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과 비공개 회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것도 같은 날인 지난달 30일 시차를 두고 두 의원을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권 도전과 관련한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 의원과는 배석자 없이 오후 6시부터 3시간 동안 독대 만찬을 했고, 주 원내대표와는 김 의원과의 만찬 회동 이후 늦은 시간에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내년 2월말 혹은 3월초로 예정된 당대표 선거와 관련한 ‘윤심(尹心)’의 가닥이 드러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당권주자인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당권주자인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윤 대통령 만난 주호영 원내대표, “성에 차지 않는다” 발언...수도권과 MZ세대 소구력 강조

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 회동한 이후 지난 3일 대구 수성대학교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차기 당대표의 조건을 언급하면서 현재 물망에 오른 후보군을 향해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주 원내대표가 언급한 당대표의 조건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이재명 당대표 외 최고위원 전원이 수도권 출신인 점과 국회 지역구 의석의 절반이 수도권을 차지한 점을 들면서 "수도권에서 대처가 되는 대표여야 한다"고 했다.

둘째 조건으로는 'MZ세대'들에 대한 소구력을 내걸었다. 그는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대표여야 한다"면서 "공천에서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천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원내대표인 주 의원이 상급자에 해당하는 ‘당대표’의 조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결례라는 점에서, 주 원내대표의 생각이 아니라 ‘3일 전에 만난 윤 대통령의 조건’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당권 출마 의사를 밝힌 황교안 전 대표, 김기현·윤상현·조경태 의원 등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확신이 있는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게 당원들의 고민"이라고 밝혔다.

당권 주자 8명 중 ‘수도권 조건’에서 4명 탈락...‘MZ 조건’에선 모두 탈락

실제로 현재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사람은 김기현 의원, 안철수 의원, 윤상현 의원, 조경태 의원, 황교안 전 대표 등이 있다. 잠재적으로는 권성동 전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 전부 8명이 당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중 주 원내대표가 거론한 첫 번째 ‘수도권’ 조건에서 상당수 주자들이 탈락한다. 김기현 의원, 조경태 의원, 권성동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4명이 이에 해당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3일 대구 수성대학교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현안 관련 발언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3일 대구 수성대학교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현안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두 번째 조건이다. MZ세대에게 소구력 있는 후보가 단 한명도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윤심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지원, “윤심은 한동훈” 주장...이언주 전 의원, “한동훈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보는 듯”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5일 주호영 원내대표가 차기 당권 주자들을 거론하며 “(당원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윤심(尹心)에 두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결국 윤 대통령의 성에 차는 후보는 한동훈인가. 또 이렇게 한번 띄워서 윤심이 한동훈에 있다는 것을 띄웠을 때 국민 반응과 당원 반응을 보는 것 아닌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이언주 국민의힘 전 의원 역시 한 장관이 떠올랐다고 했다. 현 부원장은 “이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 제가 보기에 한 사람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주 원내대표가 안 된다는 사람 얘기는 했는데, 누가 된다는 건 없다”며 “여기 언급 안 된 두 사람, 안철수와 유승민은 일단 아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다시 올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현 부원장은 ‘한동훈 당대표’에 관해 “가시권에 들어온 것 같다”며 “사실 대통령 되는 것보다 당대표 되는 게 어렵지는 않다”고 했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현실 가능성은 있다”며 “일단 윤 대통령이 가장 선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1위하고 있지만 윤심에서는 좀 멀어져 있다”며 “현재 나와 있는 경쟁자들은 유 전 의원을 이길 가능성이 없지 않을까. 너무 차이가 크게 난다”고 했다. 이어 “그러면 (현재 경쟁자들을) 밀어서 안 되면 이건 낭패지 않느냐”며 “현실적으로 (한 장관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보지 않을까. 그리고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기현 의원과의 독대, 윤 대통령의 당권 주자 면접 신호탄?

윤 대통령이 김기현 의원과 만난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지 않고 있다. 현 부원장은 “김기현 의원도 만났다고 하지만, 뚜렷한 메시지는 안 나오고 있다. 만약에 나가봐라라든지 잘해 봐라 이랬으면, 본인이 막 이렇게 기분이 좋아서 뭔가 할 거 아니냐”면서, “그런 얘기가 잘 없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14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서 유럽연합(EU) 특사단으로부터 결과 보고를 받고 오찬을 함께 했다. 이날 오찬에는 EU 특사단장인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을 비롯해 이철규(부단장) 임이자 박수영 배현진 의원,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 박성훈 고려대 교수 등 특사단 전원이 참석했고,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1차장이 배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14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서 유럽연합(EU) 특사단으로부터 결과 보고를 받고 오찬을 함께 했다. 이날 오찬에는 EU 특사단장인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을 비롯해 이철규(부단장) 임이자 박수영 배현진 의원,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 박성훈 고려대 교수 등 특사단 전원이 참석했고,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1차장이 배석했다. [사진=연합뉴스]

김 의원은 울산시장을 지낸 판사 출신의 4선 중진이다.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로, 대선 기간 원내대표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다. 주 원내대표의 조건에 따르면, 김 의원은 ‘수도권’이 아니란 점에서 탈락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게다가 주 원내대표는 황교안 전 대표, 김기현·윤상현·조경태 의원 등 4명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성에 안 찬다”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김 의원과 배석자 없이 3시간 단독 회동을 했다는 점을 두고, 윤 대통령이 김기현 의원을 시작으로 8명의 당권 주자들에 대한 면접을 시작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면접의 결과는 7일 출범하는 친윤계 모임인 ‘국민공감’을 통해 전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2일에 ‘원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4인방이라 불리는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을 부부동반으로 관저에 초청해 만찬을 했다. 이 만찬을 두고도 ‘윤심이 반영된 당대표를 선출해 달라’는 해석이 제기된 바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내년 2월 말‧3월 초로 가시화되고 있다.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 변경과 관련해서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을 통해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9대 1′ ‘8대 2′ ‘7대 3′(현행) 등 3가지 선택지로 나눠 선호도를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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