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산하 사단법인 형태의 국정원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Institute for National Security Strategy, 약칭 전략연)의 모습. 2022.11.25(사진=조주형 기자)
국가정보원 산하 사단법인 형태의 국정원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Institute for National Security Strategy, 약칭 전략연)의 모습. 2022.11.25(사진=조주형 기자)

국가정보원(원장 김규현)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의 신임 원장으로 한석희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발탁된 것으로 지난 11일 알려짐에 따라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지난 25일 <펜앤드마이크> 취재 결과 이번 그의 인선을 두고서 외교가·안보계 및 정치권을 포함해 대통령실에서도 뒷말이 무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의 두뇌 역할을 하는 원(院) 산하 연구기관장에 윤석열 정부와는 다소 색깔을 달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등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대통령실에서도 거론됐다는 이야기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윤석열 정부와 색깔을 달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진 배경으로는, 대북관(對北觀)에 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서다.

한 교수의 대북관에 관한 평가는, 그의 지난 행적을 통해 확인된다. 한 교수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발탁 직전까지의 시점인 지난 8월까지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20년 9월부터 약 2년간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관장으로 재직했었다.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 7월에는 통일부의 통일준비위원회 외교안보 전문위원으로도 이름을 올렸고 2015년에는 중국 상하이 총영사를 역임했었다.

색깔이 서로 다른 두 정부에서 외교안보 분야 전문인사로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지만, 그가 어떤 직(職)을 거쳐왔는지에 대한 단편적인 시선만으로는 그에 대한 평가를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김대중도서관장 직을 2년 동안 맡으면서 어떤 자리에서 참석했으며 무슨 발언을 했는지를 통해 드러나는 그의 대북관을 엿봄으로써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 엿볼 수 있음이다.

더욱이 안보분야의 핵심축인 국정원, 그것도 국가중앙 정보기관의 두뇌역할을 하는 연구기관장으로 발탁된 만큼 그의 대북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펜앤드마이크>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그 배경을 추적해봤다.

지난 2022년 6월15일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컨벤션 홀에서 진행된 '6.15 남북정상회담 22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의 한석희 김대중도서관장.2022.06.15.(사진=더불어민주당, 편집=조주형 기자)
지난 2022년 6월15일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컨벤션 홀에서 진행된 '6.15 남북정상회담 22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의 한석희 김대중도서관장.2022.06.15.(사진=더불어민주당, 편집=조주형 기자)

#1. 대통령 직속기관 산하 국책기관장에 내정된 김대중도서관장···대북관 주목 왜

먼저, 한석희 교수가 내정된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Institute for National Security Strategy, 약칭 전략연)이라는 조직은, 지난 1977년 9월 '국제문제조사연구소'로 창설된 기관으로 국내 유일 사단법인 형태로 설립된 정부 연구기관이다. '사단법인'이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람들이 결합한 단체로서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 설립한 기관'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기존 국책연구기관이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배정돼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는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특징에 기인한다.

국가중앙정보기관의 단일 연구기관이라는 점에서, 국정원의 두뇌역할을 하고 있는 기관이 바로 이곳 전략연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연은 전통적으로 국정원 출신의 고위급 엘리트 간부들이 연구를 주도해 왔는데,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이같은 전통이 깨지기 시작한다.

지난 2020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캠프인사(2012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산하 남북경제연학위원회 위원)였던 김기정 前 국가안보실 2차장이 임명된 것. 그는 문정인 당시 대통령특보와 함께 같은 라인으로 평가됐던 인물이다.

이때 문정인 대통령특보는, 이들과 함께 연세대학교 출신 인물로 김기정 전 원장이 캠프인사였던 시절이던 2012년 9월부터 4년간 김대중도서관장 직을 역임한다. 이번에 발탁된 한석희 교수 역시 문정인 특보의 후임자(박명림 교수에 이은)였다는 점에서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장'이라는 공통점이 도출된다.

그런데, 단순히 '김대중도서관장'이라는 학계 특정 직책 외에도 주요 발언이 포착되는데 이는 바로 김대중 前 대통령이 생전 北 최고지도자였던 김정일과 함께 했던 '6·15남북공동선언'에 관한 평이다.

'6.15남북공동선언'이 주는 함의는, 단순히 남북 정상간 대화라는 표면적인 차원에서의 평가가 아니라 북한의 대남전략 중 '조국통일이론'인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우리나라 정상이 인정했다는 데에 있다. 단순 '남북대화' 그 자체가 아니라, 남북대화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으며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라는 점을 통해 북한의 전략을 궤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입증받게 된다는 게 관건이다. 다음은 한석희 교수의 발자취이다.

15일 서울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1주년 기념식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등 대권주자 및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1.6.15(사진=연합뉴스)
15일 서울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1주년 기념식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등 대권주자 및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1.6.15(사진=연합뉴스)

#2. 더불어민주당과 함께한 '6·15남북공동선언' 기념행사···왜 문제됐나 봤더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으로 발탁된 한석희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6월15일 서울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2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교수는 "6.15 남북공동선언 22주년을 맞이하여 개최되는 이번행사에 개회사를 남기게 되어 큰 영광"이라며 "6.15 남북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은 평화"라고 발언한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남북한 간의 평화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가 상호 연관돼 있다는 점을 인식, 1971년 제7대 대선부터 4대국 안전보장론과 3단계 통일론을 제시하셨다"라며 "그 결실로 나타난 것이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실리와 균형에 바탕을 둔 국익 중심의 한반도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행사에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원 前 국정원장,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함께 했다(관련 기사 : [6·15 선언 22주년] 文과 민주당 정권이 저지른 '거짓 평화 타령'···"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그 전해인 2021년 6월15일에도 '6.15 남북정상회담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송영길 민주당 당시 대표, 이낙연·정세균 前 총리, 추미애 前 장관,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등이 모인 이 자리에서 한석희 교수는 "뜻깊은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을 맞이하여 이번 행사를 개최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말문을 였었다.

이어 "6.15 남북선언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과 동북아지역의 항구적 평화체계 구축을 염원한 김대중 대통령의 실천이 낳은 역사적 사건"이라며 "지역에 고착된 적대적 대립구도를 평화거점적·상호협력적 관계로 전환시키기 위한 김대중 대통령님의 정치적 목표로, 이는 민주주의와 평화를 갈망하는 우리 모두의 소망"이라고 말한다. 또한 "6.15정신의 현재적 함의를 살펴봄으로써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관련 기사 : [6·15 선언 21주년] '평화 타령' 與 대권 주자들 한자리···국민들은 또 속았다).

이같은 그의 흔적은, 지난 2020년 9월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장으로 임명되면서 직을 떠나기 전까지 총 2번의 행사에서 남긴 발자취다. '6.15 남북정상회담 기념식 및 학술회의'는 김대중도서관 등이 매년 6월15일마다 여는데, 한석희 교수가 "6.15 남북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은 평화"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2021년 6월15일 행사는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된지 딱 1년하고도 하루가 모자란 시점에 열린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폭파 행위에 대한 규탄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나섰던 올해 6월15일 행사에도 '평화'를 언급했을 뿐, '책임'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6.15남북공동성명 전문.2021.06.15(출처=국가기록원, 사진편집=조주형 기자)
6.15남북공동성명 전문.2021.06.15(출처=국가기록원, 사진편집=조주형 기자)

#3. "6·15정신은 평화"라더니···北 "6·15선언으로 자주통일시대, 남조선강점 미군 철수 원년 만들자"

특이한 점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6.15남북공동선언'의 핵심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정체불명의 통일 방안이 '남북 대화'라는 일명 '민족공조론'이라는 북한식 조국통일론의 일환으로써 제기됐는데, 北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여기에 서명을 했던 사건이다.

6.15남북공동선언에서 등장한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통일방안은, 지난 1960년 8월14일 北 김일성이 '8.15 해방 15주년 기념식'에서 "남북 조선의 련방제(연방제)를 제의한다"라고 밝히면서 시작된다. 그해 5월 북한을 비공식 방문한 쿠즈네소프 소련 외무성 부상이 아이디어를 냈던 것이다(관련 기사 : [긴급 진단] 北 김일성의 검은 야욕 '남북연방제' 등장 61년···다시 시작된 악몽(惡夢)).

'1민족·1국가·2제도·2정부' 형태의 과도기적 단계의 북한식 연방제 통일안인데, 그보다도 20년전인 1980년 10월10일 평양방송을 통해 나타난 조선노동당 6차 대회에서 北 김일성이 내건 '고려연방제 선결조건'이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당시 김일성은 "···미국 당국자들은···남조선에서 자기의 군대를 하루빨리 철거할 것"과 "···남조선의 반공법과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파쑈적인 악법들을 폐지하고 모든 폭압 통치기구들을 없애버려야 한다"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 직후 '고려민주련방공화국 창립방안'과 함께 '10대 시정방침'이 발표된다. 이 내용은 1993년 4월최고인민회의에서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으로 발표된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의 조국통일 3대원칙(자주·평화·민족대단결)을 '민족자주화'라는 명목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노린 조치였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 3년간의 유훈통치 시기를 거쳐 1998년부터 권력승계 안착단계에 돌입한 김정일에 의해 '민족대단결 5대 방침'이라는 새로운 기조로 재등장하기 시작한다. 그 내용으로는 ▲외세의 지배·간섭 반대 및 반통일세력 반대투쟁 ▲북남·해외민족 교류발전연대강화 ▲북남 관계 개선 ▲민족자주원칙 ▲애국애족·조국통일의 기치로 압축된다. 이는 김일정의 '고려민주연방제 10대 시정방침'으로 볼 수 있는 '민족대단결 10대 강령'인데, 훗날 북한의 조국통일 3대 헌장 중 하나로 규정되는 문제적 강령이다.

심지어 북한에서는 '6·15 남북공동선언' 상의 '연방제(고려민주연방제)'를 조국통일 3대헌장으로 규정하는 것에 이어 '6.15선언'을 기점으로 '통일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통일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北 조선노동당은 <6·15자주통일시대>를 통해 "남조선에서 미군을 완전히 몰아내는 것이 선차적인 문제로, 남조선강점 미군철수는 조국통일의 지름길"이라며 "6·15북남공동선언 5돐이 되는 2005년, 6·15자주통일 시대에는 반드시 통일된조국을 후대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손을 맞잡은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손을 맞잡은 모습. (사진=연합뉴스)

#4. "6·15시대는 미군철수시대"···그런데, 北 주장에 "6·15정신은 평화"로 왜곡·해석한 전략연 원장 내정자?

6·15남북공동선언 이후인 2005년 5월 북한은 "6·15 시대를 자주통일로 빛내이려는 민족의 거족적투쟁에서 힘과 용기를 얻은 남녘겨레들이 6·15북남공동선언을 조국통일의 이정표로 억세게 틀어쥐고 반미반전투쟁에 과감히 떨쳐나서고 있다"라며 "2005년을 자주통일원년, 미군철수 원년으로"라고 설명한다. 이런 의미가 '6·15남북공동선언'에 담겨 있다고 주장하는 북한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 인정'에 대해 "6.15 선언이 새로운 세기의 조국통일의 리정표(이정표)가 되는 민족단합선언"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의미가 담긴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에 대해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에서 이를 인정한다는 문구가 실린 채 김대중 대통령이 서명을 했는데, 윤석열 정부 국정원 산하 연구기관의 기관장으로 발탁됐다는 한석희 교수가 2년에 걸쳐 민주당 주요 인사들과 함께 한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행사에서 "6.15정신은 평화"라고 발언한 것이다.

'우리민족끼리'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북한식 민족공조론에 근거한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대해, 북한의 저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인 현상인 '남북대화'를 보고 "6·15정신은 평화"라고 평가하는 행위는 북한의 이중(Dual Sided, 화전양면)전략을 궤뚫어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관련 기사 : [긴급 진단] 尹정부가 부딪힌 62년짜리 안보위협 '남북연방제'···해법 추적).

국가정보원의 두뇌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수장이 될 인사가, 북한의 이중행태의 극히 일부분을 부각해서 봤을 때 미치는 영향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모습이 비춰지고 있는 이번 전략연 원장 인선은 도대체 어떤식으로 이뤄진 것일까.

외교·안보계 주요 소식통의 설명에 따르면, 전략연 원장 인선은 원내 정관에 따라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쳐 원장으로 내정·임명된다. 앞서 #1에서 설명했던 것과 같이, 대통령 직속기관 산하 조직인데다 사단법인 성격의 단체이기 때문에 국무총리실 인준이 아니라 전략연은 상위 직속기관으로부터 원장 내정 및 수락 절차를 밟는다는 것이다.

이번 인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들은 누구일까. 전략연은 비록 사단법인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국책 연구기관이고 그 소속이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실의 안보기관 인사주무담당관은 이번 인선에 대한 책임론과 그 후폭풍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또한 대통령실 안팎에서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로도 볼 수 있는데, 임명 강행시 전략연으로 모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불편한 시선에 대해 대통령실과 정보기관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편, 이번 인선에 대한 <펜앤드마이크>의 추가 보도는 계속될 예정이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6·15 공동선언 22주년.CG.2022.06.15(사진=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6·15 공동선언 22주년.CG.2022.06.15(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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