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저녁 '중국 비밀 경찰서'와 연관돼 있다는 서울의 모 중식당을 찾았다. 중식당의 전경. 앞에는 유선장을 인수한 업체가 설치한 경고문이 보인다. [사진, 편집=박준규]

23일 저녁 '중국 비밀 경찰서'가 있다고 알려진 서울 강남권의 한 중식당을 직접 찾아갔다. '중국 비밀 경찰서'란 중국이 해외의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계 53개국에서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다는 비공식 기관을 말한다.

이 중식당은 한강 시민공원에 있는 여러 유선장 중 하나에 있는데, 해당 유선장을 거의 통째로 쓰고 있었다. 멀리서 본 유선장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성 같았다. 

식당 입구 위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이날 예약된 모임이 반복적으로 소개됐다. 대략 2개 팀 정도가 예약한 것으로 보였다. 시민공원에서 식당 측면을 봤을 때 실제로 여러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만 식당을 운영 중인데도 외부의 조명을 꺼 놓은 점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최근 '중국 경찰서'가 언급되고 있다는 점을 이 식당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됐다.

중식당 안에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 이날 이 식당에는 두 개의 모임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준규]

유선장 쪽으로 내려가다 '경고문'을 발견했다. 이 경고문은 시민공원과 유선장을 잇는 다리 앞에 설치돼 있다. 이 경고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본 경고문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의 요청으로 게재되었습니다. 

현재 본 유선장 및 선박에 입점한 업체는 모두 불법점유자로서 무허가 영업중에 있습니다.

시민들께서는 해당 업체의 이용을 제한하여 주시길 바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당사가 책임지지 않음을 말씀드립니다.

당사는 해당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여 유선장이 한강의 명소로서 한강을 즐기는 시민들의 휴식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선장 앞에 설치된 경고문. 이는 유선장을 올해 인수한 업체가 작성했다. [사진, 편집=박준규]

경고문이 설치된 날짜는 올해 10월 1일이었다. 그 밑에 유선장관리소 전화번호가 있어 연락을 시도했다. 관리소는 유선장 1층 중식당 옆에 있었다. 들어가보니 카페였던 곳이 임시 사무소로 사용되고 있었다.

사무소엔 두 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올해 이 유선장을 매입한 업체에서 파견 나온 것이라고 했다. 두 명 중 상급자로 보이는 직원은 "이 유선장은 우리 업체가 매입해 관리를 위해 24시간 교대로 근무한다"고 했다. 이 직원에게 중식당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중국 경찰서'에 대해 물어봤다.

이 직원은 우선 유선장 앞 경고문을 써 놓은 경위에 대해서는 "유선장이 경매로 넘어오면서 소유권이 바뀌었음에도 중식당 측이 계약을 다시 맺으려 하지 않았다"면서 "소유권 이전으로 인한 임대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저들은 임대료를 내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경고문을 붙여 손님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유선장은 한강사업본부와 소속 구청 소관이지만 임차인에 대해선 우리가 권리 행사를 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한달간 이 중식당이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 관리사무소 직원은 "아니다. 인테리어 공사는 우리 업체가 하려는 것이다"라며 "저들이 계약을 맺지도 않고 있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만 이용하라고 내버려뒀다. 저들과 내년에 계약을 할지 안할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아무래도 계약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특히 이번 논란으로 인해 유선장을 인수한 업체가 중식당 측과 새로운 계약을 맺을 가능성은 더 낮아 보인다.

중식당의 유선장 사용 실태에 대해선 "유선장 지하부터 1-3층까지 사용한다"며 "대략 총 면적은 1000평 정도 되리라고 본다"고 했다. 임대료가 대략 얼마 정도 되는지 알려줄 수 있냔 질문에 "알려줄 수는 없다"면서도 "강남에서 30-40평대를 빌리면 월 300-400은 내야 할 것이다"라며 "이 곳에서 워낙 넓은 면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은 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이 왔었다며 되레 궁금해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오늘 내가 근무시간이 아니었을 때 다른 언론사에서도 기자들이 다녀갔다. 아마 내일도 (기자들이) 올 것 같다"고 했다. '이 곳이 중국 비밀 경찰서란 소문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라고 되묻자 이 직원은 "금시초문"이라며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딱히 이상한 점은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소문으로 인해 이 유선장이 중식당이 소유했다는 인식이 퍼지면 어떡하냐. 이 곳은 엄연히 우리가 인수한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다만 이 직원은 "장사가 잘 안되는 것 같은데, 6년 동안이나 이 유선장을 임대해 장사를 해왔다는 사실이 좀 의아하긴 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중식당에 대한 이용객들의 평가가 무척이나 좋지 않음이 인터넷 리뷰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긍정적인 후기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평은 "음식이 너무 성의 없다" "배달음식도 이보다 낫다" "직원 대부분이 중국인이라 소통 자체가 안 된다" "자장면 파는 집에 춘장이 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 기성품 사다가 파는 게 틀림없다" "뜨내기 장사도 이런 식으로는 하지 않는다" "냉동음식과 이 식당 음식을 비교하는 것은 냉동음식에 대한 모욕이다" 등 부정 일색이었다. 이런 식당이 어떻게 6년간이나 영업을 해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혹을 제기해볼 법하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직접 방문으로는 이 중식당이 실제 중국 비밀 경찰서 역할을 겸하는 곳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올해 말까지만 영업을 하는 것도 유선장을 새로 인수한 측과의 계약 협상이 이뤄지지 못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비밀 경찰서' 논란으로 급히 짐 싸서 나가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음식의 질에 대한 불만이 이용객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장기간 한 장소에서 영업할 수 있었다는 점은 다소 납득하기 힘들다. 결국 중국 비밀 경찰서의 유무에 대해선 우리 방첩 당국의 수사가 끝나야 확인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비밀 경찰서' 운영 의혹은 국제 인권 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Safeguard Defenders)'가 주장한 것으로, 그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53개 국가에서 102곳 이상의 비공식 경찰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엔 중국 난퉁의 공안국이 1곳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이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중국은 불법적으로 타국의 치안에 영향을 주는 등 내정 간섭을 하게 되는 꼴이 되기 때문에 국제적 위신의 추락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식당의 입구 모습. 입구 위에 설치된 스크린엔 이날 예약된 팀 정보가 나오고 있었다. [사진, 편집=박준규]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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