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4일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관련 관계장관 대책회의에서 "정유, 철강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은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한 이유엔 해당 업계의 피해가 실제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란 평가다. 주말 동안 정부 추산 화물연대 파업 참여 인원이 예상보다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단 것이다.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분야는 정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오후 2시 기준 기름이 바닥난 주유소는 전국 74곳으로 증가했다. 서울이 31곳, 경기 15곳, 충북 3곳 등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기름이 동난 주유소가 나타났다. 서울·경기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점차 피해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외 충남 서산의 대산공단 내 현대오일뱅크에서도 평소 하루 150-200대 가량 운행되던 탱크로리가 파업 첫 날부터 전면 중단됐다. 석유 운송이 아예 멈춰버린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열흘 동안 석유화학 업계의 누적 출하 차질 물량 규모가 약 78만1000t(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금액으로는 1조173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집단운송거부 사태가 처음 발생했을 때 피해가 가장 막대했던 시멘트 분야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듯, 추가 발동의 제1목표로 정유를 삼은 데엔 이러한 실제 피해가 있단 것이다.

철강 쪽의 피해도 심상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제철은 인천·당진·포항 등 국내 5곳의 공장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5만t 가량의 철강 제품을 반출하지 못하고 있으며, 포스코 등 한국 철강의 메카로 손꼽히는 포항 지역에서도 지역 철강업체들의 출하 지연이 발생하면서 경북 지역 건설 현장 123곳 중 절반 이상에 건설 자재 공급 마비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시멘트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면서 시멘트 물량이 회복되는 모습이 명확하게 나타나 정부의 추가 업무개시명령의 정당성이 확보되고 있다. 성신양회 단양공장이 3일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581대분을 포함해 총 1만7058t의 시멘트를 출하하는 등 충북 시멘트 업계 출하량이 빠르게 원위치를 찾아가고 있다. 이는 파업 이전의 수준에 거의 근접한다. 아세아시멘트 제천공장도 이날 평소 휴일 출하량의 60%에 달하는 4600t을 출하했다. 시멘트의 경우 장기간 공기에 노출되면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출하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차질이 크단 점에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적절한 때 발동됐단 평가도 나온다.
한편 화물연대는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의 조력에 힘입어 주말에도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는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이 열하루째에 접어들었지만, 정부의 탄압은 흉포함만을 더하고 있다"며 "정부가 위법한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고, 헌법상 기본권과 국제기구 협력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행정권 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인권위가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다만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운송에 크게 기대고 있는 다양한 산업분야를 전면 마비시켜야 하냐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주말 집회 참여 인원이 줄어든 것도 집단운송거부의 명분이 약해진 것 때문 아니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