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기업 총수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022.11.17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 홈페이지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행보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다.

왕위 계승권자이자 총리인 빈 살만 왕세자는 권력과 재력을 모두 가진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통한다. 해외 언론에서는 무함마드 빈 살만의 영문 이니셜인 'MBS'로 불리기도 한다.

정확히 집계되진 않지만, 그의 재산은 적게는 1천400조원에서, 많게는 2천500조원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끄는 국부펀드(PIF) 운용 규모는 700조원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세계 최대 산유국을 이끄는 그의 위상은 3년 전보다 훨씬 커졌다.

17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빈 살만 왕세자는 1985년 8월 31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그의 셋째 부인 파흐다 빈트 팔라 빈 술탄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조용한 유년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왕실 가족사진 속에 그는 항상 가장자리에 위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에는 해외, 특히 미국 유학파가 다수지만 그는 사우디에서 공부했으며 리야드 킹사우드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37세 젊은 군주인 그는 아이폰과 플레이스테이션을 좋아하고, 비디오 게임 '콜 오브 듀티'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국내 게임회사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5년 최연소 국방장관이 되면서 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듬해 그는 아람코를 비롯한 국영 에너지 기업 정책을 결정하고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경제개발위원회의 위원장 자리에 오름으로써 실세로 부상한다.

빈 살만 왕세자는 애초 왕위 계승 1순위였던 빈 살만 빈 나예프 왕자가 2017년 6월 왕세자 지위와 내무장관에서 물러나면서 왕위 계승을 본격화했다.

표면적으로는 자진 사퇴 형식이었지만 당시 부왕세자(제2왕위계승자)였던 빈 살만 왕자를 왕세자로 책봉하기 위해 압박을 받았다는 관측이 유력했다.

1순위 왕위 계승자가 된 빈 살만 왕세자는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왕가와 정·재계 고위인사 수백 명을 체포했다.

표면적으로 부패 사정 수사였던 이 사건은 빈 살만 왕세자가 명실공히 실세로 등극하게 된 '숙청'으로 불린다.

권력 강화에 나선 빈 살만 왕세자는 국유자산 민영화, 국가보조금 축소, 여성 운전 허용 등 인권 신장 같은 사우디의 경제·사회 개혁 계획인 '비전 2030'을 주도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중동의 젊은 '계몽 군주'를 표방하며 파격적인 개혁정책을 폈다.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자동차 운전 허용, 영화관 운영, 해외 가수 콘서트 허용, 종교 경찰 권한 축소 등이 대표적인 예다.

파격적인 개혁정책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동시에 예멘 내전, 이란과 적대 고조와 같은 군사적으로 강경한 성향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왕실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계기로 빈 살만 왕세자는 반대 세력에 잔혹한 '독재자'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카슈끄지는 미국에서 자발적인 망명 생활을 했고 워싱턴포스트(WP)에 왕실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

그러던 중 카슈끄지는 결혼 서류 문제로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고, 이곳에서 사우디 요원들에게 살해됐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빈 살만 왕세자를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판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면서 빈 살만 왕세자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변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고유가를 잡기 위해 자존심을 구기고 왕세자를 만나기도 했다.

물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섰지만, 국제 유가 고공 행진에 사우디는 많은 경제적 이득을 누리고 있으며 이는 절대군주의 경제 권력 강화로 이어진다.

이미 실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87세의 고령인 부왕으로부터 머지않아 왕권을 이어받는다면 빈 살만 왕세자는 큰 이변이 없는 한 향후 50년은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절대적 통치권자로 군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가 빈 살만 왕세자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그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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