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8월 23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의정부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역대 국무총리 중 최초로 2년 간 실형을 살았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사면을 대통령실 및 법무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19일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한 전 총리는 추징금 8억8300만원 가운데 7억여 원을 미납하고 있는 데다가 결백을 주장하고 있어 사면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단 우려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한 전 총리와 같은 진영인 문재인 전 대통령조차도 추징금 완납 여부를 주요 사면 기준으로 삼아 한 전 총리를 사면하지 않았단 점에서 현 대통령실과 법무부가 더욱 비판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국민 통합'을 위해 한 전 총리의 추징금을 사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적절치 않단 지적이 나온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관련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이미 지난 2015년 8월에 났음에도 한 전 총리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추징금 대부분을 내지 않는 소위 '뭉개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는 예전부터 자신이 결백하다고 밝혀 왔으며, 작년 5월 출간한 자서전에서도 다시 한 번 죄가 없음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실형이야 어쩔 수 없이 치를 수밖에 없다손 치더라도, 총 9억원의 추징금마저 완납하게 되면 자신의 죄를 인정해버리는 꼴이 되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의 죄조차 순순히 인정하지 않는 한 전 총리를 상대 진영의 '거두'란 이유로 사면한다고 해서 과연 '국민 통합'이 되겠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보수층과 중도층은 윤석열 정부의 도덕성 기준에 실망하고, 진보층은 결집할 수 있단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21년 말경 문 정부에 의해 복권됐다. 복권은 '형의 선고로 인해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시켜주는 조치'를 말한다. 복권은 형 집행을 종료했거나 면제받은 자에 대해서만 가능하며, 정치인의 경우는 복권되지 않는 한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 출마자격이 없다. 기업인의 경우엔 복권되어야만 공식적인 직책을 맡을 수 있다. 다만 사면법에 따르면 복권은 형의 집행이 끝나지 않거나 집행이 면제되지 않은 경우엔 이뤄질 수 없다. 한 전 총리에 대한 복권 조치가 2017년 8월의 만기 출소 후 이뤄진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한 전 총리에 대한 '사면'은 문 전 대통령조차 하지 않았단 점이다. 문 정부가 '추징금 완납 여부'를 주요 사면 기준 중 하나로 삼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말의 제3차 법무부 특별사면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치인과 노동계 인사 중 자격정지기간 경과율, 벌금·추징금 완납 여부 등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면했다"는 기준이 들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선거범죄 전력이 1회라도 있는 경우, 별건으로 수배·재판 중인 경우, 벌금·추징금 미납자, 부패범죄의 성격이 있는 공천 관련 금품수수사범 역시 사면대상에서 제외"라고 돼 있다. 당시 법조계 관계자는 "사실 문재인 정부 뿐만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도 별건의 사건으로 재판 중인 자, 반인륜적인 흉악범죄를 저지른 자, 벌금·추징금을 미납한 경우 등 기본적으로 사면 대상에서 제외시켜왔던 정해진 기준들이 있다"고 했는데, 여기서 '벌금·추징금'의 온전한 납부가 역대 정부에서 일관된 기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사면을 실시한 법무부의 보도자료 [사진=법무부]

문 정부 및 더불어민주당은 '좌파 대모'로 불리는 한 전 총리의 복권 뿐만이 아니라 사면까지 원했음이 2020년부터의 여론 작업으로 확인된다. 여기에 더해 '조국 사태'를 계기로 '검찰 개혁'의 칼을 본격 빼들고 지난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후엔 칼춤을 제대로 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전 총리의 사면만은 할 수 없었다. 역대 정권의 사면 기준 및 문 정부의 사면 기준에 추징금 미납자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정부 또한 나름의 사면 선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추징금 미납의 이유가 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과 죄가 없다는 사람에게는 사면할 죄 또한 없다는 점을 깨달을 필요도 있단 평가다. 이와 더불어 만일 한 전 총리 사면을 강행한다면, 어떤 측면에서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는지를 국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보도자료의 다른 부분. [사진=법무부]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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