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경기도 평택에서 찍힌 화물연대의 플래카드. 여기엔 동종 업계 화물노동자에 대한 입에 담기 힘든 폭언이 담겨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5일 오전 경기도 평택에서 찍힌 화물연대의 플래카드. 여기엔 동종 업계 화물노동자에 대한 입에 담기 힘든 폭언이 담겨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24일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시작된 후 그달 29일 정부의 시멘트 부문 업무개시명령 발동, 이달 4일엔 정유·철강 등 피해가 막심한 부문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 준비로 화물연대 및 민주노총의 동력이 점차 상실되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화물연대가 운송거부에 동참하지 않거나 업무에 복귀 중인 동료 화물노동자들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하는 정황이 포착돼 스스로 정당성을 허물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5일 오전 화물연대가 어떻게 시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글이 인터넷의 한 게시판에 올라왔는데, 여기엔 2장의 사진이 포함됐다. 한 장은 플래카드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위 천막에 관한 것이었다. 사진을 직접 찍었다는 글쓴이는 펜앤에 "사진을 찍은 날짜는 천막은 어제(4일) 찍었고 현수막은 오늘 찍었다"고 했다. 제보자는 그러면서 "현수막은 어젠 없었는데 새로 생겼다"고도 했다.
 
첫 번째 사진은 화물연대본부 충남 서부 탱크지회가 내건 플래카드로, "지금 일하고 있는 개 쌍놈들아/오늘 길 바닦에서 객사 할 것이다!"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글쓴이는 "경기 평택 당진 중앙부두 쪽 항만 출입구에서 찍었는데, 충남 당진과 연계해 붙인 것 같다"고 했다. 두 번째 사진에서는 천막에 적힌 글귀는 정확히 알아볼 수는 없지만 직접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욕설이 적혀 있었다. 정확한 워딩이 어땠는지 글쓴이에게 물어봤지만, "저도 지금은 기억이 잘 안난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화물연대 본부 충남 서부 탱크지회가 내건 플래카드는 처음부터 집단운송거부에 참여하지 않은 화물차 기사들을 포함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으로 업무에 복귀한 화물노동자들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추경호 부총리는 4일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 장관대책회의 후 브리핑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33개 사 중 29개 사가, 차주는 791명 중 175명이 운송을 재개했거나 복귀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는데, 화물연대가 이들 개인을 특정하진 않았더라도 집단에 대해 '배신자'로 낙인 찍고 공격한 셈이다.

이에 대해 동종 업계의 '동료'가 운송거부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악담을 넘어 '저주'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폭언을 한 것이 적절치 않단 비판이 제기된다. 이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단결 투쟁을 하려면 처우에 대한 부당성과 당당하게 받아야할 요구만 이야기해야지 남에게 저주나 퍼부으면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인마다 소신이 있을 것이므로 집단적 행동에 나서고자 하는 화물 차주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적법하게 요구하면 되고, 일을 하고 싶은 차주는 운행을 계속하면 된다는 것이다.

바닥을 '바닦'으로 적어 맞춤법 오류를 보인 것에 대해서도 일부 비판이 제기되지만, 이는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다만 맞춤법 여부보다도 자신의 뜻을 따라주지 않는 사람들을 향한 마음 씀씀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어느 네티즌은 "맞춤법은 틀릴 수도 있다. 요즘 보면 배운 놈이나 아닌 놈이나 다 거기서 거기다. 근데 저 심보가 너무 고약하다"고 했다.

화물연대의 강한 워딩에서 이들의 초조함이 느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파급효과가 나오지 않자 불안감에 그 책임을 운송거부 미참여자들에게 전가하는 게 아니냔 것이다. 이를 지적한 네티즌은 "관련업 종사자인데 (다른 사람들) 슬슬 나와서 일하는 중"이라며 "정부에서 강하게 나오니 당황한 것 같다"고 했다. 

이 글에 대해 어느 네티즌이 "지금 국민들이 화물차 기사님들에 대해 안좋은 인식을 가지게 된 이유가 뭘까를 잘 보여준다"고 하자 글쓴이는 "백번 공감한다"며 "화물차는 혼자 일하기에 사회 생활을 제대로 못해서 선(線)이라는 걸 가지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저렇게 선 넘는 짓을 하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다만 글쓴이의 이러한 언급은 상식적인 다수의 화물 기사가 아닌 집단 운송거부시위를 주도하는 일부 노조원들을 향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물연대의 '선 넘는' 행위는 얼마 전에도 있었다. 화물연대 김해지부 소속 40대 A씨가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근처에서 운행 중이던 화물차량에 쇠구슬을 날려 앞유리를 파손하고 운전기사를 다치게 했던 것이다. A씨는 "연습 삼아 도로로 쇠구슬을 쏜 건 맞지만 차량을 향해 발사하진 않았다"고 강변했지만, 이는 폭력 시위 준비의 일환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화물연대의 언행이 집단운송거부의 정당성을 스스로 해치고 있음이 이번에도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4일 찍힌 화물연대의 천막. 여기에도 정확히 알아볼 수는 없지만, 각종 욕설이 적혀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4일 찍힌 화물연대의 천막. 여기에도 정확히 알아볼 수는 없지만, 각종 욕설이 적혀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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