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2023년 경제는 예년과는 다른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지금 한국정치경제사회는 좌우 간에 사생결단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가장 중요한 배경은 두 말할 필요 없이 2024년 4월 총선이다. 지난 5월 윤석열정부가 출범했지만 국회 다수당을 점한 야당은 한사코 정권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이다. 정부여당이 제안한 예산이나 법안은 거부하고 민주당이 주장한 예산과 법안 통과만 주장하고 있어 세법 등 예산부수법안 통과가 불투명해 법정기한 내 예산안 통과도 미지수다. 심지어 야당 단독의 예산안 주장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윤석열정부 2년차인 내년에도 윤정부의 국정철학을 이행할 예산이나 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자체에 제동을 걸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그렇게 되면 윤석열대통령이 선거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기 힘들어 질 것은 불문가지다. 경제살리기법안도 무더기로 제동이 걸리고 있다. 민노총 화물연대 등의 파업으로 수 조원의 피해를 입히고 있는 가운데서도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제기에 제동을 거는 일명 “노란봉투법”을 이름만 바꾸어 통과를 주장하는 등 경제살리기는 안중에도 없는 거대야당의 모습이다.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고 경제가 추락하면 총선에서 여당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영국과 미국을 소생시켰던 1979년 영국 대처수상의 집권, 1980년 미국 레이건대통령의 정권교체도 중요한 배경은 1979년에 발생했던 2차 석유파동으로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한 것이었다. 이 때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권이 교체되었다. 예산과 법안 뿐만 아니다. 각종 위원회 국책연구기관 공공기관의 장도 임기가 남아있다는 이유로 대부분 문재인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심지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뒷받침하고 추진해야 할 22개 대통령직속 위원회 조차도 거의 대부분 문재인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이 그대로 유임되어 있어 전 정부의 국정철학을 지속하고 있는 것인지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추진하고 있는 것인지도 불확실할 지경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MBC의 편향 보도문제도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방송통신위원장이 그대로 유임되고 있을 때 이미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실정이니 장차관 교체하고 대통령실 인사를 했다고 해서 정책이 제대로 돌아갈리 없다. 세계경제는 추락해서 도처에서 경기침체나 경제위기가 예고되고 있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가 풍전등화인데도 경제살리기 법안이나 세법개정안은 오리무중이니 내년 한국경제가 어두울 수 밖에 없다.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복합위기 속에 성장 버팀목인 수출은 물론 투자 민간소비까지 위축되면서 생산·투자·고용 모두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시장경색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은 대기업조차도 투자보다는 자산을 매각하는 등 현금 확보에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말인데도 500대 기업의 절반이상이 내년 투자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L자형 침체(경기 침체 후 불황 지속)'까지 거론되며 우리 경제에 매서운 한파가 불어닥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3년 한국 경제가 “역풍에 직면할 것(The economy faces headwinds)”이라며 성장률 1.8%를 예상했고, 한국은행은 이보다 더 낮은 1.7%를 제시했다. 팬데믹이 터진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0.8%),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등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간 적은 없었다. 이 같은 저성장은 모두 위기 시에 발생했다. 그만큼 내년 한국경제가 위기라는 전망이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더욱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기준 씨티(1%)와 바클레이즈(1.3%), 골드만삭스(1.4%)와 JP모건(1.4%), HSBC(1.5%)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일본계 투자은행(IB)인 노무라증권은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 0.7%로 최근 전망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 침체에다 코로나 봉쇄에 따른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중요한 이유다.

내년의 경기 둔화가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동산 시장 경착륙과 그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PF 부실이 야기하는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를 가장 많이 언급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서 시작되는 경제 시스템의 연쇄적 붕괴를 무엇보다 두려운 경제 리스크 요소로 꼽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도 미분양과 심지어 시가가 분양가보다 낮은 아파트단지가 속출하는 등 부동산경기는 얼어붙고 있다.

그 다음으로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경쟁력 상실과 무역수지 적자 장기화를 꼽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최근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유럽, 미국, 중국 경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는 의미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이 내년 세계 경기 하강과 맞물리며 더욱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다. 올해 한국의 수출이 역대 최대인 6800억달러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어 올해 세계 수출 순위가 작년보다 한 계단 높은 6위에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수출 증가 폭보다 수입이 더 크게 늘어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점이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역수지는 올 들어 8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11월까지 무역적자 규모는 426억달러를 나타냈다. 수출도 둔화하고 있다. 7월부터 증가율이 축소되더니 10월과 11월엔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해 우려를 크게 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도 전문가들이 지목한 2023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위험 요인이다. 올해 3분기 가계 부채가 187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자리가 어려운 가운데 금리는 상승해 막대한 가계부채의 원리금상환부담이 가중되며 민간소비가 위축될 전망이다. 올해까지는 수출이 부진해도 민간소비 등 내수가 버팀목이 돼 왔지만 내년에는 수출과 내수 모두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수출경쟁력을 제고를 위해 글로벌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법인세인하는 부자감세라는 논리에 막혀 있다. 상속세는 50%인데 대주주에게는 가산세까지 부과되어 60%를 내어야 되므로 가업승계가 사실상 불가능해 중소 중견기업의 기업활동에 저해요인이 되고 있어도 개정은 요지부동이다. 획일적인 높은 최저임금과 주52시간제 적용은 자영업자들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고임금과 높은 법인세 및 강성노조 등으로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돌아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리쇼어링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어디 한 곳 희망을 기대할 만한 곳을 찾기도 힘든 상황에서 민주노총과 화물연대파업은 물류를 멈추고 수출컨테이너를 세우며 벌써 수 조원의 피해를 가져오는 등 한국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시에도 1997년말 대선을 앞두고 1년 내내 파업과 시위가 있었다는 점을 예사로 생각하면 안된다. 야당과 민주노총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를 한사코 위기로 몰고가려고 하는 듯이 보일 정도다. 설상가상 이재명 구속수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민주노총의 파업은 단말마의 몸부림이라도 치는 듯이 강경일변도다.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그로 인해 2024년 총선이 좌파 야당의 승리로 이어지면 윤석열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반면 측근들은 이미 구속되어 구속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강한 야당’을 표방하며 연일 당에 ‘이재명표 법안’을 주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거대야당의 힘을 배경으로 선정한 민주당의 민생 입법 과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노조의 파업손해배상을 제한하자는 ‘노란봉투법’이 대표적이다. 파업이 확산되면서 산업현장이 초토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결국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고착화되는 쌀 초과생산에 대응해 재배면적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쌀이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할 경우 직불금 지급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면 공급 과잉 상황을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데도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자는 ‘쌀값 정상화법’(양곡관리법 개정안),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현재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기초연금을 올려 지급하자는 기초연금 확대법’(기초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주장하고 있다. 이미 위기권에 진입한 재정건전화문제는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다.

은행이 이자율 산정 방식과 근거를 공개하도록 하자는 ‘금리폭리방지법’(은행법 개정안), ‘가상자산투자자보호법’, 문재인 정부 때부터 추진됐던 플랫폼 업계 규제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장애인국가책임제법’, 계약 기간 중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을 때 계약 종료 시 대금을 의무적으로 조정하는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등 이른바 ‘이재명표’ 법안들로 확실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전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연재해 지원금 현실화, 불법사채 무효법 등 ‘이재명표’ 민생 법안들도 강조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2일 민주당 단독 강행 처리로 과방위 전체회의 문턱을 넘었다. 정부의 YTN 지분매각 추진에 맞서 공공기관이 주요 자산을 매각할 때 국회 보고와 승인을 의무화하는 ‘매각완박법’도 띄웠다. 민주당은 이 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그 전에 정부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까지 하고 섰다. 윤석열정부에서도 언론장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민영화 방지법’ ‘법 왜곡죄 도입법’ ‘노동손배소 남용 제한법’ 등 50개 법안을 주요 입법 과제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입법 공세에 나섰다. 민영화 방지법은 공공기관 통폐합 및 민영화 등에 관한 계획을 수립할 때 국회에 보고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법 왜곡죄 도입법’은 검사, 판사가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되게 적용했을 때 형사처벌하는 법안이다. ‘표적 감사 방지’이라 이름 붙인 감사원법 개정안도 포함됐다.

시장경제를 훼손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오랫동안 묻혀있던 '사회적 경제 3법'과 ‘협동조합법’ 등도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 3법은 사회적 경제 기본법·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사회적경제 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이다. 공공기관이 물건을 구매할 때 전체 구매액의 10%는 '사회적 기업'에서 사도록 하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전년도 공공기관의 총 구매액은 71조 원 규모이고, 이 중 1조 8천억 원가량을 사회적 기업에서 조달했다. 3법이 통과되면 사회적 기업의 조달물량이 7조1천억 원 규모로 커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민주당이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자당에 우호적인 시민·사회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꼼수 입법'이라며 강경하게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추후 심사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가히 거대야당의 무소불위의 입법만능이다.

반면 13일 국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5월 10일부터 11월 9일까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 77건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77건 중 21건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를 받고 있으나 나머지 56건은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는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이는 종부세법 개정안, 중소·중견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경감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냈지만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육성을 위한 특별법안은 지난 8월 발의된 후 4개월째 잠자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세계 반도체 전쟁에서 한국 반도체가 밀리고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거야 민주당은 특별법안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윤정부가 국민 앞에 약속한 10대 민생법안이 한 건도 아직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경제가 붕괴되어 2024년 4월 총선에서 정부여당이 지면 대한민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민주당 좌파정부가 이미 경제를 살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은 지난 문정부 5년간 입증된 바 있다. 지난 5년 간 큰 정부정책으로 인한 국가채무급증, 원전파괴 4대강보해체 해외자원개발파괴 교육파괴 등 국가경제를 파괴하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일자리파괴 등 민생을 도탄에 빠뜨려 놓고도 성찰과 회개는커녕 정기국회 예산 시즌을 맞아 거대야당의 적반하장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모습이다. 윤석열정부 들어 한미일 동맹강화로 전환하고 있는 외교안보도 다시 종북친중으로 회귀할 것이다. 모든 정책이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진영논리에 따라 거대야당 주장은 관철하고 정부 여당 주장은 봉쇄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의회정치의 근간인 협치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힘의 논리만 지배하고 있는 모습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회다.

이렇게 되면 천신만고 끝에 되찾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다시 회복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2023년 경제는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린 예년과는 다른 한 해가 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대통령실의 정책담당자들과 국회의 법안담당 의원들은 불행하게도 이대로 가면 이미 침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내년 경제의 회복여부에 대한민국의 존망이 걸렸다는 점을 철저히 인식하고 경제회복을 우해 전심전력해야 한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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