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데 대해 "위헌성이 큰 명령”이라며 철회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화물자동차법상 업무개시명령은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제도라는 점에서, “무책임과 내로남불의 극치”라며 성토했다.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데 대해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당장 철회하라"며 반발했다. 2022.10.30.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데 대해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당장 철회하라"며 반발했다. 2022.10.30.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철회 요구...“위헌성 큰 명령‘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열고 위헌 논란이 있는 업무개시명령을 시멘트 분야부터 발동했다"며 비판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외형상 법치주의를 내걸었지만 법적 처벌을 무기로 화물노동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낮은 운임, 과적 과로로 인한 안전 사고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고민이나 개선 의지는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무개시명령은 내용과 절차가 모호하고 위헌성이 높아 2004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다"며 "업무개시명령의 발동 조건을 보면 '정당한 사유', '커다란 지장', '상당한 이유' 등 추상적인 개념들이 가득해 임의적 판단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농후하다"고 설명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노무현 정부, 화물연대 총파업 계기로 업무개시명령 도입해”

민주당의 이같은 비판에 대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되고 윤석열 대통령은 안 되느냐”라고 반박했다. 업무개시명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에 마련됐고, 문재인 정부 의약분업 사태 당시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적이 있다. 민주당의 주장대로라면, 노무현 정부가 위헌적이라고 자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기 위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기 위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 원내대표는 업무개시명령 법안이 마련된 배경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업무개시명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12월 22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합의에 따라 재석 177인 중 찬성 167인, 반대 7인, 기권 3인으로 통과됐다"며 "그해 화물연대가 5월 2∼15일, 8월 21일∼9월 5일 두 차례 파업을 벌여 부산항이 마비되는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자, 노무현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하는 화물자동차운송사업법 개정안을 주도했고, 여야가 여기에 화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안) 찬성 의원 명단엔 (당시) 이낙연 의원, 유시민 의원, 추미애 의원, 임종석 의원 같은 쟁쟁한 민주당 쪽 인사들도 있다"라고 꼬집었다.

연이어 주 원내대표는 "이후 화물자동차법상 업무개시명령은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지만,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은 발동된 적이 있다"면서 "바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8월에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이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2003년 화물연대 불법파업에 대한 엄정 대응 지시

주 원내대표의 입장은 명확했다. “화물자동차법상 업무개시명령을 처음 만든 것도 자기들이고 이것을 처음으로 발동한 것도 자기들이면서, 지금 와서는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법이 하라고 하는 것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화물연대의 불법파업과 관련해 2003년 8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으로부터 물류파업에 대한 보고를 받고 “물류와 같은 국가 주요기능을 볼모로 집단 이익을 관철하는 기도는 결코 용납되서는 안된다”면서 “물류마비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8월 26일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의 불법파업에 대해 엄정 대처'를 지시했다. [사진=MBC 캡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8월 26일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의 불법파업에 대해 엄정 대처'를 지시했다. [사진=MBC 캡처]

노 대통령은 또 “파업에 참가한 화물연대 지도부에 대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다양한 채널로 설득을 계속하는 여러 가지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며 “대신 대화하려는 성의가 없거나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말했다.

최종찬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화물연대의 일괄타결 방침은 무리한 요구”라며 “컨테이너 부문을 볼모로 삼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이어 “불법에 대해서는 사법처리를 진행하고, 협상은 민간인끼리 자율적으로 하도록 맡긴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에 화를 많이 내, 내게 단호한 대응 지시”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쓴 ‘운명’에서는 좀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전 대통령에게 노 전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물류를 멈취 세상을 바꾸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부산항 수출입을 막아 주장을 관철하려는 방식에 화를 많이 냈다. 내게 단호한 대응을 지시했고, 군 대체인력 투입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마침 미국 방문 중이었는데도 나한테 거듭 이런 지시를 내려서...”라고 돼 있다.

문 전 대통령에 따르면, 화물연대와 협상을 시도해 합의타결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말이 합의타결이지 정부가 두손을 든 것이었고, 화물연대로서는 대성공을 했는데 성공에 도취했는지 두세달 후에 2차 파업을 했다고 한다. 법과 원칙대로 단호하게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화물연대 지도부는 결국 구속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와 화물연대와의 대화는 끊겨버렸다는 것이 문 전 대통령이 ‘운명’에서 밝힌 내용이다.

화물연대의 불법파업은 정치투쟁, 보수와 진보 모두 비판적

화물연대의 불법파업에 대해 친노동자를 표방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의 인식은 윤 대통령의 입장과 거의 흡사하다. 윤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와 보수를 불문하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화물연대의 불법파업(운송거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이유가 바로 화물연대의 행위가 ‘정치투쟁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서 “화물연대 운송거부는 민노총 릴레이 파업의 일부로 ‘노란봉투법’ 같은 법들을 통과시켜 한국경제를 불법파업 천국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정치투쟁”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화물연대 운송거부에 대해 국민들이 우호적이지 않은 이유는 그것의 외양은 경제투쟁이지만 본질은 정치투쟁이기 때문”이라며 “이미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이 결정된 상황에서 운송거부를 강행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물연대 지도부, 19년전 노무현 정부 당시 구속돼

문 전 대통령의 ‘운명’에 따르면, 19년 전 노무현 정부에서는 화물연대의 지도부가 구속되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번 업무개시명령이 처벌을 위한 게 아니라, 조속한 업무 복귀를 독려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업무개시명령은 국가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운송거부자에 대한 처벌이 목적이 아닌, 운송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다.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민생 위기와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치주의 행정력 발동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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