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원장이 지난달 22일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사태 점검 긴급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9일 자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집단운송거부를 16일만에 철회하기로 결정하면서 물류·운수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기존의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 입장에서 '전면 재검토'로 선회하면서 노·정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정부·여당이 입장 변경을 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단 지적이 나온다.

간단히 말하자면 안전운임제가 '최저임금' 역할을 해 화물노동자의 과로·과적·과속을 막아 사고 발생률을 경감했다는 것이 화물연대의 주장이라면, 정부·여당은 그 효과에 의문을 품고 있어 '품목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당초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한번 더 검증하고자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3년 연장하기로 했던 것이지 그 효과를 인정해서가 아니었다. 이는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원장이 지난달 22일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사태 점검 긴급 당정협의회' 이후 브리핑에서 밝힌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성 위원장은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였던 교통 안전 효과가 불분명해 일몰 연장을 통한 추가 검증의 필요성이 있다"면서 "최근 고유가 상황과 이해관계자 간의 의견을 고려해 일몰 3년 연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했었다. 

성 위원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국힘이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도 밝혔다. 성 위원장은 "화물연대가 추가 적용을 요구하는 철강, 유조차, 자동차 등 5가지 품목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양호하다"며 "(이 품목들까지 ) 적용 시 국민들의 물류비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국민 부담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확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확대하려는 품목들 임금이 상대적으로 결코 적지가 않다"며 "500만원이 넘고 600만원에 가깝다. 이러한 요구는 대의 명분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본지가 관련 자료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출입 컨테이너 및 시멘트를 운송하는 화물차주의 월 보수액은 431만 원에 달했고, 일 평균임금은 14만3667원이었다. 또한 올해 일부 개정 고시안에 따르면 자동차를 운송하는 차주 및 밀가루 등 곡물가루, 곡물, 사료를 운송하는 차주의 월 보수액은 483만원, 일 평균임금은 15만 8790원이었다. (관련기사: [팩트체크] 화물연대-정부·여당 최대 대립점 '안전운임제', 화물차주의 '권리'인가 '사치'인가)

국토부는 9일 안전운임제 연장과 관련해 "3년 연장은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것"이라며 "이를 거부하고 운송거부에 돌입해 엄청난 국가적 피해를 초래했기 때문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 그러면서 "화물연대는 그동안 국민 경제에 끼친 피해와 일하고자 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운송 거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국토부 언급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화물차주들의 임금이 결코 적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었음에도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를 일단 막기 위해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이란 유화책을 제시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화물연대가 그를 무시하고 16일간 파업을 유지함으로써 막대한 국가적·국민적 피해를 초래했기 때문에, 유화책이 더 이상 쓸모 없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지만 정부·여당의 반대 의사는 확고하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파이므로 법안이 통과될 순 있겠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안전운임제는 이달 31일 폐지될 수도 있다. 연말까지 정부·여당과 화물연대가 연장에 합의해야만 일몰제가 3년 더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전운임제에 대한 펜앤드마이크의 팩트체크는 링크([팩트체크] 화물연대-정부·여당 최대 대립점 '안전운임제', 화물차주의 '권리'인가 '사치'인가) 및 위의 관련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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