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의협 회장 "정부의 대책없는 보장성 강화 정책 즉각 중단하라"
의협, "사람이 먼저라는 문 대통령 국정운영 철학에 문재인 케어 정면으로 배치"
집회 후 청와대 앞까지 행진 벌이기도

대한의사협회 제공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제40대 회장(사진 가운데)이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주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작년 12월 10일에 열린 제1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는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으로 활약한 바 있다.(대한의사협회 제공)

 

건강보험공단의 의료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실제로는 의사들의 진료 행위 전체를 국가 통제 대상으로 삼으려는 사실상의 '의료사회주의'를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의사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20일 서울시 중구 대한문 앞에서 제2차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현 정부의 의료사회주의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의협 측은 전국 13만 여명의 의사 중 5만 명 이상이 이날 대회에 참석했다고 발표했다.

최대집 신임 의협 회장은 "작년 8월 보건복지부는 의사들과 대화도 없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인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에 3600개 비급여 진료 항목을 전부 급여화하겠다고 공언했다"며 "건보 재정이 견딜 수 없는 실현가능성 없는 망상적 정책을 내놓고 국민들과 의사들을 기만하는 현 정부의 태도를 용서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최 회장은 또 "의료인들이 양보해서 복지부와 대화를 또다시 진행할 것이지만 복지부가 지난 대화처럼 진정성 없는 대화와 일방적 문재인 케어 강행을 반복한다면 즉각 대화를 중단하고 초강경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13만 의사들의 경고를 결코 가볍게 듣지 말아야 할 것이고 우리 의사들은 지난 41년간 잘못 운영된 건강보험제도와 지난 18년 동안 잘못 운영된 의약분업을 참아왔기에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진행될 복지부와의 대화에서 복지부가 진정성있는 태도로 나오지 않는다면 초강경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제40대 의협 집행부는 대정부 투쟁을 대비한 일천 의권 투쟁단(약칭 일권투)를 모집하고 있다. 일권투는 서울, 경기를 중심으로 600명, 전국에서 추가로 400명의 문재인 케어 저지와 의사들의 권리를 위해 싸울 1000명의 의사들의 모임이다. 

이필수 전남의사회 회장도 민간의료기관을 국가가 통제하는 관치의료의 구조에 대해 비판하면서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를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의 의료정책은 관치의료를 강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전국 의료기관의 90%가 넘는 대다수의 민간의료기관을 마치 자신들의 소유인양 억압하고 통제하는 관치의료의 구조하에서도 오로지 국민의 건강만을 생각하며 묵묵히 진료현장을 지켜왔다"며 "하지만 정부는 저부담, 저보장, 저수가의 기형적인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하기는커녕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를 통한 보장성 강화정책을 일방적으로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국민들에게 박수만을 받을 욕심에 이런 무책임한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간다면 그나마 지금까지 우리 의사들의 희생으로 버텨오던 대한민국 의료는 이제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며 "급여화란 미명하에 의사들에 대한 통제와 억압은 더욱 심화되고 의사들은 자율적인 진료권을 박탈당하고 사회주의 의료시스템의 희생양이 되어 더 이상은 소신진료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의 모습.(윤희성 기자)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의 모습.(윤희성 기자)

 

작년 8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료사회주의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의협은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고 12월 10일 대한문 앞에서 3만 명의 의사가 모여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건보공단을 통해 통제하는 의료행위를 미용, 성형, 건강검진 등을 제외한 모든 영역으로 확대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 12월 제1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직후 복지부는 의협과 대화를 진행했지만 문재인 케어를 폐지하라는 의협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최근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라는 문재인 케어의 시작을 알리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의협은 복지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케어를 두고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대화를 요청했지만 복지부만 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현장.(윤희성 기자)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현장에 등장한 피켓 문구.(윤희성 기자)

 

현재 의사들의 진료 항목 중 필수적인 의료 행위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급여화)은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에 총 65개 진료 항목을 급여화시켰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진행된 비급여의 급여화는 65개에 불과한데 문재인 정부는 4년간 3600개의 비급여 진료항목을 급여화로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예비급여 문제와 더불어 건보공단 산하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심평원의 행정이 투명하게 변하지 않을 경우는 심평원의 해체를 위한 투쟁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비급여제도는 쉽게 말해 가짜 의료보험"이라며 "환자 부담이 80%에 육박하는 예비급여는 의료보험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급여화를 추진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기에 예비급여라는 꼼수를 사용하면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최 회장은 "심평원은 심사기준 공개와 자문의사 공개를 거부하면서 비밀조직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유령삭감·비밀주의로 일관하는 심평원이 운영 방식을 투명하게 바꾸지 않는다면 해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의 모습.(윤희성 기자)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의 모습.(윤희성 기자)

 

이날 의협은 대한문에서 집회를 마무리하고 청와대로 행진했다. 청와대 100m 앞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호소문을 낭독했다.

호소문을 통해 의협은 "정부가 의료계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지금 이 시간부로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며 "어떠한 의료행위가 건강보험 급여의 대상이 되는 그 순간부터 '환자의 치료'가 아니라 오로지 '건강보험 재정의 절감과 유지'라는 목적만이 우선시되는 우리 의료제도의 고질적인 적폐가 먼저 청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협은 "건강보험과 심사평가원이 만들어 낸 자의적인 '급여 기준'이 전 세계의 의사들이 공부하는 교과서나 세계 의학계가 인정하는 과학적 근거보다 상위에 위치하면서 마치 절대적인 신앙처럼 군림하는 이 부끄러운 현실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단순히 63%를 70%까지 올리겠다는 통계적인 목표가 아니라, 국민이 예기치 못한 중증질환이나 희귀병, 중증외상과 맞닥뜨렸을 때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끝으로 '사람이 먼저다'라는 국정 운영 철학을 내세우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문재인 케어'가 인간 중심의 국정 철학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설명하며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김대중 정권의 정책 실패에 대해서도 규탄했다.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이 피켓을 받고 있다.(윤희성 기자)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이 피켓을 받고 있다.(윤희성 기자)

 

문재인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은 대한민국 의료제도가 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계기가 되고 있다. 의사들은 직업적 자유를 침해하는 사회주의 의료정책을 허용할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의사들은 문재인 케어가 직업적 자유의 박탈 외에도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보장성 강화에 2022년까지 30조6000억 원이 든다고 예측하고 있고 재원은 현재 건강보험공단의 누적 적립금 21조 원을 최대한 활용해 의사와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건보공단은 국고보조금을 통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보험은 1977년부터 부분적으로 적용되다 1989년 제도도입 12년 만에 전 국민으로 확대 실시됐다. 별도로 존재하던 건강보험 시스템을 하나로 묶은 것은 2000년에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업무가 시작되면서다. 오늘과 같이 건강보험을 정부가 독점하게 된 것은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됐다. 2016년 기준 건강보험 적용인구는 5076만명이고 징수율은 99.7%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