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월 중국이 제시한 항복 문서에 서명하고 충성맹세를 해 사실상 중국에 포섭됐다고 평가되는 현 대만 군 간부가 적발됐다. 샹더은 대령(오른쪽)이 샤오웨이창(왼쪽)에 설득돼 그리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대만 자유신보]
지난 2020년 1월 중국이 제시한 항복 문서에 서명하고 충성맹세를 해 사실상 중국에 포섭됐다고 평가되는 현 대만 군 간부가 적발됐다. 샹더언 대령(오른쪽)이 샤오웨이창(왼쪽)에 설득돼 그리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대만 자유신보]

대만의 현역 군 간부가 중국에 포섭된 것이 적발돼 실형이 구형됐다. 이 소식을 접한 한국 네티즌들은 대만 내부에 중국공산당 스파이가 있다는 것에 놀라면서도, 대만처럼 중국 인접국인 한국에는 이러한 경우가 없는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만의 자유신보가 22일(현지시각) 이 소식을 보도했다. 그에 따르면 대만 육군 보병훈련지휘부 작전연구발전실 주임연구관인 샹더언 대령이 중국 측으로부터 매달 4만 대만 달러(한화 약 173.5만원)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총 금액은 56만 대만 달러에 달한다. 샹 대령이 14개월 동안 중국의 돈을 받은 셈이다.

샹 대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중국에 사실상 '항복'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그는 지난 2020년 1월 중국이 제시한 항복 문서에 서명했다. 이 문서엔 중국공산당이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대만을 침공해 "양안 전쟁이 발발하면 본인은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조국(중국)을 위해 일할 것"을 약속한단 내용이 담겨 있었다. 대만 검찰은 대만에 '반역'을 저지른 샹 대령에게 횡령죄를 적용해 12년을 구형한 상태라고 자유신보는 전했다. 

샹 대령은 왜, 어떻게 중국과 내통한 것일까. 이는 대만의 중위로 전역한 퇴역군인 샤오웨이창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샤오는 1993년엔 중국과 인접한 금문도에서 기자 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금문현 양안 경제무역문화관광발전협회 이사장을 자처하고, 여행사를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신보는 샤오는 금문도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중국측 스파이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05년 자신의 여행사에 일하는 한 여성의 남편이 샹 대령임을 알고 포섭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샤오는 샹 대령을 잔치에 초대하고, 그에게 선물을 보내는 등 환심을 사려 노력했다. 또한 샹 대령에게 중국의 고위 군간부인 샹수지가 먼 친척이라며 중국과의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샤오의 노력으로 샹 대령은 15년이 지난 2020년 중국에 충성맹세를 하게 된다. 샹 대령은 군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서 "본인은 양측의 평화통일을 지지할 것을 맹세하며, 앞으로도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해 봉사하며 평화통일의 신성하고 영광스러운 사명을 조속히 완수할 것을 맹세한다"고 했다. 이 대가로 샹 대령은 월 4만 달러를 받았다.

이에 대한 첩보는 금문지방검찰청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금문지검은 샤오의 메모에서 샹 대령 외에도 고위급 장교에 대한 추가 포섭이 있었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하지만 중국과 접촉했던 인사들은 자신들에 대한 자료를 대거 삭제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추가 조사는 난항에 빠진 상황이다.

샹 대령은 "나만 항복 문서에 서명한 게 아니다. 다른 고위 장교들의 서명을 보고 나도 따라 서명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샤오에 대한 수사 역시 금문지검에서 하고 있다. 그의 혐의는 국안법(국가보안법) 및 뇌물죄다.

이 소식이 한국에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은 '대만·중국 간 힘의 차이 때문에 저런 변절자가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라면서도 내심 경악하는 모양새다. 이와 더불어 한국에도 중국이나 북한에 포섭된 인사가 있는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어느 네티즌은 "없을 리가 없다. 얼마 전에 육군 대위가 포섭돼서 코인 받고 군 기밀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4월 말 북한 공작원에게서 비트코인 등 4800만원어치의 가상 화폐를 받고 한국군 전장망 해킹을 시도했던 육군 대위가 구속된 사건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장망이 우리 군이 군사 연습 혹은 훈련 때 정보를 주고 받는 통합 전시 관리 시스템이란 점을 생각하면, 한국군의 내부 정보가 대거 북한으로 넘어갈 뻔 했던 사건이다.

다른 네티즌은 "직전 대통령이 간첩 아니냐"며 "(북한으로부터) 소 대가리라고 욕먹어도 다 대주고, 다른 나라 가서는 북한 착하다고 했다"며 "탈북자들은 곧바로 북송하고, 우리 국민, 그것도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살당했는데도 '자진 월북했다'라고 한다"고 했다. 이 네티즌은 아울러 "이게 간첩이 아니면 도대체 누가 간첩이냐"고 했다.

이외에도 "요즘 간첩은 댓글 알바 아니냐. 글 작성하고 동조하는 분위기 만들어버린다. 그럼 추적도 불가능하다" "친중 매국노들은 철저히 적발해서 처벌해야 한다" "작년 신년 인사에 중국어로 축하한다고 성명냈던 당이 어디더라" "국가보안법 폐지 외치는 작자들이 바로 간첩이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대만 금문도와 가장 가까운 중국 푸젠성 샤먼에 세워져 있는 중국의 선전물. '일국양제 통일, 중국'이란 글자다. [사진=연합뉴스]
대만 금문도와 가장 가까운 중국 푸젠성 샤먼에 세워져 있는 중국의 선전물. '일국양제 통일, 중국'이란 글자다.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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