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아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포르투갈 대표팀에 맞서 2-1의 역전극을 이뤄낸 한국 대표팀이 경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를 맡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대표팀에 짜릿한 대역전극을 펼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대표팀은 3일 0시(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아라얀에 있는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H조 중 가장 강한 팀으로 평가되는 포르투갈 대표팀과 3차전을 벌인 끝에 2-1의 역전승을 이뤄 냈다. 

한국은 우루과이 대표팀과의 1차전에선 0-0 무승부, 가나 대표팀과의 2차전에선 2-3의 석패를 기록해 1무1패인 상황이었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를 이뤄 내야만 했다. 후반전이 끝나갈 때까지도 1-1의 팽팽한 동점을 유지해 탈락이 유력했다.

하지만 후반 46분경 손흥민 선수가 수비수 3명을 제치고 침착하게 황희찬 선수에게 패스했고, 황 선수가 그대로 골로 연결시켰다. 손 선수로서는 그간 부진했던 경기력으로 야기됐던 논란과 비판을 어시스트 한 번으로 단숨에 잠재운 셈이 됐으며, 황 선수도 넘겨받은 공을 정확히 골대에 적중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골을 넣는 순간, 4일 새벽 생중계로 경기를 시청하고 있던 한국인들의 환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도 했다. 흡사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올라갈 때까지 국민이 보여줬던 기쁨과도 같았다고 할 수 있다.

포르투갈전 승리가 확정되자 태극기를 들고 기쁨을 만끽하는 한국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포르투갈전 승리가 확정되자 태극기를 들고 기쁨을 만끽하는 한국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가나전에서 앤서니 테일러 주심에 항의하다 퇴장당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벤투 감독도 황 선수의 결승골에 환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벤투 감독은 곧 이성을 되찾고 남은 시간에 대한 작전 지시를 내려 감독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기도 했다. 

한국이 포르투갈에 승리를 거두더라도 '경우의 수' 때문에 16강에 올라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다수 나온 바 있다. 실제로 한국은 이날 가나에 2-0으로 승리한 우루과이와 동일한 1승1무1패를 기록했는데, 다득점에서 앞서 2승1패를 기록한 포르투갈에 이은 조2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은 의미가 크단 분석이다. 벤투호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누리며 4강까지 올랐던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허정무 호의 2010년 남아프리카 월드컵 16강 진출에 이어 3번째 16강 진출을 일궈 냈다.

한국 대표팀이 특유의 '뻥축구'에서 '빌드업' 축구를 제대로 실험하고 적용시켜 16강에 진출했다는 사실 또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국 대표팀은 전통적으로 큰 경기를 얼마 남기지 않고 모여 단기간만 연습을 하는 경향이 강해, 하나의 팀이 되기 위해 조직력을 유기적으로 강화하는 데 실패해왔다. 그래서 나온 것이 '뻥축구'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공을 길게 날리면 공격수가 이를 받아 골로 연결시키는 작전만 구사해온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18년 8월 신태용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부임한 벤투 감독은 4년간 한국 선수들이 공을 계속 가진 채로 패스를 주고받으며 경기 전체의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빌드업' 축구를 자리잡게 하려 노력했다. 그 결과 한국 대표팀의 전반적인 경기 수준이 올라갔단 평가를 받았다. 지난 3경기에 대해 승패와 상관없이 '잘 싸웠다'는 논평이 나오는 이유인 것이다. 이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이 이번 16강 진출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벤투 감독을 비판했던 한국팬들도 그의 장기적인 안목을 칭찬하고 있으며, 일각에선 한국이 거스 히딩크 전 감독에 이어 또 한명의 훌륭한 지도자를 찾아냈단 지적도 나온다.

한국 대표팀은 오는 6일 오전 4시(한국시각) 도하의 974스타디움에서 G조 1위를 기록한 브라질 대표팀과 맞붙을 예정이다. 브라질 대표팀은 포르투갈 이상의 강호이자 승리 후보로 꼽힐 만큼 강하다고 평가되지만, 팬들은 한국 대표팀이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펼치고 선전하길 바라고 있다. 한국이 또 한번의 기록을 다시 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승리 후 경기장을 달리며 환호하는 한국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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