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교통부와 실무진 면담을 갖는다. 양측이 사실상 첫 교섭인 이날 만남에서 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도 적지 않다.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서울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서울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오후 화물연대와 국토부 면담...타협점 못 찾으면 29일 업무개시명령 발동 가능성

정부는 총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업무개시명령 발동과 같은 강경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화물기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 거부해 큰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할 경우 운수종사자격이 취소 또는 정지된다. 아울러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무책임한 운송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해 여러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대국민담화에서 조기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정부는 28일 화물연대와의 첫 협상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29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12월에 종료되는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품목확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품목확대 요구사항, 지난 6월 민주당 개정안과 정확하게 일치

그러나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 △안전운임제 적용 차종과 품목 확대(기존 컨테이너·시멘트 이외에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차 등 5개 품목 추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가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할 필요가 없도록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이다. 이를 어길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컨테이너와 시멘트 화물에 한해 3년 기한으로 도입됐다.

화물연대가 문재인 정부 때보다 강도 높은 안전운임제 시행방안을 요구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지원사격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지난 6월 30일 국회 소통회관에서 화물연대와 함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위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현재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담고 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확대가 핵심 내용이다. 확대되는 5개 품목도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차 등이다. 이는 운송료를 과도하게 인상함으로써 화물주나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심화시킨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민주당과 화물연대는 이를 외면해왔다.

민주당 전략은 화물연대 총파업 유도?...총파업 책임은 정부여당에게 전가

민주당이 화물연대의 눈높이를 높인 개정안을 발의해놓고 국민의힘과 적극적인 협상을 벌이지 않았던 점도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사실상 유도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대표발의자인 최인호 의원(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그동안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이제 와서 조기에 법안소위를 열어 개정안 처리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 처리 문제로 여야 갈등이 심해, 여야간 이견이 심한 안전운임제 관련 개정안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정부 여당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전략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7일 국회 브리핑에서 "내일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가 교섭에 나선다고 하는데, 강경 대응 카드로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를 억누를 수 있다는 생각은 내려놓으라"며 “화물연대 총파업 중단되도록 정부 전향적 자세로 협상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던 시기가 윤석열 정권이 출범할 즈음이었다"며 "지난 반년간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나"라고 윤석열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28일 협상 결렬시 산업계 피해 눈덩이처럼 커질 듯

시멘트 운송 차질로 이번 주부터 아예 멈추는 건설 현장도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시멘트 운송 차질로 이번 주부터 아예 멈추는 건설 현장도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화물연대 운송거부에 따른 산업계 피해는 이번 주부터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8일 국토부와의 협상에서 화물연대가 강경론을 고수할 경우 ‘물류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국토부에 따르면 27일 오전 화물연대 조합원 4천300명(정부 추산)이 전국 13개 지역 136곳에서 집회와 집회 대기를 하고 있다. 총 2만2천명으로 추산되는 조합원의 19.5%에 해당된다. 파업 첫날인 지난 24일 대비, 집회 참여 인원은 5천300명 감소했다.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26일 오후 5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6천208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평시(3만6천824TEU) 대비 17%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전날 시멘트 10만3천t의 출하가 계획됐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실제 출하량은 9% 수준인 9천t에 불과했다. 피해 금액은 전날 약 94억원을 포함해 누적 464억원에 달한다.

4대 정유사(SK,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차량 중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이어서 재고가 떨어진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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