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6일 선고된 전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에서 SK그룹 경영권과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지켜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재판장 김현정)는 이날 오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1심 판결에서 최 회장으로 하여금 노 관장에게 이혼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양측이 이혼 절차에 들어간 지 약 5년 만이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최 회장이 요구하는 이혼에 응하겠다며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 SK(주) 주식 중 42.29%(650만주)를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낸 바 있다.

노 관장이 요구한 SK 주식 가격은 1조4000억원대로 액수 못지않게 그룹지주사인 SK(주) 주식이 대량으로 노 관장에게 넘어가면 최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노 관장이 요구한 재산분할 금액 중 약 5% 정도, 그것도 현금으로 주도록 판결했다.

법원이 노 관장이 재산 분할로 요구한 SK(주) 주식 650만주를 전부 인정한다면 노 관장은 SK(주) 2대 주주(지분 7.7%)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노 관장이 요구한 바와 달리 단 한주의 SK(주) 주식을 받을 수 없었던 민법상 ‘특유재산’ 조항 때문이다. 최 회장측은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SK㈜ 주식은 선친에게 물려받은 SK 계열사 지분에서 비롯한 것인 만큼 재산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 관장 변호인단은 “결혼 기간이 오래된 만큼 해당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이 되는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며 맞섰다. 최 회장이 결혼 뒤 계열사 합병을 통해 SK(주) 최대 주주가 됐으니 혼인 중 형성된 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법원은 재벌, 대기업가(家)의 이혼소송에서 이같은 특유재산을 비교적 넓게 인정하는 판결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평범한 일반 부부의 이혼재판에서는 사정이 확연히 달라진다.

대부분의 아내가 결혼 때 혼수품을 제외하고는 홀몸으로 오는 한국의 전통적 혼인관습 때문이다. 일선 법원에서는 이혼소송시 남편이 결혼하기 전부터 갖고있던 주택이나 전답 등에 대해 특유재산이라는 주장을 펼쳐도 인정하지 않고 일정기간 이상 결혼생황을 했을 경우 무조건 ‘50대50’으로 재산을 분할해주는 추세다.

실제로 최근 경기도 포천시에서 농사일을 하는 한 마을 이장이 자신의 귀책사유로 40여년을 함께 산 아내와 이혼소송을 했는데, 결혼당시 아내가 빈손으로 왔다는 점을 근거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집과 전답에 대해 ‘특유재산’이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법원은 “오랫동안 함께 농사일과 살림을 함께 한 아내가 아니었다면 물려받은 집과 전답이 보존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부부의 재산목록에서 환금성이 좋은, 즉 팔기쉬운 재산 순서로 50%를 골라 아내의 몫으로 지정해주기도 했다.

6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에 대한 이혼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언론사나 포털사이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이런 정서에 기반한 여론이 비등했다. 7일 SNS 인플루언서로 활동중인 한 대기업의 전직 CEO는 “아내가 판결 내용을 집사람에게 얘기해 줬더니 노골적으로 노소영씨 편을 들면서 너무 적다고 열을 올린다. 내가 그만하면 '엄청난 돈'이라고 했더니 째려보는 눈초리에 마땅찮은(?) 기색이 역력하다.”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혼판결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기사의 댓글에는 SK그룹의 역사를 거론하며 최태원 회장측의 ‘특유재산’ 주장에 대한 비판이 줄줄이 이어졌다. “SK그룹이 오늘날 재계 서열 2위의 재벌로 올라선 것은 과정에는 과거 정권으로부터 워커힐이나 유공(석유공사)을 불하받고 SKT 사업을 특혜인가 받은 것이 결정적이었고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혼인 또한 기업을 키우기 위한 정략결혼이라는 것이 뻔했는데 이제와서 특유재산 운운하는 것이 어색하다”는 취지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같은 여론에 대해 SK측은 ‘억울’ 내지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올해 SK그룹이 재계서열 2위로 올라선 것은 최태원 회장의 하이닉스 인수라는 사업적 결단이 중요한 원인이고 SKT 통신사업 허가 또한 노태우 정부가 아닌 김영삼 정부 때 이루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SK주변에서는 오랜 이혼소송을 통해 최태원 회장이 홍상수-김민희 커플과 같은 ‘국민밉상’으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있다. “끝까지 가정을 지키겠다”면서 이혼을 거부한 노소영 관장에 대한 동정여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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