기존의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뒤 이를 보완·개선해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달 29일 열릴 예정이었던 양사의 임시 주주총회는 취소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와 규제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하고 공식 발표했고 현대모비스의 사업 중 모듈사업 부문과 AS부품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흡수합병한다는 내용이 주였다. 

현대차그룹은 이 개편안이 자동차 사업 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해 본연의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순환출자 등 국내 규제를 모두 해소하는 최적의 안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재편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1조 원에서 최대 2조 원에 달하는 양도세를 납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개편안을 보완하고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개편안에 대해 주주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에 따라 반대 여론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확산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정 부회장도 "어떠한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분들과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ISS는 "거래 조건이 한국 준거법을 완전히 준수하고는 있지만, 그 거래는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해 보인다"며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ISS와 더불어 세계 양대 의결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루이스도 현대차그룹 개편안에 대해 '의심스러운 경영 논리'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등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고 현대차그룹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에 앞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추진했다. 이는 엘리엇의 요구 외에도 순환 출자 구조를 개선하라는 정부의 요구도 영향을 미쳤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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