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에 '북한 공식담화가 왜 당신이 내게 이야기한 내용과 다른가' 물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북한 김정은과의 회담이 자칫 ‘정치적 망신’이 될 수도 있다며 이 역사적 회담을 계속 진행시키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그의 참모들과 동맹들에게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다고 트럼프 행정부와 해외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북한의 주요 핵 협상가인 김계관이 “북한은 비핵화와 경제적 보상이나 혜택을 맞바꾸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매우 놀라고 분노했다고 NYT는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과 18일(현지시간) 참모들에게 미북 회담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19일 밤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의 공식 담화 내용이 문 대통령이 지난 4월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난 후 자신에게 말했던 개인적인 내용과 왜 상충하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통화는 문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을 불과 사흘 앞두고 이뤄졌다. 이에 대해 NYT는 “이는 문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 ‘모든 사람들이 내가 노벨 평화상을 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듯이 미북 회담을 지나치게 원하는 것에 대해 참모들은 우려하고 있다”며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열망을 알아챈 김정은이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질 약속을 준비할 수도 있는 것에 대해서도 참모들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프로그램과 핵 폐기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무엇을 주장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참모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왜냐면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말했듯이 김정은은 핵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들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앞서 평양에서 두 번의 회담 후 김정은에 대해 내린 평가와도 일치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 조지 W 대통령과 달리 우라늄 농축 능력, 플루토늄 재처리, 핵무기 생산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세세한 브리핑을 견디지 못한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남한의 공직자들을 인용해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이 서울의 당국자와 거의 매일 연락을 취하면서 전략을 짜고 있다”며 “볼튼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제재 조치를 해제하기 전에 북한이 모든 무기와 핵 제조 시설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데 싱가포르 회담을 이용해야만 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그러나 북한을 가장 강하게 다뤘던 경험이 있는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을 예상한다면 이러한 예측은 축소돼야만 한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6개월 안에 북한이 아무 보상 없이 핵무기를 넘기는 것을 기대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다른 방법은 없기 때문에 이전 정부들이 시도했던 방식대로 일정의 단계적 조치들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주 ABC 뉴스에서 밝힌 CVID 원칙은 부시 행정부에서 처음 사용된 문구로 시행 불가능함이 이미 증명됐다”고 꼬집었다.

NYT는 또 “CIA의 분석가들은 수년 동안 북한은 보상이 무엇이든지간에 결코 그의 핵 능력을 미국과 그의 동맹국들에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오직 북한은 한반도에서 미군철수 약속을 받아낼 수 있다면 한시적으로 북핵 능력의 일부를 포기하거나 핵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NYT는 “볼튼이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리비아 모델은 2003년 비핵화와 경제적 번영에 대한 약속을 맞바꾼 경우로 2011년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는 반군에 붙잡혀 결국 죽임을 당했으며 북한은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아시아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포린어페어스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며 "그린 교수는 김정은은 북핵의 미래에 관한 체스판과 동북아의 지정학적 미래에 관한 체스판이라는 두 개의 게임을 놓고 멀티플레이어가 되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잘못된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