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2022.10.27(사진=연합뉴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2022.10.27(사진=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故이대준 씨 피살 월북몰이 의혹'을 주도했다는 각종 혐의를 받고 있는 서훈 前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일 구속된 가운데, 그의 정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국가정보원 원장 및 국가안보실 실장 등 안보사령탑으로 승승장구했던 서훈 전 실장의 이력은 모조리 '북한'과 맞닿아 있는 정보요원이라는 게 특징이다.

국정원 대북담당 차장에 이어 1차 남북정상회담 전략수행관, 남북정상회담 준비기획단 전략위원 등을 거쳤던 그의 이력 외에도 그는 과거 1997년 당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북한 현지사무소 소장을 맡기도 했다. 그런 그의 대북관은, 과거 그가 썼던 그의 글을 통해 일부 엿볼 수 있다. <펜앤드마이크>가 5일 확인한 그의 2008년 박사학위 논문 <북한의 선군 先軍 외교>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北 김정일의)선군외교는 일종의 강압외교, 갈등적 외교전략으로 북한의 선군외교는 적대국 혹은 잠재적 적대국에 대한 외교전략으로는 효용이 있을지 모르나, 북한과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사용할 수 없다···기본적으로 적대적이라고 할지라도 소규모 협력관계가 창출되고 있는 적대국가와는 그 협력 관계를 파탄시키고자 하지 않는 이상, 이 적대국가에 대해 선군외교를 지속적으로 구사할 수는 없다."

#2. "북한 스스로가 주장하고 있는 선군외교의 존재이유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시 정책'으로, 선군외교의 존재이유를 없애주면 북미 관계 개선, 북미수교 과정이 보인다···북미관계가 진전되는 상황이 나타난다면 북한의 선군외교의 구조적 발생요인이 줄어들 것이다."

서훈 전 실장의 글 속 #1 발언은, 남북관계가 협력단계에 도달하게 될 경우 대남 강압외교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즉, 북한의 핵실험이나 금강산 관광객이었던 박왕자 씨 피살사건과 관계없이 '소규모 협력관계'로서 대북 경제협력이 진행될 경우 북한 입장에서 적대국가이자 공산화대상인 대한민국에 대한 선군외교정책은 지속적으로 구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의 이같은 주장은 완전히 빗나간다. 지난 2009년 10월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2000년대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남북 인도적 지원 추진 실적을 보면, 상당히 놀라운 대북 지원 이력이 나타난다.

2008년 기준으로 경기도는 말라리아 방역사업 명분으로 방역차량과 약품을 북한에 지원했고, 강원도는 2007년 도로보수자재와 수해복구 물자를 지원했다. 전라남도의 경우 2008년 어린이 영양공급을 위한 평양 발표콩 공장 협력사업을 진행했으며, 경상남도 역시 가정주택 건립 목적상 시멘트와 철근, 배관자재를 지원했다.

제주도는 2007년 제주감귤주스 1.5리터짜리 병 6만480개를 지원했고, 서울시는 2008년 디지털 X-ray와 옥수수 알갱이 2천500톤을 지원했다. 부산시는 2007년 의약품을, 대구시 역시 북한 어린이 돕기 빵공장 건립 기금을 조성한 바 있으며 인천시도 2008년 '평양 창광거리 음식점 현대화사업 지원'에 이어 2009년 옥수수 1천톤을 지원한다. 광주광역시 또한 2007년 수해복구 명분으로 시멘트 912톤, 강재 112톤을 지원했으며 울산시 또한 2008년 결핵 약품을 지원한다(관련 기사 : [탐사기획] 박원순 서울시의 수상한 대북지원사업-시민단체 '천태만상' 실체 추적).

문재인 대통령과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문재인 대통령과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위에서 밝힌 내역은 단순히 '수해 지원'이라는 명목의 분류에 국한된다. 남북한 목재 및 산림 협력 차원의 지원은 포함되지 않은 것인데, 이같은 소규모 협력관계가 형성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2009년 5월25일 제2차 핵실험을 강행한다.

서훈 전 실장은 2008년 #1과 #2와 같은 내용의 주장을 한다. 대북 협력이 북한의 대남 강압형 정책인 '선군외교'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인데, 정작 그의 주장이 있기 1년 전인 2007년 10월4일 故노무현 전 대통령과 北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진행한 '10.4 남북정상선언'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버림 받은 선언"이라는 주장을 한다. 10.4 선언은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세부적인 실무지침이 담긴 내용인데, 정작 이 선언으로 손을 잡았던 노 전 대통령은 퇴임 1년 만인 2008년 10월1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1주년 기념행사 학술회의'에서 "이 나무가 비틀어지고 있다"라면서도 "왕성하게 뻗어나갈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을 내비쳤다.

이같은 노 전 대통령의 인식과 결을 같이 하는 게 서훈 전 실장이라는 게 관건. 그의 주장 #1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1에서 대북 협력을 통해 소규모 협력관계가 완성되면 북한이 대남 선군외교를 완화시킬 것이라는 안이하기 짝이없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즉, 이같은 대북관에 기초한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기용돼 국정원장을 거쳐 안보사령탑까지 영전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2020년 9월22일 해양수산부 소속 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공무중 사망하는 참상이 벌어지게 된 것. 이때 그는 '월북 몰이 의혹'의 주요 혐의를 받아 검찰 수사를 받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서훈 전 실장의 대북관은 남북교류협력이라는 소규모 협력관계만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북한의 주장인 '미국의 대조선 적대정책'이 축소될 경우 북한식 외교행위가 완화될 것이라는 인식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지난 4일 서훈 전 실장 측 변호인은 법조출입기자단에 "구속영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변호인 측에서는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수사와 재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입장문을 전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훈 전 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장관.(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훈 전 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장관.(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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