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부터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제로' 정책에 반대하는 중국인들의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중국 경제 수도 상하이에선 27일(현지시각)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 등 반정부·반공산당 구호가 등장했고 수백 명의 시위대와 공안이 충돌하기도 했다. 반정부 시위는 상하이 외에도 베이징, 우한, 청두, 란저우 등 중국 주요 도시들로 퍼져 나가고 있다.
중국인들이 시위를 벌이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당국의 무리한 '코로나19 제로' 정책이란 분석이다. 지난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10명이 사망한 소식이 웨이보 등 중국 SNS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중국인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불이난 지역이 '코로나19 제로' 정책으로 봉쇄된 지역이라 사람들이 탈출을 못해 사망자가 늘어난 것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우루무치 400만명 인구 중 다수가 봉쇄 조치에 따라 100일 이상 집 밖을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가 벌어지자 우루무치 당국자는 지난 26일 급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제로' 조치로 화재 현장 탈출 및 구조 작업이 더 용이해졌다고 주장했지만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7일 신장위구르의 우루무치 이름을 딴 상하이의 우루무치로엔 촛불 시위가 등장했다. 시위대는 기본적인 인권을 요구하고, 코로나 테스트 없이는 집을 떠날 수 없다며 당국의 정책을 비판했다. 상하이 시위에 나온 한 시민은 "난 내 나라를 사랑하지만 정부를 사랑하진 않기 때문에 여기에 왔다"며 "나는 자유롭게 나갈 수 있기를 원하지만, 그럴 수 없다. 우리 코로나19 정책은 게임이지 과학이나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상하이 공안이 체포를 시도하자 시위대는 서로의 팔을 붙잡아 공안이 끌고 갈 수 없게끔 도왔다. 또한 시위대는 공안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아무 것도 적히지 않은 흰색 종이를 들기도 했다. 이러한 '백지' 시위는 베이징을 비롯한 다른 도시들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이날 우한과 청두에서도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는 장면이 포착됐으며, 여러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는 주가 바뀌어도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28일 오전 베이징에서는 최소 1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량마강 인근의 제3순환도로에 운집해 시위를 벌이는 한편 해산하라는 중국 당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시위대는 "우리는 마스크를 원치 않는다,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우리는 코로나 테스트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중국의 수도이자 중국공산당의 심장인 베이징에서도 코로나 방역 조치를 반대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성격의 시위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중국인들의 누적된 불만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 시위는 이날 밤에도 계속됐다.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27일 오후 10시 30분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 신위안남로(新源南路)에 수백명의 베이징 시민들이 흰 종이를 들고 다니며 “베이징을 풀어줘라”, “PCR(유전자 증폭) 검사 대신 자유를 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들고 있는 종이에 아무것도 적지 않았는데, “피켓을 들면 경찰(공안)이 압수하기 때문에 빈 종이를 들 수밖에 없다”고 한다.한 시민은 “‘문구는 알아서 생각하라’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백지시위인 셈이다. 중국이 2020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작한 이후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시위다.
중국인들의 반정부·방역 정책 반대 시위에 대해 한국 네티즌들은 응원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이 시위가 중국 자유민주주의를 촉발하긴 어려울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AI를 이용한 안면인식기술, SNS 통제 등 최신 기술을 이용해 강력하게 사회를 통제하고 있어 시위의 파급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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