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후보 시절부터 이재명을 중범죄자라고 인식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한 비화를 소개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진즉부터 중범죄자로 간주하고 있기에 성사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사실이 아니라고 즉각 부인했다.

유 전 총장은 24일 CBS라디오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이 (윤 대통령의) 순방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들이 있었다가 지금은 사실상 거의 멀어진 것 같아 보인다'는 질문을 받고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야당 대표를 중범죄자라고 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야당 대표로 선출된 지난 8월 말부터 이재명 대표는 지속적으로 윤 대통령 등을 향해 영수회담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 선출 후 첫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지난 8월 29일 "어려운 경제 현실과 민생 위기 앞에서 민생의 후퇴를 막고 민생 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며 "이를 위해 윤 대통령께 공식적으로 영수회담을 요청 드린다"고 했다.

9월 13일에도 "정파를 떠나서 민생을 구하고 또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새로운 과제를 준비하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한지 허심탄회하게 머리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민생경제 영수회담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고, 지난 달 28일에도 "민생경제 위기의 돌파를 위해서 대통령이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드린다"고 했다.

유 전 총장은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그쪽에 대통령한테 멘토가 될 만한 사람들이 '야당 대표를 만나라' 이런 조언들을 많이 했을 것 아닌가. 그런데 윤 대통령이 '이재명이 싫다'는 것이다"라며 "그런 얘기를 제가 직접 그런 조언을 했던 분한테서 봤더니...(윤 대통령이) '싫다'고 그러니 더 얘기 못하겠더라고 (했다)"라고 했다.

유 전 총장은 '정무장관이나 특임장관을 임명하는 방식도 있다'는 지적에 "누가, 야당 대표가 특임장관을 상대하냐"며 "그리고 지금 정무수석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르겠다. 하여튼 대통령실에 정무 기능이 있는 건지, 지금 그동안 돌아간 걸 보면"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총장은 14·17·19대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국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7월 야권 대권주자였던 윤 대통령은 유 전 총장에게 직간접적으로 연락해 조언을 구했다. 당시 유 전 총장은 "윤 전 총장이 여러 사람을 통해 '한번 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왔고, 본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며 "요새 정치 참여 선언부터 보이는 모습이 너무 실망스럽다. 그래도 나는 정치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누가 됐든 만나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실은 유인태 전 총장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대통령은 공지를 통해 "유 전 총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제안한 지인에게 (야당 대표는) 인간 자체가 싫다고 말했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면서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지인에게 그런 건의를 받은 바 없고, 따라서 야당 대표를 두고 특별히 언급한 일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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