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해 첼리스트 A씨가 “거짓말”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23일 경찰에 출석해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고 거짓말을 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전 국민은 한 달간 ‘거짓말’에 농락당해...김의겸, “그 날로 돌아가도 다시 질문할 것”

약 1달 동안 전 국민은 첼리스트의 거짓말에 놀아난 셈이다. 첼리스트와 김의겸 의원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김 의원은 간단히 ‘유감’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과 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해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를 한 이상, 공인의 지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첼리스트의 진술이 ‘거짓말’로 드러난 상황에서도 시민언론 더탐사는 해당 유튜브 동영상을 내리지 않고 있다. 사진은 첼리스트가 전 남자친구에게 술자리에 대해서 설명하는 내용. [사진=유튜브 캡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첼리스트의 진술이 ‘거짓말’로 드러난 상황에서도 시민언론 더탐사는 해당 유튜브 동영상을 내리지 않고 있다. 사진은 첼리스트가 전 남자친구에게 술자리에 대해서 설명하는 내용. [사진=유튜브 캡처]

김 의원은 24일 오전 입장문에서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의혹을 공개적으로 처음 제기한 사람으로서 윤 대통령 등 관련된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국정과 관련한 중대한 제보를 받고, 국정감사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다시 그날로 되돌아간다 해도 저는 다시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국민을 대신해 묻고 따지는 '의무와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의 이같은 입장문에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라는 조건을 달아서, 마치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다시 그날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표현에서는, 반성의 빛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반성은커녕 오만함까지 느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럴수록 김 의원을 겨냥한 의원직 사퇴여론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힘 비대위는 의원직 사퇴 요구...더탐사와의 ‘협업’ 발언으로 민‧형사 소송 성립 가능성

24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김 의원에 대해 대국민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리고 민주당을 향해선 김 의원이 맡고 있는 대변인직 즉각 해임을 촉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의원에 대한 민‧형사 소송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국회에서 한 발언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인정되지만,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유도성 질문에 ‘더탐사와 협업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제가 '더탐사'와 협업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걸 '야합'이라고 말씀하시는 건 지나치다"면서 "뭔가 오해하시나 본데 제가 오늘 아침에 듣고 튼 게 아니다. 필요한 부분만 제가 토요일, 일요일, 우리 방(의원실)에 있는 식구들이 몇 시간짜리 녹음을 듣고 몇 회에 걸쳐 듣고 풀어서 아주 짧은 분량으로 만드느라 고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국정감사장에서 김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도 합류했습니다. 기억나십니까?”라고 질문하자, 한 장관은 결백을 주장하며 “장관직을 포함해 앞으로 맡게 될 모든 직을 다 걸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흔들리는 동공으로 대답을 대신한 바 있다.

지난달 24일 국정감사장에서 김의겸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며 “윤석열 대통령도 합류했습니다. 기억나십니까?”라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질문했다. [사진=채널A 캡처]
지난달 24일 국정감사장에서 김의겸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며 “윤석열 대통령도 합류했습니다. 기억나십니까?”라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질문했다. [사진=채널A 캡처]

김의겸이 첼리스트 녹취를 더탐사에게 넘겼다면 ‘공범’ 관계 형성?

한겨레 기자를 오래 한 김 의원이 최소한의 팩트체크도 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당시 한 장관의 공격적인 발언에 주춤하는 김 의원의 반응을 목격한 대다수 국민들 사이에서는 “김 의원이 첼리스트의 녹취록 내용을 100% 신뢰하지도 않은 채, 면책특권 뒤에 숨어 ‘일단 질러보자’는 계산을 한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따라서 김 의원이 100% 신뢰를 하지 않고 질문을 했다면,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더탐사와 협업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혀, ‘공범’임을 자백했다. 첼리스트의 전 남자친구는 김 의원에게 녹취록을 먼저 건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녹취록을 건네받은 김 의원이 더탐사에게 넘겼다면, 김 의원과 더탐사는 공범의 관계가 형성된다. 그 중에서도 김 의원은 주도적인 역할을 한 주범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경찰 관계자는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정리된 만큼 허위 사실이 유포된 경로와 김 의원의 녹음 파일 입수 과정 등을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주범으로 밝혀질 경우, 형사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의겸의 허위 폭로에 적극 가담했던 민주당 ‘책임론’도 향후 쟁점

문제는 김 의원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동훈 장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개인 자격의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 차원의 진솔한 사과와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한 장관은 "다수당에 주어지는 공신력을 악용해 저질 가짜뉴스를 진실인 것처럼 공인함으로써 국민을 상대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각인'시키는 데 적극 가담했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또다시 설전을 벌였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원인과 마약범죄 대응 기조의 연관성을 두고 벌어진 두 사람의 공방은 앞선 윤석열 대통령 관련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둘러싼 다툼으로 이어졌다. [사진=채널A 캡처]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또다시 설전을 벌였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원인과 마약범죄 대응 기조의 연관성을 두고 벌어진 두 사람의 공방은 앞선 윤석열 대통령 관련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둘러싼 다툼으로 이어졌다. [사진=채널A 캡처]

실제로 민주당은 김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의혹제기를 한 다음날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장경태 의원의 주도로 녹취록을 재생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진실규명 전담팀’까지 구성하겠다고 했고,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일은 '제2의 국정농단'에 해당하는 엄청난 사건이라고 했다.

우상호 의원은 각종 방송에 나가 '윤 대통령이 워낙 술을 좋아해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한다는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면서 ‘첼리스트의 녹취록도 그 중의 하나인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의원 한 사람의 허위 폭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거당적으로 김 의원의 허위 폭로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는 김 의원이 이재명 대표를 찾아가 ‘첼리스트의 녹취록이 사실이 아닐 것 같다는 점에 대해 사과를 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24일 유튜브 ‘어벤저스’에서 “들리는 얘기로는 바로 다음날 이재명 대표 방에 들어가 사과를 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도 그날 열린 최고회의에서 말도 안 되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주장했다. ‘진실규명 전담팀’을 꾸려야 한다거나 ‘제2의 국정농단’이라는 발언이 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만약 강 논설위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의원의 죄질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이 아님을 알고도 계속 주장을 한 것은 미필적고의’라는 것이 강 논설위원의 주장이다. 실제로 김 의원이 이 대표에게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사과했다’면, 이 대표 또한 김 의원의 거짓 폭로에 가세한 셈이 된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직도 사퇴하지 않아

이에 대해 김병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자당 대변인의 어처구니없는 허위사실 가짜뉴스가 드러났다면 부끄러운 행동에 대해 고개 숙이고 김의겸 의원을 대변인직에서 즉각 해임하는 것이 상식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그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금이라도 김 의원을 대변인직에서 즉각 해임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 의원은 대변인직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직에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만, 간단하게 ‘유감’을 밝힌 김 의원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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