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보도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8.17(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보도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8.17(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최악의 환경에서 출범한 정권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몰락한 보수정당이 거의 괴멸된 상태에서 무혈입성한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반대로 집권 세력들은 마친 점령군처럼 100년 정권을 위한 ‘절대 권력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견제는 고사하고 감시조차 받지 않은 무소불위의 정권을 만들기 위해 권력감시 기구들을 신속하게 장악하거나 무력화시켜 나갔다. 집권 직후 바로 사법부를 장악했고, 이어 검찰을 장악해 보수 진영을 완전히 괴멸시키고자 했다. 이른바 정권 내내 그들이 입에 달고 살았던 적폐 청산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충성스럽게 그 일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서 발탁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검사들은 권력을 쥐고 있는 세력에게 무조건 충성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은 부패한 자신들에 대해 문재인이 명령했던 ‘성역 없는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자 그들은 검찰을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할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18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확보하면서, 맘만 먹으면 뭐든 법으로 할 수 있는 입법 독재체제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검찰의 모든 기능을 거세시키는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켜 독재체제가 완성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온갖 법으로 정적들을 제거하고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고 또 위장했던 무소불위의 정권도 결국 국민 저항에 부딪쳐 결국 정권을 내놓았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되었던 그들의 불법과 부패 그리고 국기문란행위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전 정권이 영원한 제국을 구축하기 위해 만들어 놓았던 방패막이들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 어쩌면 짧게는 정권 말기에 이곳저곳 꼽아 놓은 알박기 인사들이 퇴출될 때까지, 멀리는 2024년 국회의원 선거 때까지 공방전이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가 가속화되고 국민들의 여론압박으로 방탄복 효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한번 선동으로 정권을 전복하려는 시도들이 촛불 탄핵에 대한 학습효과와 정부의 원칙적 대응으로 약발이 안 먹히고 있는 것이다. 제2의 세월호로 만들려 했던 이태원 참사 선동 공작도 화물연대 파업도 별 효과를 못보고 있다. 예측건대 각종 불법·비리들에 대한 사법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 방패막이들이 연쇄적으로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이 파업 출정식을 열고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경영진 퇴진과 공영 방송 개혁 등을 촉구했다. 2017.9.4(사진=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이 파업 출정식을 열고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경영진 퇴진과 공영 방송 개혁 등을 촉구했다. 2017.9.4(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아직도 좌파 세력들이 믿는 최후의 방어선이 있다. 바로 언론노조를 앞세워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언론 지형이다. 지난 5년간 노영방송을 비롯한 관제 언론들은 정권의 전위대가 되어 국민을 호도하고 정권 비호의 선봉에 섰다. 심지어 정권이 바뀐 지금도 온갖 가짜뉴스와 거짓 선동으로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집요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

그 이유는 지난 정권이 심어 놓은 인사들이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중요 가치로 생각하는 보수 정권은 자기들처럼 온갖 수단들을 동원해 알박기 인사들을 강제로 끌어내릴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자기들이 장악하고 있는 공영방송은 좌파세력에게 히틀러가 마지막까지 믿었던 발터 뱅크의 제12군 같은 존재일 것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더 이상 기댈 것이 없다는 절박한 상태에서 자신들이 구축해 놓은 언론구도를 항구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발악이 바로 공영방송 거버넌스를 바꾸는 방송법 개정 시도다. ‘국민대표제’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된 개정안은 정권은 빼앗겼지만 좌파 진영이 차지하고 있는 공영방송을 영구히 장악하겠다는 지극히 불순한 의도를 담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 다수 의석의 힘으로 통과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언론탄압’ 같은 대중 선동으로 정권 흔들기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야당은 공영방송을 장악한 후에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이미 예고하고 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같은 규제기구들의 알박기 인사들의 생존을 위해 정부조직법도 개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내고 있다.

언론의 정치적 독립은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가장 난제 중에 난제다. 좌파들은 언론이 정치적으로 독립되지 못한 원인을 옛 군부정권 같은 권위주의 정권이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언론을 정치에 예속시키고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는 주범은 야당과 좌파 정치 세력들이다.

어쩌면 자신들이 바로 그들이 그토록 저주를 퍼부었던 적폐 세력인 셈이다. 이들의 최후의 저항선 언론을 개혁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정상화를 위한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황근 객원 칼럼니스트
황근 객원 칼럼니스트.

황근 객원 칼럼니스트(선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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