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적' 표현 빠진 2020 국방백서(연합뉴스)
'북한은 적' 표현 빠진 2020 국방백서(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국방백서에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을 다시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다음 달 발간되는 ‘2022 국방백서’ 초안에는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담긴다.

연합뉴스는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국정과제에 제시된 대로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명시하는 표현이 국방백서 초안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민을 위한 군대다운 군대, 과학적 훈련체계 구축’을 공약하며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명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엔 SNS에 “주적은 북한”이라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5월 3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북한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임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국방백서 등에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 국군 병사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정신교육 교재에 ‘북한군과 북한정권은 우리의 적이다’는 내용이 명시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9일 배포된 장병 정신전력 교재에는 “북한의 도발은 우리가 직면한 안보 위협이며 이러한 안보 위협이 지속되는 한 북한군과 북한정권은 우리의 적이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신전력 교재는 국방부 정책기획관실에서 제작한다. 매우 월요일 야전 배포용 국방일보에 게재된다. 지휘관들이 이를 바탕으로 매주 수요일 정신교육을 실시한다.

‘주적’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4년 국방백서였다. 당시 남북특사교환 실무접촉에서 북측 대표가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2000년까지 ‘주적’이라는 표현이 계속 쓰이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화해 무드가 형성되면서 2004년 국방백서부터 ‘직접적 군사위협’ 등의 표현으로 바뀌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에도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그해 발간된 백서에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을 다시 쓰기 시작했고, 이는 박근혜 정권까지 유지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과 2020년 국방백서에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삭제됐다. 대신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문구로 대체됐다.

이번에 국방백서에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면 2016년 이후 6년 만에 북한체제를 겨냥한 ‘적’ 표현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다만 2022년 국방백서에도 ‘북한 주적’이라는 표현은 사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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