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2017년 2월의 어느 날, 느닷없이 SBS에서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대한 예고 방송이 나왔습니다. 거기에 첫 번째 주자로 나선 문재인님, 당신의 1분 발언이 나오더군요. 그 발언을 듣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전문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19대 대통령직에 취업하려고 지원한 문재인입니다. 저는 취업재수생입니다. 절박합니다. 적폐 청산, 국가 대개조라는 시대정신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적임자라고 자부합니다. 검증이 끝난 지원자입니다. 국정 경험도 있고, 재수를 하면서 준비를 거듭한 가장 잘 준비된 지원자입니다. 최초로 영남 호남 충청 모두에서 고른 지지를 받아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지원자입니다. 잘 할 자신 있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 정권교체, 저 문재인에게 맡겨 주십시오”(인터넷 기사 중에서 인용).

제가 제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당시는 아직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이 아닌데, 당신은 버젓이 전국 공중파에 나와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거운동이라 함은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 행위”라고 정의되는데, 이 정의는 다소 막연한 면이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선거가 명시되어야 하며(예컨대, 그냥 막연히 “다음 대통령 선거”가 아니라 “19대 대통령 선거“), 특정 후보자의 신분(이름, 정당 등, 예컨대, ”문재인“)이 제시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그에 대한 지지 호소(예컨대,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가 명백히 들어가야 선거 운동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재인님, 당신의 1분 발언 속에는 그 선거운동 세 가지 요소가 다 들어있었습니다.

참고로, 공직선거법 중 선거운동에 관한 항목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제 58조(정의 등):

①이 법에서 "선거운동"이라 함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말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아니한다.

1.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2. 입후보와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3.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4. 통상적인 정당활동

5. 삭제 [2014.5.14]

6. 설날·추석 등 명절 및 석가탄신일·기독탄신일 등에 하는 의례적인 인사말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행위

②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금지 또는 제한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제59조(선거운동 기간):선거운동은 선거기간 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에 한하여 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제60조의3(예비후보자 등의 선거운동)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예비후보자 등이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

2.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 이 경우 자동 동보통신의 방법(동시 수신대상자가 20명을 초과하거나 그 대상자가 20명 이하인 경우에도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수신자를 자동으로 선택하여 전송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하 같다)으로 전송할 수 있는 자는 후보자와 예비후보자에 한하되, 그 횟수는 8회(후보자의 경우 예비후보자로서 전송한 횟수를 포함한다)를 넘을 수 없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에 따라 신고한 1개의 전화번호만을 사용하여야 한다.

3.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을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컴퓨터 이용자끼리 네트워크를 통하여 문자·음성·화상 또는 동영상 등의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시스템을 말한다. 이하 같다)을 전송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 이 경우 전자우편 전송대행업체에 위탁하여 전자우편을 전송할 수 있는 사람은 후보자와 예비후보자에 한한다.

저는 이 방송이 나간 다음에 정가(政街)가 발칵 뒤집힐 줄 알았습니다.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때에 대놓고 선거운동을 했으니 말입니다. 실제로 선거운동을 해 본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선거법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잘 압니다. 예컨대, 후보자와 동행하지 않으면 선거운동원이 명함도 함부로 돌리지 못합니다. 언젠가 이만기 국회의원 후보는 TV에 나와 자신이 왜 선거 홍보 피켓을 땅에 내려놓지 못하고 늘 들고 있었는지 고백했습니다. 선거법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면서요. (나중에 이것은 선관위 담당자의 실수였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아무도 이 명백한 사전 선거운동을 문제 삼지 않았고, 그게 더 놀라왔습니다. 새누리당에는 선거법 전문가가 한 명도 없었나요? 그 희한한 최순실 PC 사건부터 시작해 대한민국에는 비상식적인 일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모든 사람들이 최면에 걸린 상태였다고 할까요?

첫 <대선 면접> 방송이 나간 다음 날, 곧 2월 13일에 저는 SBS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프로의 담당 PD를 바꿔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프로는 여러 PD들이 함께 만드는 것이라 담당 PD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럼 여러 PD 중 아무나 한 명만 바꿔달라”고 했더니, 전화 받는 이는 요리조리 답변을 피하기만 했습니다. 그 후로도 수차례 전화를 했고, “이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니 SBS를 고발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는데, 단 한 마디의 변명이나 해명도 듣지 못한 채 결국 거기서 돌아오는 답변은 “맘대로 하세요!”였습니다.

할 수 없이, 저는 2017년 3월 15일 검찰에 문재인님을 비롯한 SBS 면접에 나온 후보자들을 선거법 위반으로 모두 고발하였습니다(사건번호 2017 형재 15540~44, 담당 검사 남부지방 검찰청 신동원 검사). 그리고 나중에 서울시 선관위에도 SBS까지 포함해 문재인님을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고발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두 군데 모두에서 제게 아무 답변이 없더군요. 결국 5월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문재인님, 당신이 당선되었습니다. 그 후로도 검찰과 선관위에서 오랫동안 답변이 오지 않았습니다. 검찰과 선관위의 고민이 절실하게 느껴졌습니다. 막강한 살아있는 권력을 건드려야 하니 오죽 떨렸겠어요. (그런 검찰이 최순실 사건이 터졌을 때 왜 박근혜 대통령은 그렇게 우습게 봤을까요? 당시엔 분명 살아있는 권력이었는데. 소위 lame duck 현상 때문이었나요?)

그러다가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지 5개월 정도 지난 8월 7일 드디어 검찰에서 답신이 왔는데, 불길한 예상처럼 결과는 “불기소 처분”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기소 이유를 봤더니 이랬습니다. “...공직선거법 82조 1항에서 ‘(전략)... 다만, 제59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선거에서는 선거일 전 1년부터, 국회의원선거 또는 지방자치단체의장선거에 있어서는 선거일전 60일부터 선거기간 개시일 전일까지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초청하여 대담·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보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본건 행위는 위와 같이 사전 선거운동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 (신기하게도, 그 이튿날 서울시 선관위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답변서가 왔습니다. 둘이 서로 말을 맞췄나요?)

참고로 공직선거법 82조 1항도 읽어드리죠.

제82조(언론기관의 후보자 등 초청 대담·토론회)

①텔레비전 및 라디오 방송시설(제70조제1항에 따른 방송시설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제3호에 따른 신문사업자·「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정기간행물사업자(정보간행물·전자간행물·기타간행물을 발행하는 자를 제외한다)·「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제3호에 따른 뉴스통신사업자 및 인터넷언론사(이하 이 조에서 "언론기관"이라 한다)는 선거운동기간 중 후보자 또는 대담·토론자(후보자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자중에서 지정하는 자를 말한다)에 대하여 후보자의 승낙을 받아 1명 또는 여러 명을 초청하여 소속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그 밖의 사항을 알아보기 위한 대담·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보도할 수 있다. 다만, 제59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선거에서는 선거일 전 1년부터, 국회의원선거 또는 지방자치단체의장선거에 있어서는 선거일전 60일부터 선거기간 개시일 전일까지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초청하여 대담·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보도할 수 있다. 이 경우 방송시설이 대담·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방송하고자 하는 때에는 내용을 편집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하여야 하며, 대담·토론회의 방송일시와 진행방법등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하여야 한다.[개정 1997.11.14, 1998.4.30, 2000.2.16, 2005.8.4, 2007.1.3, 2008.2.29, 2009.7.31 제9785호(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2010.1.25] [[시행일 2010.2.1]]

검찰 답변에 의하면, 검찰에서 SBS의 <대선주자 국민면접> 1분 발언에 나오는 예비 후보들의 말이 “사전 선거운동”인 것은 인정을 했습니다. 다만, 그것이 방송국에서 한 대담 토론회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예외가 허용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정말 이것이 예외가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즉각 항고장을 썼습니다. 그 항고의 요지는 두 가지로, 다음과 같습니다.

<항고장의 요지>

[1. 공직선거법 82조 1항은 “사전선거운동”의 예외 조항이 아닙니다. 만약 선거운동의 예외

조항이라면, 그 (사전선거운동의) 예외조항을 언급하고 있는 59조의 예외조항 3가지 중에 언급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거기엔 82조 1항이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82조 1항에 “제 59조에도 불구하고”란 언급은 바로 앞 문단에 언급된 “선거운동 기간 중”이란 말 때문입니다. 제 59조에 선거운동 기간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애초에는 그 선거운동 기간 중에만, 즉 선거일 30일 전부터만 TV토론이 허용되었던 것이죠. 그러다 여러 번의 개정을 거치면서 TV토론 기간이 연장된 겁니다. 대통령 선거는 선거일 전 1년부터, 그 외 선거는 60일로 연장된 거죠. 이 과정에서 “제 59조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서 조항이 붙게 된 것인데, 이는 선거운동 기간과의 차별성을 설명하기 위한 것일 뿐, 결코 방송사 주최 대담 토론회에서 “사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허용한 것은 아닙니다.

사전 선거운동 금지 조항은 다음과 같은 취지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이유는 모든 후보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선거운동이 기간 제한 없이 이뤄질 경우 후보자간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공평이 발생할 수 있으며,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시간과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다음 백과: 사전선거운동> 중). 이러한 법적 취지에 근거할 때, 첨부 서류에 나타난 바와 같이 “새로운 대한민국, 정권교체 저 문재인에게 맡겨주십시오”라는 명백한 선거운동은 (대담, 토론회에 참석치 못한) 다른 후보자에게 엄청난 불이익을 주는 것입니다. 대담 토론회는 후보의 자질, 정책에 대한 검증은 할 수 있을지언정, 대놓고 “제게 맡겨주십시오”라는 선거운동을 하면 절대 안 될 것입니다.

만약 미디어 초청 대담/토론회에서 사전 선거운동을 허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82조 1항에 언급된 언론기관을 대충 따져보건대, 인터넷 언론사까지 합치면 최소한 100개(일설에 의하면, 인터넷 언론사만 7,000여개랍니다)는 넘을 것입니다. 이런 언론사들이 1년 동안 회수 제한 없이 대담/토론회를 개최하고, 거기서 예비 후보자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지지를 대중들에게 호소하는 사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면, 이는 사전 선거운동 금지 조항 자체를 완전 무력화시키는 일이 됩니다. 그래서 82조 1항은 사전선거운동 예외조항으로 쓰이면 안 되고, 실제로 예외조항도 아닙니다.

2. 불기소 이유 통지문에는 위의 법 82조 1항에 있는 단서 조항을 애써 묵과한 흔적이 보입니다. 위에 이어지는 법조문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 대담·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보도할 수 있다. 이 경우 방송시설이 대담·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방송하고자 하는 때에는 내용을 편집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하여야 하며, 대담·토론회의 방송일시와 진행방법 등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하여야 한다.”

대담/토론회는 편집되지 않은 상태에서, 즉 생방송으로 방송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본인이 제출한 첨부 파일(1분 발언)을 보면, 그 내용은 대담, 토론 중에 나온 진술이 아닙니다. 대담에 앞서 방송사에서 미리 녹화해 편집한 것이며, 대담, 토론회 예고를 위해 수차례 미리 방송한 내용입니다. 뿐만 아니라, 본 대담 프로 자체도 편집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대선후보 국민면접 예고’를 검색하면, 후보자들의 1분 발언을 비롯해 대담 내용이 미리 녹화/편집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http://movie.daum.net/tv/vod?tvProgramId=79229&itemId=300317033-62841 왼쪽 위를 보면 본 방송의 시간 예고가 나옴). 따라서 고발 근거로 제시된 1분 발언은 생방송 자료가 아닌 편집 내용이므로 공직선거법 82조 1항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아울러, 이 생방송 단서조항을 지키지 않은 ‘대선후보 국민면접’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불법이며, 선거법 위반입니다.

이상의 이유에 근거하여 위 피의자들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취소하고

위 피의자들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저의 반론이 법적으로 잘못된 것일까요? 검찰측 언급에 의하면, 분명 문재인님과 SBS는 사전 선거운동을 한 게 맞는데, 선거법 82조 1항의 예외 적용을 받은 것일까요? 그럼 제 반론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방송 토론 방송에서 선거운동을 해도 됩니까? 또 혼자서 행하는 1분 발언이 대담 토론 방송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까? 또 그 대담 토론 방송이 분명 생방송이 아닌 편집 방송이라면, 선거법 82조 1항의 예외 적용을 받을 수 없는 것이고, 그러면 이는 영락없는 불법 사전 선거운동 아닙니까?

저의 항고에 대해 법원은 또 다시 불기소 처분을 하면서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앞서 행한 불기소 처분 이유에 따른다고만 답변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검찰이 문재인님을 기소할 근거가 없는 게 아니라 의지가 없음을 알았습니다. 서울시 선관위와 전화 통화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선관위 담당자는 제 반론들에 대해 일언반구 답변을 못하고 그저 “안 됩니다”란 말을 녹음기처럼 반복하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문재인님, 당신은 선거에서 이겼습니다. 그건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당신의 승리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당신은 게임의 룰을 어겼기 때문입니다. 2011년 8월 28일 대구에서 열린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100m 결승에서 우샤인 볼트가 부정 출발을 하는 바람에 실격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그의 우승은 당연하다고 예상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인터넷 신문은 미리 그의 우승 소식을 보도했다가 나중에 정정 보도를 낼 정도였습니다. 그는 충분히 우승 능력이 있었지만,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0.001초의 부정출발 때문이었죠. 문재인님, 당신은 그 0.001초를 어겼습니다. 세상 아무도 그걸 인식하지 못했을지라도, 그게 당신의 부정 출발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선거법에 따라 기소 만료 시한이 지났으니 이제 당신은 마음이 놓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게 있어 당신은 적법한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닙니다. 일이 다 끝난 지금 굳이 이를 언급하는 건 당신 마음 속에 가책의 찌끼를 남기고 싶어서입니다. 당신은 빚진 자의 심정을 갖고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국익을 손상시키고 국가의 안보를 해치는 일은 결코 하시면 안 됩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는 김정은 정권에 호혜적인 정책을 취하면 절대 안 됩니다.

저는 대학 시절에 노동운동하는 친구들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기업가들을 미워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노동운동하는 애들이 김일성/김정일 편에 서 있다는 걸 보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북한은 거대한 공장 국가이고, 김일성/김정일은 전 북한 국민을 극도로 착취하는 악덕 기업가인데, 어떻게 소위 노동운동한다는 친구들이 거기 빌붙을 수 있는 겁니까? 그래서 전 남측의 노동운동가들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위선자들입니다.

그런데, 문재인님, 당신은 그런 이들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대통령이 되었고 실제로 그런 이들을 권력에 많이 포진시켰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는 김정은도 아니고 트럼프도 아닌 바로 당신 주변에 있는 자들입니다. 그들 역시 당신의 부정 출발에 편승해 거기 올라간 자들입니다. 거듭 부탁합니다, 제발 조심조심 정치하십시오. 한 사람을 오래 속일 수 있고 여러 사람을 잠깐 속일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을 오래 속이긴 어렵습니다. 당신 마음 속에 있는 께름칙한 불씨가 촛불의 바다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최치남 시민기자(전 배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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