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8일 한국 축구대표팀과의 사진. 이날 윤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 파울루 벤투 감독 및 대표팀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인스타그램, 편집=박준규]

8일 저녁 2022 카타르 월드컵 원정에서 16강 진출 쾌거를 이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돼 윤석열 대통령 및 김건희 여사와 만찬을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조규성, 황희찬 선수 등 대표팀 일원들이 윤 대통령과 단독으로 '폰카'를 찍은 것에 대해 친야 성향 네티즌들이 '댓글 테러'를 남겨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윤 대통령 공식 SNS 및 조규성 선수의 SNS에 몰려가 막말을 쏟아내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친야 성향 네티즌들은 8일 밤부터 윤 대통령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및 조 선수의 인타그램 계정에 비난을 퍼붓고 있다. 아이디 yun.sunghyun78을 쓰는 한 네티즌은 "12월 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소시효가 끝난다던데...주가조작하는 인간 쓰레기를 섬기는 것들을 멀리하세요"라며 김 여사와 핸드폰 셀카를 찍은 조 선수를 저격했다. 이 네티즌의 인스타 계정을 들어가보니 문재인 전 대통령 옹호·이낙연 전 국무총리 지지·윤 대통령 및 국민의힘 비판 성향을 지닌 '문파'인 것이 포착됐다.

won_jo_jo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윤 대통령) 퇴진 안하냐?"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댓글을 달았다.  아이디 gimhyesug8972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근데 정말 희한한 건 태극전사 누구도 대통령과의 만찬사진을 올리지 않았다는 것. 대표팀은 (윤 대통령이 아닌) 한국 국민들에게 고마워 하지 않을까요? 김건희 여사님은 마이크는 왜 잡았음? 정말 뜬금없더만...봉사활동 끝입니까?"라며 축구 국가대표팀 초청 만찬의 의미를 폄훼하고 김 여사를 공격하는 댓글을 달았다.  아이디 y.b.h1은 "국민들 죽어가는(데) 대통령은 눈치없이 파티하고 있고 나라 망했다"고 했다. 아이디 margaret.gravity는 "선수들 사인 받은 건 대통령기록물로 처리하실 거겠죠"라며 "공식행사에 대통령으로서 받은 것이지 일반인으로서 받은 건 아니니 말입니다. 법을 그리도 중시하시는 분이니 설마 슬쩍 가져가는 일은 없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을 그리도 외치시는 분이니. 그리고 법과 원칙을 그리도 중시하시니 곧 학위논문 표절과 같이 중대한 지식을 사기치는 사람들에게 확실한 범죄형을 내리는 강력한 법을 만들고 실천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이 역시 김 여사를 겨냥하는 댓글로 풀이된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 내외와 만찬을 가진 것에 대해 비판하는 친야 성향 네티즌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기뻐하며 축하의 말을 건네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편집=박준규]

다만 이런 공격성 댓글은 소수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댓글은 윤 대통령이 소위 '인싸(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적 경향을 여지없이 보여준다며 칭찬했고, 축구대표팀을 응원했다. "대한민국 선수들 자랑스럽다" "기쁘고 선수들이 귀엽다" "모두들 고생하셨다" 등 축하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친야 성향 네티즌들을 비꼬는 댓글도 눈에 들어왔다. 아이디 990725.js를 쓰는 네티즌은 "개딸들 적폐명단에 황희찬 조규성 추가"라며 민주당 지지 네티즌을 풍자했다. '개딸들'이란 스스로를 '개혁의 딸'로 부르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를 따르는 지지층을 부르는 말이다.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멕시코에 1-2로 패배한 직후 선수 락커룸을 찾아 "손흥민 어디갔어"라며 강제로 손 선수를 불러내 사진을 찍게 했던 문 전 대통령을 비꼬는 댓글도 있었다. 아이디 als_wook을 쓰는 네티즌은 "손흥민이 어딨어를 외치는 대통령보다 백배 천배 낫다. 진정한 지도자다"라고 했던 것이다.

조규성 선수 개인 인스타그램에 악플을 다는 네티즌들도 포착됐다. 아이디 namsoo.choi.9는 "건희랑 셀카 찍고 싶던? ㅉㅉ 생각 좀 하고 살자!!"라고 조 선수를 비판했는데, 여기엔 "찍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영부인이니까 찍었겠지 감 놔라 배 놔라 할 부분이냐" "선수 인스타까지 찾아와서 분탕질이냐" "좌파=정신병 맞네" 등 비판 반응이 쏟아졌다. 아이디 asteroidi55는 "어제 사진 보고 실망이다"라고 했고 아이디 islandmonkey177은 "전 세계가 콜걸이라고 욕하는 천박한 여자랑 잘 노시네"라며 "취향이 그쪽이신가? 몸만 키우지 말고 머리도 좀 채워라"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아이디 pilyoungcho는 "다 잘하고 와서 영빈관 셀카는 좀 그렇지 않나"라고 비꼬았고 아이디 patagonia1004는 "생각 좀 하고 살아라"라고 했다. 아이디 ontheroad_dust는 "아무리 밥먹고 오로지 축구만 했다고 하더라도 당신도 사회의 일원인데 본인 나라의 시국이 어떤지 좀 알고 살아야 하지 않나?"라며 "국대 개돼지 소리 듣고 싶지 않다면...범죄자와 헤벌레 하며 사진찍은 당신의 해맑은 정신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그 외 "셀카 역겹" 등 비판 댓글이 소수 있었다. 이에 대해 "정치병 걸려서 분위기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축구 대표팀을 공격한다"며 친야 성향 네티즌들을 비판하는 댓글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친야 성향 네티즌의 비판과 이를 반박하는 네티즌들의 댓글들. [사진=인스타그램, 편집=박준규]

친야 성향 네티즌들의 도 넘은 공격에 지난 2020년 2월 20일의 문 전 대통령 행적이 재소환되는 모양새다. 문 전 대통령은 아카데미 영화상 4개 부문에서 상을 따내고 칸 영화제 대상까지 받은 <기생충> 감독 봉준호 씨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했는데, 이 날은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첫 코로나 사망자가 나온 날이라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국민들은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폭소하는 모습에 분노했다. 특히 김 여사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박수를 치며 '파안대소'하는 모습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당시 청와대는 유감 표명 하나 없었던 것.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8일 만찬에 대해 축구대표팀을 응원하고, 윤 대통령을 칭찬하는 등 지극히 상식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상식적인 국민들과 네티즌은 윤 대통령 집권 초창기부터 틈만 나면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정권교체 자체를 부정하는 야권 및 친야 성향 네티즌들의 '병리적' 정신상태에 넌덜머리를 내고 있다. 이런 상태에 빠지게 되면 '축구 국가대표팀을 불러 공적을 치하했다'는 사실 자체보다도 '누가 그런 행동을 했냐'가 더 중요해지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이 만찬하는 건 괜찮고 윤 대통령이 그러면 안되냐는 것. 특히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율 상승을 위해서라면 패배로 슬픔에 빠진 손흥민 선수마저 강제로 불러내기념사진을 찍는 등 '다 된 밥에 숟가락 얹는' 쇼맨십의 달인이란 평가가 팽배했다. 그의 집권기에 한국 축구대표팀이 16강에 진출했다면 그 또한 청와대에 초청해 만찬을 가질 명분이 된다. 이를 뭐라 할 보수 성향 시민들이 있겠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태원 참사·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등 굵직한 현안이 발생하면 이를 빌미로 보수정권의 전복을 바라는 야권 인사들의 행태가 고스란히 친야 성향 시민들에게 '세뇌'된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엔 스스로 '어용지식인'을 외치며 지지자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마비시켰던 유시민, 김어준 등 좌파 오피니언 리더들의 문제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 '진영논리'의 노예를 자처한 친야 성향 지지층의 잘못이 제일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노예 상태'에 빠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단 것이다.

지난 2020년 2월 2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봉준호 감독을 불러 오찬을 하며 치하했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물론 김정숙 여사까지 '파안대소'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마침 이 날은 한국에서 첫 코로나 사망자가 나와 대통령 부부 내외의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