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4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구속 관련해 트위터에 2개의 글을 연달아 올렸다. 이는 서 전 실장의 구속을 비판함과 동시에 차후 자신에게 미칠 수 있는 수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쓴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트위터]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일 검찰에 구속된 것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SNS 글을 통해 안타깝다는 심경을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이 개인적으로 뛰어난 인물이란 점을 들며 구속을 간접 비판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장기적으로 문 전 대통령에게도 수사의 칼날이 겨눠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수사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4일 자신의 트위터에 두 개의 짧은 글을 연달아 올렸다. 첫 글에서 그는 "남북간에도 한미간에도 최고의 협상전략은 신뢰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구축되지 않는다"며 "긴 세월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더욱 힘이 든다"고 했다. 이어 "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다"며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라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두 번째 글에서는 "서훈 실장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모든 대북 협상에 참여한 최고의 북한전문가, 전략가, 협상가다"라며 "한미간에도 최상의 정보협력관계를 구축하여, 미국과 긴밀한 공조로 문재인정부 초기의 북핵 미사일위기를 넘고 평화올림픽과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끌어 내면서 평화의 대전환을 만들어냈다"라고 평했다.

문 전 대통령은 첫 번째 글에선 서 전 실장이 남북 간, 한미 간 신뢰를 만들어냈던 주역임을 들어 안타깝다고 표했다. 두 번째 글은 서 전 실장이 역대 민주당 정권의 대북 정책에 깊이 관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협력해 '평화'라는 성과를 이뤄냈으므로, 수사는 부당하다는 투로 풀이된다. 또한 두 번째 글의 마지막 '평화올림픽과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끌어 내면서 평화의 대전환을 만들어냈다'란 평가는 문재인 정부가 자신의 대북 정책을 자평할 때 흔히 쓰는 문구란 점에서, 서 전 실장의 구속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다른 분야는 차치하고 '북한' 관련해서는 온갖 비판을 무릅쓰면서라도 자신의 '업적'을 옹호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후 그에게 겨눠질 수 있는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냔 분석도 나온다. 서 전 실장의 구속을 결정한 재판부(서울중앙지법 김정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구속영장 발부의 이유로 "범죄의 중대성과 피의자의 지위,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추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댔고, 이는 '고도의 정책적 판단사항을 사법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문 정부 인사들의 주장을 물리친 것이기 때문에 최종 결정권자인 문 전대통령도 수사 물망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즉 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의 구속이 부당했음을 지적함으로써 자신의 수사를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트윗 두개는 오후 2시를 넘기면서 좋아요 수를 각각 4000개/5000개를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이는 극렬 지지자들에 의한 것으로 풀이되며, 그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이) 호구짓 하는 동안 북한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완성하고 전술핵무기로 소형화도 끝냈는데 북한은 얻은 것 많다" "신뢰가 많아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됐냐" "결국 북한은 핵 포기 안했고 (한국은) 아무 것도 얻은 게 없다" "받아주지도 않는 짝사랑을 해놓고 상대가 거절하는 데도 구걸하는 수준이다" "대북전문가랑 우리 국민이 죽은 거랑 무슨 상관이길래 저런 헛소리를 길게도 써 놨냐" 등 문 전 대통령의 '아전인수'식 해석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한편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故 이대준 씨의 피살 관련해 은폐를 목적으로 관계부처에 관련 정보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이 소식이 언론 등을 통해 국내에 확산되자 관계기관 보고서 및 보도자료에 '자진 월북'했다는 허위 내용을 쓰게 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도 받고 있다. 검찰은 피살 사건 관련해 서 전 실장 외에도 박지원 전 국정원장(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에 대한 수사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는 모습이다. 그는 3일 결국 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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