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 경비 문제로 이태원 일대 기동대 투입 어려워

경찰이 핼러윈 기간동안 이태원역 인근에만 10만명에 달하는 인원이 모일 것을 예상하고도 인파 관리에 손을 놓은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 자료를 받아 검토한 야당은 "마약단속만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일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용산서 직원 근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용산서 11개 과·실 근무 총원 90명 중 실제 출근한 직원은 83명이었다. 참사 일주일 전인 22일 실제 용산서 출근 직원 78명(총원 89명 중 휴가·교육 등 11명 제외)이었다.

용산경찰서 관내 지구대·파출소 7곳(원효·용중·한강로·보광·이태원·한남·삼각지)의 29일 실제 출근 인원은 128명이었다. 22일(123명)보다 5명 많은 수준이었다.

평일(24∼28일)의 경우 용산서 근무 직원은 적게는 293명, 많게는 312명이었고 지구대·파출소 근무 직원은 최소 134명에서 최대 158명이었다. 

용산서는 핼러윈 기간 이태원 외국인 관광특구의 신고 폭증 추세 등을 고려해 '전 기능 협업, 총력 대응' 방안까지 내놨지만 근무 직원 수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서울청은 지난달 26일 작성한 '핼러윈 데이 치안 여건 분석 및 대응 방안 보고' 문건에서 "이태원, 홍대 등 젊은 층이 주로 찾는 유흥가를 중심으로 핼러윈 기간 중 112 신고가 증가한다"고 했다.

용산서도 지난달 27일 '핼러윈데이 치안 대책' 자료에서 핼러윈 주말 하루 약 10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제한적인 공간에 모일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인파 관리에는 손은 놓은 셈이었다.

장경태 의원은 "참사 당일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이 예견됐음에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핼러윈 데이 대비 마약 단속계획'만 용산서에 하달했을 뿐 아무런 조치와 대책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태원 참사 나흘 전부터 용산서가 서울청에 경비기동대를 여러 차례 요청했다는 이임재 전 용산서장의 주장과 관련해 진위를 가리는 중이다. 이 전 서장은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에서 "(참사 전) 관련 부서에 핼러윈 축제와 관련해서 가장 효율적인 경비기동대를 요청하라고 지시했고, 직원이 서울청 주무 부서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청장은 이달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용산서가 교통기동대만 요청했고, 경비 목적의 기동대를 요청한 적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은 터였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직원을 찾지 못했다"면서 다만 용산서가 경비기동대 대신 교통기동대를 요청한 사실은 직원들 진술과 메신저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청은 참사가 발생하기 약 45분 전인 오후 9시 30분께 교통기동대 1개 제대(20명)를 이태원 일대에 투입했다.

용산서의 요청과 별개로 김 청장과 윤시승 서울청 경비부장이 집회·시위 경비 문제로 이태원 일대에 기동대 투입이 어렵다는 내용의 통화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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