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 설치된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국회 포위 농성장에 불법 도로점용 계고장이 붙어있는 모습. 민노총 금속노조는 소속 하위 지회인 포스코지회의 금속노조 탈퇴 시도에 대해서도 '갑질'이자 규정을 악용했다고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 [사진=연합뉴스]

포스코 양대 노동조합 중 하나인 포스코지회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여부를 놓고 진행한 두 차례의 조합원 투표에서 두 번 모두 압도적 탈퇴 찬성 결과가 나왔음에도 이를 반려한 고용노동부가 비판을 받고 있다. 더구나 노동부는 자노조 탈퇴를 원하는 하위노조의 소집 시도를 상급노조의 권한을 악용해 분쇄하려 했던 금속노조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고용부는 뒤늦게 수습하겠다고 했지만 한달 반 이상 지체된 점에 대해서 안이한 대응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지회는 이미 지난 10월경부터 민노총 금속노조가 포스코 직원의 권익 향상이라는 본래의 노조 설립 목적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오로지 조합비를 걷는 데에만 관심이 있단 것에 분노해 탈퇴한 후 기업형 노조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탈퇴 여부를 묻는 조합원 투표를 지난달 3일부터 4일까지 이틀간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탈퇴 찬성 비율은 66.86%에 달해 가결조건인 '3분의2 이상 동의' 조건을 넘겼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속노조가 투표 공지기간이 짧았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고용노동부가 이의를 받아들이면서 재투표가 진행됐다.

두 번째 투표는 그달 30일에 진행됐다. 탈퇴 찬성 비율은 첫 투표보다 더 높아진 69.93%를 기록했다. 지회 조합원 총원 247명 중 143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100명이 찬성하고 43명만이 탈퇴에 반대했다. 하지만 두 번째 투표 역시 포스코지회의 금속노조 탈퇴로 이어지지 못했다. 포항고용지청이 지난 8일 포스코지회의 기업형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규약상 총회를 소집할 자격이 없는 조합원이 임의로 총회를 개최했기 때문에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포스코지회 규약상 지회장이 총회 소집권자다. 그런데 금속노조가 지난 10월 포스코지회 지회장을 제명해버렸기 때문에 포스코지회는 자체 총회를 소집할 수 있는 소집권자가 없게 돼버린 것이다. 금속노조가 지회장을 제명한 이유는 다름아닌 자노조 탈퇴 시도였다.

금속노조가 자노조 탈퇴를 막기 위해 소속 지회 지회장을 사전에 제명해버리는 것은 상급단체의 권한을 악용하는 것이며 지회원들의 집회권을 무시하는 처사란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금속노조의 이러한 '갑질'을 문제삼기는커녕 '절차'상 하자가 있단 이유로 포스코지회의 총의를 무시해버린 셈이다. 결국 포스코지회가 두 번이나 탈퇴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한 이유에 더해 금속노조를 여전히 탈퇴하고 있지 못하는 사유는  노동부의 안일함이자 이해할 수 없는 편파성 때문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부는 비판이 제기되자 그제서야 대응에 나서고 있다. 17일 고용부 설명자료에 따르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속히 판단해 포스코지회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단결권이 보장되도록 하겠다"는 것. 고용부는 그러면서 "관할관서인 포항고용노동지청에서 본부로 법령 해석 및 적용 관련 유권 해석을 문의했다"면서 "관련법에 따라 법과 원칙에 맞게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포스코지회장의 총회 소집권이 민주노총에 의해 박탈당한 상황에서 총회가 소집되고 투표가 진행된 것을 절차상 하자로 본 포항고용노동지청의 해석이 맞는지를 상위 기관인 본부에 이제서야 물어본 것이다.

한편 고용부의 안일한 처사에 대해 이인제 전 의원이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포스코노동조합이 총회를 열고 민주노총금속노련 탈퇴를 결의했다. 무려 찬성율이 69%를 넘는 압도적 지지였다"며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포스코노조가 노동부에 탈퇴신고를 하자 노동부가 이를 반려했다"라고 했다. 이어 "이유는 총회결의 전에 금속노련이 포스코노조집행부를 제명했기 때문에 그 총회결의가 무효라는 것이다"라며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그 논리라면 기업노조가 상급노조에 한번 가입하면 상급노조의 허락이 없는 한 탈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단위기업노조는 조합원들의 자주적인 조직이다"라며 "그 집행부를 상급노조가 제명할 수 있다는 규약은 그 자체로 무효다. 더구나 상급노조탈퇴를 안건으로 총회를 소집한 집행부를 몽땅 제명하는 상급노조의 행태는 조폭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폭력으로 무효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노동부가 이런 상급노조의 횡포를 눈감아주고 그들 편을 들어주다니 분노가 끓어오른다"라며 "노동부는 지방노동청의 잘못을 즉각 시정하고 포스코노조의 자주적 결단으로 이루어진 탈퇴절차를 마무리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제 전 의원이 이틀 전 올린 글. 이 글에서 이 전 의원은 고용노동부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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