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이 지난 주말 개회한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투표에 참여한 권은희 의원을 향해 "당을 떠나라"라고 공개 발언했다. 이런 김 의원은 올해 중반부터 일찌감치 차기 당권을 노리는 과정에서 대표적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과 일종의 연대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에서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라는 표현은 흔한 표현이 됐다. 장 의원의 공개 발언이 나오면 김 의원이 바로 다음날 거들고 나서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김 의원은 12일 오전 MBC 라디오에서 "비례대표인 권 의원이 당의 소신을 못 따르겠다, 당과 자신이 생각이 다르다면 당을 떠나야 한다"면서 "우리 당 의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인 권 의원은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등에 반대하며 이 장관의 탄핵 등을 주장해왔다. 국민의힘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이상민 장관 해임 건의안 투표에 당론으로 집단 퇴장한 가운데 권 의원은 당론에 따르지 않고 투표에 참여했다.

이를 가리켜 김 의원은 "당을 떠나게 되면 국회의원 배지를 떼게 되니까 국회의원은 계속 하고 싶어서 (당에) 제명해 달라고 하고 있다"며 "가장 비양심적이고 몰상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말로 소신과 철학이 뚜렷하다면 당적을 버리고 탈당하면 된다"면서 "자신에게 이익이 될 때는 소신과 철학과 상관없이 눌러앉아 있으면서 다른 데 가서는 소신과 철학이라고 그러면 웃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이름을 올린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최대 실세로 영향력을 널리 알린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를 공공연히 밝히며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의원은 "김장철이 되다 보니까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라는 말이 또 나름대로 같이 떠오르는 연상어가 된 것 같다. 저에 대한 자신이 있어서 그런 평가이긴 하지만 장제원 의원하고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으며 생각이 굉장히 비슷한 것 같더라"며 "그래서 (장 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같은날 부산으로 내려가 부산시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장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PK 지역 발전을 위해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생각하는 것이나 정책 방향 등에서 서로 간에 공감되고 코드가 맞는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최근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연달아 차기 당대표 요건으로 '수도권과 MZ 세대로부터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 "수도권 출신인 황교안 대표가 지휘했던 직전 총선에서 우리 당이 참패했지만, 강재섭 대표나 박근혜 대표 등 영남권 대표가 지지한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장 의원과 입을 맞추며 현안 관련 발언에서 입장을 나란히 하고 있다.

장 의원은 민주당이 이상민 장관 해임 건의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자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더 이상 민주당과는 그 어떤 협치도, 그 어떤 대화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면서 "그들이 요구한 국정조사 또한 정권 흔들기, 정권 퇴진 운동에 불과하다. 애초에 합의해줘선 안 될 사안이었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끄는 당 원내지도부를 향해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낸 장 의원은 "우리는 민주당이라는 집단을 상대로 합리적 운운하는 달콤한 속삼이에 꾀여 '겉멋 패션정치'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서 권 의원에게 "당을 나가라"며 목소리를 높인 동시에 장 의원의 발언에 적극 찬동하고 나섰다. 그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합의와 관련해 '현금 주고 부도어음 받은 꼴이 날 것'이라는 우려를 했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주호영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협상 당시 잘못 판단했다고 평가하느냐'고 묻자 "원내대표를 맡은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여러가지 고민이 있겠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선 그런 방식으로 현금 주고 부도날 어음을 받을 수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답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준석 대표 축출 이후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체제가 출범하자 장 의원과 함께 권 대행 흔들기에 앞장 서기도 했다. 김 의원은 장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권 대행을 "집권여당 대표로서 엄중하고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며 공개 비판한 7월 18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직무대행 체제를 출범시키기로 결론이 났지만 임시체제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 큰 판단을 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대행에게 '자진 사퇴' 압박을 하면서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자는 주장이었다. 당시 김·장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은 공개석상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조기 전당대회 필요성을 줄기차게 제기해왔다. 

장 의원은 내년 3월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7일 친윤계가 이끄는 공부모임 '국민공감' 출범식에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8일에는 21대 국회 후반기 행정안전위원장에 단독으로 거론, 내정됐다. 장 의원의 싱크탱크 '부산혁신포럼'도, 외곽조직 '여원 산악회'도 활동을 개시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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