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카' 탑승 논란을 빚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신현영 의원이 이태원 참사 직후 현장으로 급히 출동하던 '닥터카'에 탑승해 국회의원의 권력을 이용해 참사를 자신의 홍보용으로 사용했단 비판을 받음과 동시에 구급활동에 지장을 초래했단 비판도 받고 있다. 더욱이 신 의원의 남편도 닥터카에 동승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신 의원 측은 남편이 치과의사라 구급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해명했음에도 국회의원의 '갑질'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신 의원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고 수 시간 후인 지난 10월 30일 새벽 명지병원의 재난의료지원팀(DMAT, 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이 탄 닥터카에 탑승해 이태원 현장으로 향했다. 명지병원 DMAT는 이태원 참사 구조 요청을 받고 출발한 상황이었다.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부터 출발한 닥터카는 25km를 달리는 동안 54분이 걸렸는데, 서울 시내에서 신 의원을 태우느라 늦어졌단 비판이 제기됐다. 여당 국민의힘은 "주행거리가 비슷한 분당차병원 DMAT(25km에 25분), 한림대병원 DMAT(24km에 21분)보다 20-30분 가량 늦었다"며 신 의원이 닥터카에 탑승하느라 의료팀의 긴급 투입이 늦어졌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신 의원의 탑승을 위해 닥터카가 우회했다거나 잠시 정차했다거나 하는 등의 사실이 밝혀질 경우 더 큰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논란은 19일부터 증폭되기 시작했는데, 신 의원은 다음날인 20일 오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 자리를 내려 놓는다"며 "저로 인해 10·29 이태원 국정조사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본질이 흐려지고 정쟁의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신 의원은 자신의 결백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사람들을 비난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국정조사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던 것이다. 신 의원은 의료인 출신 정치인으로, 자신이 사고 현장에서 응급조치 등의 적격자임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의원은 "저의 합류로 인해 재난대응에 불편이 있었다면 고개숙여 사과드린다"라면서도 "재난현장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의료진 개인이 아닌 팀별로 들어가야 '국회의원'이 아닌 '의사'로서 수습에 충분한 역할을 하고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론은 "1분 1초가 급한 구급차를 개인 콜택시로 쓴 셈이다" "재난을 자신의 홍보용으로 쓰려 해놓고 이제와서 '국회의원'이 아닌 '의사'로 들어가려 했다는 변명만 부질 없이 늘어놓고 있다" 등 비판 섞인 눈으로 보고 있는 실정이다.

신현영 의원이 20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이 글에서 신 의원은 이태원 참사 국조 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나름의 해명 하기를 잊지 않았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신 의원이 참사 현장에 가서 정말 도움이 됐는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필드 떠난 지가 몇년이냐'는 것이다. '당장 현직 의사들도 저런 응급환자를 직접 보는 과 아니면 선뜻 나서기 주저하게 되는 상황인데, 신 의원이 가봤자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다. 결국 '정치인이 의사의 이미지를 가지고 현장에 가봤다' 정도의 의미만을 갖게 된다는 말이 된다. 

신 의원의 남편 또한 닥터카에 동승했다는 점도 추가적인 비판을 낳고 있다. 신 의원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구강외과 전문의인 남편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 같이 갔다"면서 "의료팀엔 치과 의사가 없는 데다, 참사 현장에 의료진이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지만 압사사고에서 치아식별을 해야 할 이유가 있냔 지적이 제기된다. 시신의 외형이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는 화재 등의 사고가 아닌 이상 치과의사가 굳이 긴급의료팀에 동행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신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의 갑질을 또 한 번 한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국힘은 신 의원이 국회의원 직권을 남용해 갑질을 하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종성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 아침 신 의원이 국정조사 특위 위원을 사퇴했지만 그것으로 마무리될 일이 아니다"라며 "DMAT를 사적 이용한 사상 최악의 갑질이자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치과의사 남편 동행 역시 문제 삼았는데, "신 의원은 호출 경로와 탑승 및 이용 경로를 밝히고 당시 카메라 들고 오가며 SNS용 사진 찍은 것으로 알려진 남편의 동행 여부, DMAT 소속에만 발급되는 재난 안전 출입증을 발급 받은 경위를 낱낱이 밝히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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