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의 관광명소 르탄 공원에 인적이 끊긴 모습. 중국 당국은 '코로나 제로'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완화 조치를 실시중이지만, 코로나가 재창궐하면서 중국인들의 외부 활동이 중지되는 모습이 속속 포착된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심상치 않다. 현 추세대로라면 가까운 시일 내에  일일 확진자 100만명, 하루 사망자는 5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악마'라는 과격한 단어로 지칭하며 근절의 대상으로 보던 코로나19를 '가벼운 감기(common cold)'로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상 급격한 '위드코로나'로의 전환이란 평가다. 다른 국가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중국의 급작스런 정책 전환은 사실 혹은 현상이 급변하는 중국 정치에 종속돼 버리는 경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이 코로나19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며 전 세계에 또 한번 '민폐'를 끼칠 수 있단 점이 가장 큰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1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당시 '우한 폐렴'이라 불리던 코로나19를 가리켜 "악마"라고 표현하며 조기에 해결해야 한단 의지를 천명했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과학적인 방침과 정확한 정책을 고수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후 중국은 자국 내에서 코로나19의 완전 근절을 위해 '코로나 제로(Covid-Zero)' 정책을 2년 이상 엄격하게 실시했다. 하지만 '코로나 제로'의 일환으로 코로나 감염 발생 지역이 철저히 봉쇄되고 감염자는 일정 기간 완전히 격리됐음에도 코로나19는 중국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실시 과정에서 중국인들의 기본적인 인권이 짓밟히고 삶이 피폐해지는 폐해만 발생했다. 결국 지난달 26일부터는 '코로나 제로'에 반발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으며, 이러한 민심 이반을 확인한 중국 당국은 기존의 정책을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2020년 9월 8일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됐다'는 중국의 선언은 거짓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반면 '코로나 제로' 정책 폐기 이후의 중국은 180도 바뀐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를 그저 독감보다도 덜 위험한 '가벼운 감기' 정도로 치부하며 나라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신규 확진자 수를 정확히 집계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통계 집계를 중지했다. 이로써 차후 중국에서 몇 명이 코로나에 감염됐는지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게 됐다. 또한 코로나19 검사 의무가 사라지게 되면서 중국 내 코로나 유행이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도 파악할 수 없게 돼버렸다. 

중국의 급작스런 대응 변화는 중국 주요 인사들의 발언에서도 포착된다. 시 주석은 지난 6월 코로나 19 첫 발생지인 우한을 방문했을 땐 "코로나 제로가 중국에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이라고 했었지만 지난 1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 이사회 상임의장과의 회담에서는 "치명률이 덜한 오미크론이 중국에서 주를 이루고 있다"며 코로나19의 위험성을 평가절하했다. 의료계 인사들도 태도 변화를 보여 준다.  중난산 수석의료고문은 지난 2021년엔 "오미크론으로 인해 세계는 중국의 접근법이 옳았음을 서서히 깨닫게 됐다"라고 했다가 지난 15일엔 "오미크론의 치사율은 불과 0.1%에 불과해 계절성 독감에 불과하다. 따라서 코로나는 그저 '감기'로 부르면 된다"라고 했다. 리란쥐안 감염병 진단과 치료를 위한 국가핵심연구소 책임자는 지난 2020년엔 "무증상 감염자는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대개 핵산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 했다가 지난 9일엔 "비록 무증상 감염도 전염성이 있지만, 이들은 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혼란스러워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중국의 의사·의학자들마저 중국 당국의 코로나 대응 기조 변화를 기점으로 태도가 바뀐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중국 당국은 왜 갑자기 코로나19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정치적 특성 때문이란 분석이다. 코로나19라는 실제로 존재하는 '현상'이나 코로나19가 재창궐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국의 정치에 얽매이기 시작하면 중국공산당이 원하는 대로 조작되고 왜곡돼 버려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게 돼버린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공산당은 반정부시위를 합리적인 정책의 계기로 삼는 대신 전면적인 전복 사태로 이어질까 두려워 코로나 대응 체계 자체를 없애버렸다고 할 수 있다. 즉 위드코로나를 '무대응'으로 일관하기로 결정해버린 셈이다.

중국의 코로나19 무대응은 중국의 취약한 의료 시스템, 사실상 효과 없는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산 백신 등을 고려했을 때 다른 국가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단 분석이다. 중국은 병상 및 전문 의료 인력의 부족으로 중증환자 관리가 어렵다. 특히 코로나에 취약한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 문제다. 중국의 고령층 사이에선 자국 백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접종률이 높지 않은데, 이로 인해 중국에서 코로나가 대규모로 확산되면 사망자가 폭증하고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것이 확실시된다. 중국은 화이자, 모더나 등 코로나에 효과적인 타국의 MRNA 백신을 전면적으로 수입하는 것을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이 또한 자국 백신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선전해온 중국 정치의 독단적이고 폐쇄적인 면을 여실히 보여준단 평가다.

중국공산당은 과거에도 정확한 실태 파악 및 효과적인 대응 대신 최고지도자의 의사에 따라 엉뚱한 해답을 내놓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제사해 운동'이다. '해로운 것 4가지를 없앤다'란 뜻의 제사해 운동은 한국인들에겐 참새를 가리켜 '저 새는 해로운 새다'라 했던 마오쩌둥 전 주석의 발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마오 전 주석은 1955년 농촌 현지 지도를 나간 과정에서 날아가는 참새를 보고는 "참새는 해로운 새다(麻雀是害鸟)"라고 지목했다. 며칠 뒤 마오 전 주석과 14개 성 당서기들은 <전국농업발전강요>를 포고하고 중국 인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4가지 해로운 생물로 '모기, 파리, 쥐, 참새'를 명시했다. 강요 27항에 따르면 "1956년부터 각각 5년, 7년 혹은 12년 내에 모든 지방에서 쥐, 참새, 파리, 모기를 절멸시킨다"고 돼 있다. 이에 중국의 온 인민들이 참새를 잡는 데 동원돼 1958년 한 해에만 2억마리가 넘는 참새가 잡혀 죽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화인민공화국의 국부인 마오 전 주석이었기에 가능한 조치였지만, 해충을 잡아먹는 참새가 사라지면서 메뚜기 등이 창궐해 대흉년이 일어났고 공식 추산 2000만 명의 중국인이 사망했다. 

마오쩌둥의 대표적인 대실책으로 거론되는 '대약진운동' 가운데서도 '제사해 운동'은 사실이 정치에 의해 왜곡되는 중국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해충을 잡아먹는 새인 참새를 쥐, 파리, 모기와 동급으로 놓고 제거하자는 운동을 벌여 공식적으로만 2000만명의 중국인이 '아사'했다. 새총으로 "모두 참새를 잡자"는 포스터가 당시의 '광기'를 보여 준다. [사진=박문국]

일각에선 중국의 원칙 없는 코로나19정책 대전환으로 마찬가지의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영국의 에어피니티 연구소(Airfinity)에 따르면 가까운 시일 내에 일일 확진자 100만명, 사망자 5000명이 될 것이며, 내년 1월경엔 하루 확진자가 370만 명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3월엔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데, 하루 확진자가 420만 명에 달하리라고 봤다. 이로 인해 인접 국가인 한국도 다시 코로나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중국의 주변국에 대한 '민폐'가 재현될 수 있단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의 경제가 동력을 완전히 상실해버려 미국을 추월하고자 하는 '중국굴기'의 꿈도 영원히 꺾일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여러 연구기관들이 중국의 출산율 감소, 인건비 상승, 미국의 대중제재 등의 기존 요인에 더해 잘못된 코로나19 대응 정책 때문에 중국 경제가 미국을 역전하기가 불가능해진다는 쪽으로 예측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니케이 아시아는 지난 14일(현지시각) 중국이 미국을 2033년에 역전하리란 기존의 전망을 철회한 일본경제연구센터(JCER)의 소식을 보도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2030년대엔 3%에 불과하고, 2035년엔 2.2%로 더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2035년에도 중국은 미국 GDP의 87%까지 근접할 뿐 넘어서지는 못하게 될 전망이다.

제사해 운동 당시 잡은 참새를 소달구지에 자랑스럽게 매달고 웃으며 행진하는 중국인들의 모습. 이들은 자신들의 참새 사냥이 식량 부족이란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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