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21일 오후까지도 북측에서 한국 취재진 명단을 받지 않고 있어 남측 기자단의 취재를 불허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판문점 연락사무소 통화 개시와 함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참석할 우리측 기자단 명단을 통보하려고 했으나, 북측은 아직까지 통지문을 접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북한은 외무성 공보를 통해 오는 23일~25일 사이에 일기 조건을 고려해 핵실험장을 폐기하기로 했는데 이틀 전까지도 한국 취재진의 수용 여부를 알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측 기자단 일부는 이날 북한이 지정한 5개국(중국·러시아·미국·영국·한국) 취재진의 집결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있다.
북한이 한국 취재진 명단을 받지 않았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진 지난 18일 이후 일각에선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행사 자체를 연기 또는 취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북한의 준비작업 진행 동향이 포착돼 일단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미국의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산하 대북 전문매체 38노스는 19일(현지시간) 위성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갱도 폭파 장면 관측을 위한 전망대 설치 등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 선전 매체들도 핵실험장 폐기의식에 대해 "중대한 조치"라고 의미를 강조하면서도 전망과 관련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아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측이 한국 취재진만 제외하고 행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등 외신들만 초청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대외 선전 효과는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막판까지 애를 태우다 결국엔 우리측 기자단을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우리측 기자단 초청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했던 구두 약속인 만큼 일방 파기한다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취재진을 초청한다면 한국측 기자단도 초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은 표면적으로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 선더' 진행을 문제삼았는데, 미국만 초청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취재진을 파견한 민영통신사 뉴스1은 "북한이 만약 우리측 기자단의 방북을 수용한다면 이르면 21일 밤 늦게 또는 22일 오전 중 대남통지문을 통해 자신들의 뜻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