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가짜뉴스에 대한 원칙 대응을 시작했다. 대통령실은 6일 새 정부 출범 전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 물색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고 주장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관련 인터뷰를 진행한 방송인 김어준씨를 고발했다.

그간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 조치에 신중한 기류를 보여 왔으나,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고발을 기점으로 각종 의혹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기조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화물연대의 운송거부에 대한 원칙 대응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대응과 관련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대응과 관련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화물연대 원칙 대응 이후 지지율 상승...가짜 뉴스에도 강경 대응 선회?

김 전 의원은 지난 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난 3월말 천공이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미리 둘러봤고, 그 이후 한남동 외교공관이 관저로 낙점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어준씨는 “이게 만약에 사실이라면 후폭풍이 있을 뉴스”라며, “관저 이전에 천공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듣게 된 것이냐?”고 질문했다. 김 의원은 “3월 윤석열 당선인 시절에, 관저 뉴스를 유심히 봤다”면서 “처음에는 육군참모총장관저로 옮긴다고 했다가, 4월 지나면서 분위기가 외교부장관 공관으로 바뀌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당초 관저는 별 관심사항이 아니었는데,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취재 과정에서 국방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천공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용산 국방부청사 앞에 있는 육군참모총장 서울사무소에도 천공이 다녀갔다는 구체적인 증언을 듣게 됐다는 것이다.

공관에 천공이 나타났고, 그 사실이 육군참모총장실에 보고가 됐고. 총장과 비서실장 등이 다 알게 되었는데, 육군에서만 알고 넘어갈 수 없는 사실이어서 국방부에 상의를 한 걸로 되어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이 주장이다.

게다가 김 의원은 천공이 대충 둘러보지 않고 1시간 동안 꼼꼼히 둘러봤다는 점을 국방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당시 공관 관리관이 안내를 한 것으로 돼 있는데, 경호처와 국방부를 통해 ‘관리관을 제외한 다른 근무자는 배치하지 말라는 사전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어준씨는 “천공이라고 하는 사람이 거기를 둘러보고. 육군참모총장 관저가 아니라 한남동 외교공관으로 바뀐 것에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이렇게 추정을 해볼 수 있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 역시 천공이 다녀간 직후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어 ‘육군참모총장 건물에 비가 샌다, 페인트가 벗겨졌다 는 등의 기사가 엄청나게 나왔다’고 강조했고, 그 직후 외교부장관 공관으로 관저가 바뀌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천공’ 관련 가짜 뉴스 살포한 김어준과 김종대 전 의원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혐의 제소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5일 TBS 라디오에 출연,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 관저를 물색하는 과정에 '천공'으로 알려진 역술인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5일 TBS 라디오에 출연,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 관저를 물색하는 과정에 '천공'으로 알려진 역술인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물론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가 취재한 것도, 제가 아는 기자들이 취재한 것은 여기에 대해서 현재 경호처나 육군에서 아직까지는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에 천공이 다녀가고 나서 외교부장관 공관으로 바뀌었다는 선후관계는 확실하다고 다시 주장했다.

이에 김어준은 “그게 3월말인데. 지금까지 이야기가 안 나왔던 이유가 뭘까요?”라고 질문했고, 김 전 의원은 “당시 관계자들이 다 함구하고 있다”면서 “이 정보를 접하게 된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지금도 분명히 육군에서 들었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천공의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모 기자가 인터뷰를 약속했지만, 천공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김어준은 “저희도 팩트체크 해보겠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대통령의 멘토가 누군지 모른다. 대통령의 멘토라고 얘기한 적은 없고, 오로지 사실관계만 밝히면 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관저 문제는 애초 윤 대통령이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이전을 검토했다는 점에서, 군의 자산으로 들어오겠다는 거니까 중대한 사안이어서 관심을 가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육군에서 얘기가 나오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이었고, 자신은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로부터 들었다는 주장을 폈다.

같은 날 김 전 의원은 모 유튜브에서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이 천공을 대동해 육참총장 공관을 미리 둘러봤고, 이후 대통령 관저가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뀌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지난 6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김 전 의원과 김어준씨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경찰청에 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객관적인 근거 없이 무속 프레임을 씌우고 이에 맞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가짜뉴스로 (인한) 민주주의 훼손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전날 공지에서도 “경호처장은 천공과 일면식도 없을 뿐 아니라, 천공이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둘러본 사실 자체가 없다”며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확고하고 일관된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의혹의 당사자가 된 김 처장 역시 "천공이라는 사람을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모르는 사람"이라며 주변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통신기록 등을 토대로 김 처장과 천공이 지난 3∼4월 육군참모총장 공관 등을 함께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의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의혹 제기는 '청담동 술자리 시즌 2'라 생각한다"며 "천공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허황한 얘기인지 자체 팩트 체크는 끝났다"고 말했다.

피고발인이 된 김 전 의원은 "발언을 철회하거나 사과할 생각은 없다"며 "재판에 가서 진실을 다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적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진다.

김건희 여사 사진 연출 의혹 제기한 장경태 의원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

가짜뉴스에 대한 대통령실의 원칙 대응은 앞서 장경태 의원에 대한 고발에서도 확인된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2일 ‘김건희 여사 사진 연출 의혹’을 제기한 장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는데,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이 직접 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대통령실은 “야권 정치인이 ‘청담동 술자리’, ‘캄보디아 조명’에 이어 아무렇지도 않게 또다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가짜뉴스에는 일관된 원칙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실이 장경태 최고위원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고발한 것'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실이 장경태 최고위원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고발한 것'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결집되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강대강’ 국면이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가 장경태다’라는 슬로건이 나오는가 하면,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의겸 의원과 장경태 의원을 오히려 부러워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아무리 의정 활동을 열심히 해도 언론에 한줄 보도되기가 어려운데, 김 의원과 장 의원은 ‘여의도 김앤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지도가 확 올라갔다는 점에서, 향후 총선 국면에서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김 의원과 장 의원의 태도가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대통령실의 이런 소송이 오히려 민주당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소송으로까지 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의 강경 기조가 자칫 민주당 의원들의 ‘묻지마 폭로’를 부추기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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