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5일 화물연대의 파업이 끝나면서 시멘트 운송이 재개된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의 모습. 이번 파업에서도 시멘트 업계의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지난 24일부터 개시한 파업이 엿새째로 접어들면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한 목소리로 화물연대의 파업이 불법 '범죄 행위'라고 보고 29일 국무회에서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의결됐는데, 이에 대해 화물연대는 '계염령'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결행한 이유이자 정부·여당이 이와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대립점인 '안전운임제'란 무엇이며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안전운임제 시행됐지만...타협점은 '한시적 시행'

안전운임제란 단어 그대로 화물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게 적정한 수준의 운임을 보장하는 제도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안전운임은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의 보장을 통해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등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이다. 화물연대는 이를 "'마치 최저임금처럼' 화물노동자의 권리와 도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적정 운송료"라 설명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2020년 처음 도입됐다. 이에 따라 화주(화물주인) 혹은 운송사업자들이 통상 결정하던 운임은 기존의 화주 및 운송사업자에 더해 화물차주와 공익위원까지 참여해 15명 이내로 구성되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도 명시돼 있다.

다만 안전운임제는 2020년 1월 1일부터 약 3년 동안만 시행되기로 결정됐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에 관한 부분은 2022년 12월 31일까지 유효함'이란 부칙으로 명시돼 있는데, 이를 '일몰조항'이라 한다. 안전운임제를 한시적으로만 시행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화주와 운송사업자들이 비용 상승을 이유로 적극 반대했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21년 발간한 교통연구에도 '안전운임제 영구 도입시 도로운임 상승'을 우려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안전운임제 영구 시행· 품목 확대 원하는 화물연대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영구적으로 도입·시행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운송료가 낮을수록 화물노동자는 위험 운행으로 내몰리게 된다'며 '유류비, 차량할부금 등 화물 운송에 필수적인 비용을 다 지출하고도 생활비를 남기려면 최대한 오래 일하고, 빨리 달리고, 한 번에 많이 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지난 10년 간 물가인상률보다 오히려 하락한 화물 운송료 때문에, 화물노동자들은 하루 13시간이 넘는 과로와 위험한 과적, 과속을 강요받아 왔다'고도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가 사고 발생률을 경감하는 데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낮은 운송료가 강요하는 장시간 노동과 야간 운행, 과로와 과적이 도로의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안전운임 시행 후 과적·과로·야간운행은 줄었고 안전은 늘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제도 시행 후 시멘트 과적(30%→10%), 컨테이너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 비율(29%→1.4%), 시멘트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 비율(50%→27%) 등이 각각 급감했단 점을 들었다. 다만 이들이 내놓은 통계 수치가 상수-변수를 정확히 통제한 후 나온 결과인지, 코로나 등 이례적 사건을 반영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화물연대는 이를 바탕으로 안전운임제가 더욱 확대 실시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현재는 제도 도입시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단 우려 때문에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품목만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당, 안전운임제 연장 동의·품목 확대엔 반대

반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안전운임제의 연장에는 동의하지만 확대 실시에는 반대하고 있다. 국힘 성일종 정책위원장은 지난 22일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사태 점검 긴급 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여당과 정부는 컨테이너·시멘트에 한해 안전운임제도를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연장 이유에 대해 성 위원장은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였던 교통 안전 효과가 불분명해 일몰 연장을 통한 추가 검증의 필요성이 있다"며 "최근 고유가 상황과 이해관계자 간의 의견을 고려해 일몰3년 연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 위원장은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로 "화물연대가 추가 적용을 요구하는 철강, 유조차, 자동차 등 5가지 품목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양호하다"며 "(이 품목들에) 적용시 국민들의 물류비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국민 부담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확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성 위원장은 이어 "확대하려는 품목들 임금이 상대적으로 결코 적지가 않다"면서 "500만원이 넘고 600만원에 가깝다. 이러한 요구는 대의 명분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힘은 현재 안전운임제가 실시되고 있는 컨테이너·시멘트를 제외한 기타 품목에 대해서는 화물노동자들이 충분한 소득을 벌이들이고 있단 이유로 확대 실시를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 자료를 참고했을 때 국힘의 주장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료 및 보험급여 산정의 기초가 되는 보수액 및 평균임금'에 의하면 수출입 컨테이너 및 시멘트를 운송하는 화물차주의 월 보수액은 431만원이며 일 평균임금은 14만3667원이다. 또한 올해 일부개정 고시안에 따르면 자동차를 운송하는 차주 및 밀가루 등 곡물가루, 곡물 또는 사료를 운송하는 차주의 월 보수액은 483만원이며 일 평균임금은 15만8790원이다. 

그외 고용노동부가 올해 펴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기준 보수액 및 평균임금 산정을 위한 소득수준 실태조사' 보고서를 봐도 화물차주의 월평균 순소득은 일반 근로자에 비해 다소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에 따르면 2021년 자동차 운반 화물차주의 월평균 순소득은 528만원, 곡물 운반 화물기사는 525만원이다. 이는 일반 임금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320만원보다 200만원 정도 높은 것이다. 국힘이 안전운임제를 굳이 확대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업무개시명령, 시멘트 업계에 가장 먼저 시행된 이유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첫 업무개시명령은 시멘트 운송 노동자들의 업무복귀에 관한 것이다. 정부는 시멘트를 제1순위로 잡은 까닭으로 "그간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의 장기화에 따른 피해 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산업계 및 해양수산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한 결과 시멘트 분야 물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시멘트 운송마비로 출고량이 평시대비 최대 약 90-95% 감소돼 전국 건설현장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공기 지연, 지체상금 부담 등 건설업 피해가 누적되면 건설원가·금융비용 증가로 산업 전반의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이는 건설산업발 국가 경제 전반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고 했다.

시멘트업계는 지난 6월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더해 이번 파업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멘트협회는 그달 15일 입장자료를 내고 "시멘트업계는 지난 7일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를 시작으로 8일 동안 누적 매출손실이 1061억원에 달하고, 일부 시멘트 공장의 생산라인이 중단되는 등 위기상황에 직면했다"며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확대, 운송료 인상을 이유로 시작된 집단 운송거부 사태는 화주인 시멘트업계 뿐만 아니라 레미콘, 건설 등 관련 산업에도 큰 피해를 끼쳤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시멘트업계는 안전운임제가 추가 연장되는 것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거부 입장을 밝혔었다. 협회는 입장자료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국토교통부의 노고에 사의를 표한다"면서도 "3년 일몰제를 전제로 올해까지 시행 예정인 안전운임제에 대해 당사자인 시멘트업계를 제외한 채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지속 추진키로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멘트업계가 안전운임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안전위탁운임(운송사업자가 차주에게 지급하는 돈)이 상승하면 안전운송운임(화주가 운송사업자에게 지급하는 돈) 또한 상승해 결국 운송비 전반이 올라버리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대상인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는 안전위탁운임은 각각 1.57%포인트와 2.66%포인트 만큼 올랐고, 안전운송운임은 1.68%포인트와 2.67%포인트만큼 올랐다. 시멘트협회는 "현재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운임제엔 화물차주 요구대로 경유가는 물론 화물차량 할부금 등 금융비용, 화물연대 가입비용, 화물 차주 개인 핸드폰 사용료, 개인사업자인 화물차주들의 소득 신고 등 세무신고에 필요한 컨설팅 비용, 4대 보험료, 주차비, 교통비까지 반영돼 있다"면서 "이런 비용들은 안전운임제라는 이름으로 시멘트, 컨테이너 업계 화주에게 전가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 역시 7일째 접어들었기 때문에 누적손실이 지난 6월의 1061억에 근접했을 수 있단 추측이 나온다. 정부가 시멘트 운송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가장 먼저 내린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안전운임제 정착은 '불투명'...국토교통부는 큰 효과 없었다고 보고 있어

안전운임제가 완전히 정착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여당에 이어 국토교통부도 안전운임제가 현재까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추가 연장을 통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 24일 해명자료를 통해 "정부는 안전운임제에 대해 지난 6월 화물연대와 논의한 바를 충실히 이행해왔다"며 "당초 안전운임제는 교통안전 개선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나, 지난 3년간 한시 시행한 결과 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정부는 일몰 연장을 통해 제도 효과를 더 지켜보는 것은 필요하나 제도 효과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품목 확대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또한 '일몰제 폐지 및 품목 확대 약속이란 전제에 정부가 동의해 협상을 시작했다'는 화물연대의 주장도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국토부는 (일몰제 폐지) 수용이 곤란하며 일몰 연장 입장을 견지했고, 화주·운송사·화물차주와 간담회 등을 통해 논의한 결과 컨테이너와 시멘트 연장은 추진하되 품목 확대는 곤란하단 입장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6월 나온 '안전운임제 시행결과 평가 보고서'를 기반으로 안전운임제의 효용성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단 평가다. 교통연구원이 2021년 7월 5일부터 8월 6일까지 화주 100곳(컨테이너 85, 시멘트 15), 운송사업자 105곳(컨테이너 80, 시멘트 25), 화물차주 400명(컨테이너 300, 시멘트 100)을 대상으로 연구조사를 실시했는데, 여기에서 교통사고 발생 증가 추세는 연평균 8.7%에서 2.5%로 감소했지만 과속·과적 개선 효과는 미미했다.

과속단속 건수는 2019년보다 2020년에 오히려 4건 증가했으며, 과적단속 건수도 2020년 98건 감소했다가 2021년엔 93건이 다시 늘었다. 화물 가격입찰을 하지 않는 화주와 운송사 비율도 두 품목 모두 30%를 넘었다. 기존에 이뤄지던 가격입찰보다 안전운임이 높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화물차주의 과적·과속이 줄었다고 주장하는 화물연대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단 점에서, 제도 연장을 통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정부 측의 주장이 합리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20일 정부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가 산업계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시멘트 분야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시 법정 제재 절차에 들어갈 것임을 밝혔다. 이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날 중대본에서 밝힌 내용이다.

30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대본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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