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의 한 공원 앞에서 방역복을 입은 작업자가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27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의 한 공원 앞에서 방역복을 입은 작업자가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중국은 지난 2020년 9월 8일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후에도 중국의 코로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제로'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중국인들의 불만이 폭발해 지난 26일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제로' 정책은 무엇이며 중국은 왜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 정책을 견지하고 있는 것일까.

현재 코로나19 제로 정책은 어떻게 이뤄지나

중국의 코로나19 제로 정책을 대표하는 것은 락다운(봉쇄) 및 격리조치다.

BBC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전면적인 국가 락다운 정책은 쓰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오히려 초강압적이었던 조치 다수가 완화됐다. 예를 들면 코로나 초기 감염자는 10일 동안 격리되어야 했으나 현재는 감염 장소에서 5일, 자택에서 3일 총 8일 격리되면 된다. 또한 국제 항공편을 통한 중국 입국도 지난 3월부터 가능해졌다. 중국으로 오는 여행객은 도착전 48시간 내에 코로나 검사를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코로나 정책은 여전히 매우 엄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BBC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 정부는 지방 당국에 극소수의 감염 사례만 발생해도 엄격한 락다운 조치를 적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일단 감염이 보고된 지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은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에 걸렸다고 판명되면 집이나 정부 감독 시설에 격리되는데, 이는 사실상 '감금'에 해당한다. 사업장과 학교 또한 폐쇄되며, 식품을 파는 가게를 제외한 상점도 문을 닫아야 한다.

이러한 '코로나19 제로'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중국인들은 최소 수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으로 인구 1900만명에 달하는 중국 남부 광동성 광저우시는 최근 시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윈 구에 5일간의 락다운을 실시했는데, 이로 인한 광저우 시민들의 불편이 매우 컸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제로' 정책을 대표하는 것은 강력한 락다운(봉쇄) 및 격리 조치다. 이는 중국 정부에 따르면 효과적인 코로나 대응 수단이지만, 중국인들은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합하는 정책이다. 지난 26일부터 중국 여러 도시에서 시위가 일어난 것은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코로나19 제로 정책을 실시하는 이유는

현재 세계에서 '제로 코로나'를 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새로운 변이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코로나19를 완전 근절하긴 어려우므로 풍토병처럼 '코로나와의 공존'을 추구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정책의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제로' 정책이 중국인 다수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엄격하게 통제되지 않으면 노인과 같은 취약한 사람들의 사망률이 훨씬 높았을 거란 얘기다.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엄격한 락다운 조치로 중국 내 코로나 사망자는 공식적으로 52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중국 인구 백만 명당 3명 꼴로, 미국의 3000명과 영국의 2400명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다만 중국의 공식 집계가 정확한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중국의 사망자 집계는 폐렴 이상의 중증 환자 위주로 이뤄진다. 한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들이 단순 기침이나 발열 같은 경증도 포함시키는 것과는 다르다. 이럴 경우 모집단에 중증 환자만 포함되므로 치명률 자체는 올라갈 수 있지만 온전한 집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일각에선 중국이 자국의 백신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대신에 강력한 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백신 접종 기록은 올해 기준 1회 이상 접종이 92.4%, 접종 완료가 90.1%에 달하지만 코로나 감염자가 다시 나오고 있어 백신이 소용이 없단 인식이 중국 당국자 사이에 퍼져 있는 게 아니냔 것이다.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은 이미 외국에서 표출된 적이 있다. '시노팜(Sinopharm)' '시노백(Sinovac)'으로 대표되는 중국 백신은 지난 2021년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로 수출됐다. 하지만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중국 백신을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등과 교차접종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이는 중국 백신이 코로나에 대한 면역력을 충분히 강화하지 못한단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됐다.

코로나19 제로 정책은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치나

중국의 엄격한 코로나 관리 정책이 현재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장래 중국 경제엔 긍정적으로 작용할 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순 없다. 중국 경제는 리커창 전 중국 총리가 말한 대로 일종의 통계적 '마사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외부의 분석에 따르면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 물류 운송·물품 구매가 전면 중단되기 때문에 중국 지역 경제가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단 것이 중론이다. 일례로 지난 9월 초 중국 쓰촨성 청두시에 '코로나19 제로' 봉쇄 조치가 이뤄지자 지역 주민들의 삶 자체가 붕괴됐다. 청두 시민들은 봉쇄 직전 외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을 대비해 마트에서 생필품 사재기에 돌입했다. 일부 시민들은 중국 당국에 저항하면서까지 대비할 시간을 벌고자 했다.

중국 산업계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미 이는 실현된 바 있는데, 지난 8월 말 아이폰14 제조 관련해 애플사가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일부 인도로 이전한 것은 '코로나19 제로' 정책 때문이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수많은 부품들이 중국 내외로부터 운송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봉쇄 조치 등으로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에는 인도가 중국만큼 제조업 노하우가 충분치 않아 부족분을 생산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중국의 코로나19 제로 정책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애플이 생산기지를 추가로 이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플 외에도 테슬라 중국 공장 등도 코로나 정책으로 생산 공정을 중단하는 등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제로 정책을 철회하지 못하는 이유는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쉽게 철회하지 못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중국공산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독재·폐쇄성 때문이란 분석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특정 정책에 대한 잘못이 발견되면 당국 수장이나 관계자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과정이 동반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이 불충분하다면 국정조사나 청문회, 수사를 통해 그 죄상이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의 국가이며 시 주석이 사실상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어 쉽사리 정책을 철회할 수 없다.

더욱이 지난 2020년 코로나가 '종식'됐다고 선언한 판국에 그 성공의 근간이라고 자부했던 '코로나19 제로' 정책을 철회한다는 것은 시 주석에겐 스스로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즉 시 주석과 중국공산당에게 '코로나19 제로'는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정책적 마지노선 중의 하나란 얘기다.

시 주석은 지난 2020년 코로나 승리 선언을 하면서 중국의 위대한 방역 정신을 5개 키워드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 생명 최우선-중국인의 인애 전통과 중국공산당의 '국민 중심' 가치 추구를 집중적으로 구현했다 ▲ 전 국민이 한마음-중국인이 한 마음으로 동고동락하는 단결의 위력을 집중적으로 구현했다 ▲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다-용감하게 모든 어려움을 압도하고, 어떤 어려움에도 압도당하지 않는 중국인의 완강한 의지를 집중적으로 구현했다 ▲ 과학 존중-진리를 추구하고 실질적인 것에 힘쓰는 태도와 혁신하는 중국인의 실천 품격을 집중적으로 구현했다 ▲ 운명을 같이 하다-마음을 합쳐 난관을 극복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중국인의 도의적 책임감을 집중적으로 구현했다 등이다. 즉 시 주석은 자국의 코로나 통제 정책을 이렇듯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더구나 최근 있었던 공산당 당대회에서 리커창 총리를 이은 차기 총리는 리창 현 상하이시 당위원회 서기 및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다. 그는 지난 3월 27일(현지시각) 상하이시에 대한 전면적인 봉쇄 조치를 내린 주역으로, 그에 대한 비판이 중국 내부에서 격렬했음에도 차기 정부 2인자의 자리에 올랐다. 시 주석의 신임이 그만큼 두텁다는 소리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령 무오류설'에 따라 북한 인민들에게 절대 사과를 하지 않듯, 사회주의 국가이며 시진핑 정신을 당 강령에 집어넣는 시 주석의 중국공산당이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하는 '코로나19 제로' 정책을 스스로 철회해 '시진핑 무오류설'에 생채기를 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즉 제2의 천안문 사태를 벌일지언정, 중국공산당이 중국 인민에 굴복할 일은 없을 거란 얘기다. 

27일(현지시각) 중국 주요 도시들에서 '코로나19 제로' 조치를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이 여파를 차단하고자 중국 공안들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27일(현지시각) 중국 주요 도시들에서 '코로나19 제로' 조치를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이 여파를 차단하고자 중국 공안들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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