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수사인지 모르겠다"…警 관계자도 확인 거부하며 "송인배 조사계획 없다"
김경수 재소환 여부엔 "검토중, 선거기간에도 부를지는…" 거리두기 급급

이철성 경찰청장.(사진=연합뉴스)
이철성 경찰청장.(사진=연합뉴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옛 청와대 동료'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의 '드루킹'(실명 김동원·48·구속 기소) 등 민주당원 댓글 여론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축소·왜곡 브리핑해 물의를 빚은 데 이어, 21일 이철성 경찰청장까지 경찰의 수사 의지·능력을 의심케 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경찰청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속칭 '문고리 권력'에 해당하는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송인배씨가 드루킹과 4차례나 접촉하고 김경수 전 의원에게 드루킹을 소개했다는 언론 보도 내용에 관해 "저는 (사전에) 몰랐다"고 밝혔다.

송인배 부속비서관과 드루킹 접촉 사실에 대해 '몰랐다면 부실수사고, 알았다면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취재진 질의에는 "부실수사인지 모르겠다"고 부인하면서 "아무튼 몰랐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청장은 오히려 "(드루킹) 수사를 종결해야 하는데 특검까지 가게 된 건 경찰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서 일명 드루킹 특검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에둘러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특검이 출범 전까지는 하던 수사는 계속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경찰 관계자는 "송 비서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를 받았다고 하니 조사내용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송 비서관을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송 비서관 관련 내용을 경찰이 사전에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을 거부했다.

송 비서관은 지난 19대 대선 전까지 드루킹 김씨를 모두 4차례 만나고, 여비 명목으로 이른바 '간담회 참석 사례비'를 두 차례 받은 것으로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셀프 조사'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이 청장은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검찰이 반려하며 검-경 갈등설이 나오는 데 대해 "일상적으로 협의하는 절차"라며 "다른 사건에서도 영장이 반려되거나 보완수사 지휘가 오기도 하는데 이번 사건에 관심이 많다 보니 부딪치는 모습처럼 보도된 것 같다"고 부인했다.

경찰은 이미 드루킹과 연루 정황이 짙은 김 전 의원에 대해서는 재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대략적인 소환 시기조차도 거론하지 않고 있어 수사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의원 재소환을) 검토는 하고 있다"며 "다만 경찰에서는 선거기간에 정치인을 조사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선거기간에도 부를지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청장도 "(드루킹의) 옥중편지 내용의 진위를 명확히 가려야 하고, 그런 것들이 다 조사되고 나서 조사할 실익이 있고 내용이 돼야 한다"며 재소환은 아직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 경찰은 지난 18일 언론에 드루킹의 옥중편지 내용이 보도된 뒤 그를 구치소에서 접견조사하면서 편지 내용과 비슷한 맥락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치소 접견조사는 최장 2시간으로 제한돼 아직 조사가 충분치 않다는 등 이유로 수사 결과 발표 대상에 넣지 않은 모양새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이 대선 7개월 전인 2016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댓글작업을 한 기사 9만건에 대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를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 자료 보존조치를 대부분 끝낸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드루킹 일당이 구축한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 기능 구현 서버 '킹크랩' 자료가 대부분 삭제돼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자료가 보존된 상태에서 분석하면 매크로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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