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칼럼] 10대 소녀의 ‘꼿꼿 악수’: 백두혈통의 위상과 위선을 보다
[강동완 칼럼] 10대 소녀의 ‘꼿꼿 악수’: 백두혈통의 위상과 위선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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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
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

김정은이 또 딸을 데리고 등장했다.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에 참여했던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자리였다. 리설주를 닮았다는 흥밋거리를 넘어 그 의미를 깊이 살펴봐야 한다. 김정은은 왜 딸을 공개했을까? 김정은의 딸을 공개한 11월 27일자 노동신문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이 기사에서 유독 눈에 띄는 단어는 바로 '존귀하신 자제분', '후대', '백두혈통' 등이다. 기사의 원문을 그대로 보면, "조국과 후대들을 위하여 우선 강해지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백두의 혈통만을 따르고 끝까지 충실할 것” 등의 표현이다. <당 중앙에 드리는 충성과 신념의 맹세>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이번 미사일 발사에 참여한 국방과학원 미사일부문 과학자, 기술자, 로동자, 일군들이 김정은에게 보내는 충성의 결의문 형식이다. 그 결의문에서 바로 "앞으로 변함없이 백두의 혈통만을 따르고 끝까지 충실할 것"이라는 충성서약을 한 것이다. 북한에서 주요 문건에 흔히 사용하는 “김정은 동지만을 따른다는 것이 아니라”, 분명 “백두의 혈통만을”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백두혈통은 그 자리에 참여한 김정은의 딸도 당연히 포함된다.

또한 이날 공개한 15장의 사진 중 김일성 김정일 동상 앞에서 연출한 사진은 분명 의도가 있다. 지금까지 김정은과 기념사진을 찍는 장소는 대부분 해당 건물앞이나 넓은 광장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가운데 두고 의도된 연출을 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 이어 4대에 걸친 세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

한편, 북한에서 김정은의 교시는 절대적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지금까지 강조한 것이 '후대사랑, 청년중시' 사상이다. 심지어 아이들의 학용품을 하나하나 세어주시며 안겨주시었다고 선전하기도 하며, 아이들의 젖제품(우유) 생산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육아정책까지 제시했다고 자랑한다. 후대사랑은 다름 아닌 어릴 때 부터 사상을 강화하고 충성심을 키워 친위대로 키우겠다는 의도다. 북한 체제의 근간이 강력한 사상무장에 있다는 점에서 어릴 때부터 세뇌교육을 통해 정권에 대한 충성심과 우리국가 제일주의를 심어준다는 것이다.

이제 북한의 선전매체는 그동안 학용품과 젖제품까지 일일이 신경쓰며 후대사랑을 펼쳐온 김정은이 드디어 핵미사일 완성을 통해 아이들에게 강력한 조국을 안겨주었다고 선전할 것이다. 후대사랑의 가시적 선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결국 후대를 대표하는 10대의 딸을 데리고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장면을 보여준 것이다.

김정은의 딸을 향해 "존귀한 자제분"이라는 존칭을 사용한 것도 주목된다. 존귀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높고 귀하다"는 뜻이다. 10대의 어린 딸을 북한 노동신문은 높고 귀한분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김정은의 딸은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지휘관급 군인과 악수하며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아랫사람을 대하는 듯한 모습이다. 군인이 허리를 숙인 채 두 손으로 공손히 악수하는 모습과는 분명 대조적이다. 백두혈통의 위상과 위선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정은과 '남다른 인연을 맺은 친솔집단성원'이라고 자신들을 칭한 미사일발사 공로자들이 백두의 혈통만을 따르겠다고 충성 결의문을 발표하는 작금의 상황이 바로 북한 정권의 본질이다. 아이들을 먹일 젖제품도 원활히 공급하지 못하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미사일과 핵개발에 전념하면서, 외세의 침략에 맞서는 유일한 길은 핵무력완성이라 선전한다. 그러면서 후대들을 위해 지금의 고난과 난관을 이겨내자며 내부적 불만을 잠재우려 한다.

과연 북한 주민들도 그리 생각할까? 하루 끼니조차 제대로 먹이지 못해 피골이 상접한 자신들의 자녀와, 김정은의 딸은 분명 비교되는 모습이다. 어린 자녀까지 데리고 나와 자신의 통치수단으로 삼는 저 패악한 독재집단을 대체 어찌해야 할까. 4대 세습이라니 말만 들어도 끔찍한 일이지 않은가? 우리가 지금 북한 정권의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해진다. 한가지 더욱 분명한 사실은 저 독재집단을 그냥 둔 채 결코 평화를 운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동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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