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책조정실장에 대해 검찰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검찰의 수사가 이재명 대표의 턱밑까지 다가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리더십과 권위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유착해 억대 뒷돈을 수수한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해 조사 하루 만인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검찰이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유착해 억대 뒷돈을 수수한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해 조사 하루 만인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방어하는 데에 당 지도부와 대변인들까지 나서서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잇따라 제기되는 실정이다. 그간 2024년 공천 문제 때문에 숨죽이고 있던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사법리스크 방어’ 단일대오 붕괴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조응천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비리 의혹에 대한 당 차원 대응에 물음표 던져

가장 먼저 조응천 의원이 물꼬를 틀었다. 조 의원은 15일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직자 개인 문제 수사를 당 대변인단이 나서서 변호하는 게 맞냐는 얘기가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 중심으로 나온다’는 질문에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서 이걸 구체적인 얘기한 것은 없다”면서도 “그런 생각들은 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이게(정 실장 수사가) 무슨 당무와 관련된 일인가,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혹은 경기도지사로 재직시 있던 일이기 때문에, 당의 대변인 혹은 공보실이 나서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 대표가 대선후보 되기 이전의 것은 당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진행자는 ‘얼마 전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10억 원대 수령으로 구속됐을 때는 민주당에서 큰 논평이 안 나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의원은 “정 실장은 지금 사법 처리가 이루어지면 그 다음 수순은 바로 이 대표에게 칼날이 들어온다고 예상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방어선을 쳐야 되겠다는 심정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이해는 간다”면서도 “그렇지만 이것은 당무와는 관계없고, 저는 이 대표가 우리 당의 대선후보가 된 이후의 일부터는 당이 직접 개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S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우리 당의 대선후보가 된 이후의 일부터는 당이 직접 개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SBS 유튜브 캡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S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우리 당의 대선후보가 된 이후의 일부터는 당이 직접 개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SBS 유튜브 캡처]

5선 이상민 의원, “당지도부의 김용, 정진상 총력 엄호는 부적절”

조 의원에 이어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이 ‘정진상 총력 엄호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가세했다. 이 의원은 1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용 또는 정진상 이런 분들이 돈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부정이, 비리가 연루됐는지는 저도 잘 모른다. 이제 그거는 최종적인 수사나 판결이 나와야 판명이 나겠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분들에 대한 부분은 그분들이 책임져야 하고 또 그분들이 무고하다고 한다면 그분들이 나서서 밝혀야 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요즘 너무 김 부원장이나 정 실장에 대해 당이 총력을 들여서 방어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데, 당이 여기에 깊게 관여해선 안 된다"며 "본인들이 법률적으로 대응해서 무고함을 밝혀야 될 문제고, 당 지도부가 나서서 총력을 기울여서 엄호한다거나 이런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 의원은 문제를 비화시켜서 자꾸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더 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이 대표가 의심을 받게 되는 측면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진위 여부는 모르겠으나 만약의 경우, 사실일 경우 그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건 피해야 한다. 당은 공조직이니까 그렇다면 별개로 대응하는 것이 마땅하고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는 게 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15일 의총의 ‘대장동 대응교육’에 일부 비명계 의원들 반발

의원들 사이에서 노골적으로 불만이 터진 것은 15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비롯됐다. 당 지도부가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에 대한 '대응 교육'을 한 데 대해, 비명계 의원들이 반발하면서다.

친명계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의총때 프레젠테이션까지 하며 대장동 사건을 설명했고, 정청래 최고위원과 김의겸 대변인도 차례로 나서서 사건을 설명했다. 이에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정책 의총'이라는 주제와 벗어난 교육에,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왜 그렇게 길게 설명하느냐"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계 신동근 의원, 금투세 유예론 꺼낸 이재명에게 공개적으로 반기 들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과 관련한 정책을 놓고도, 이 대표에 공개 반기를 드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회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이 금투세 유예론을 꺼내든 이 대표를 겨냥해 공개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신 의원은 이낙연계로 분류된다.

국회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금투세 유예론을 꺼내든 이 대표를 겨냥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재위원 전원의 결의에 충실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금투세 강행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국회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금투세 유예론을 꺼내든 이 대표를 겨냥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재위원 전원의 결의에 충실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금투세 강행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신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기재위 간사로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재위원 전원의 결의에 충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주 목요일(10일) 민주당 기재위원 일동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이 언급한 '어떤 어려움'은 금투세 '유예론'을 꺼낸 이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유예론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신 의원의 페북 글은 당 소속 상임위 의원이 이 대표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금투세를 둘러싼 내홍이 이 대표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읽혀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민주당 기재위원들은 지난 10일 공동입장문에서 "금융투자소득세는 2020년 여야 합의에 따라 입법화된 만큼 예정대로 2023년 1월1일부터 시행해야 하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개미투자자 의식한 이재명, 금투세 유예 추진...관철 안되면 권위에 치명타?

2020년 말 국회를 통과한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와 관련된 양도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주식에 투자해 연간 5000만 원 이상 소득 시 20%의 세율을 적용하고 3억 원 초과 소득 시 25%의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7월 금투세 도입을 2년(2023년→2025년) 유예한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반대했다. 민주당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당장 2달 뒤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금투세 대상인 주식 투자 수익 5000만원 이상 투자자는 상위 1%의 부자들, 이른바 '왕개미'이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에게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당수 주식 투자자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 투자자로 구성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 낙선 운동까지 펼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금투세를 유예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약 2주 만에 '상임위 회부 요건'인 5만 명의 동의를 채웠다.

이런 반발을 감안해, 이 대표가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금투세를) 강행하는게 맞나"라며 유예론을 꺼낸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1월 금투세 도입을 주장해온 정책위는 이 대표의 유예론 발언 이후 한발짝 물러서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금투세 도입의 키(KEY)를 쥐고 있는 신동근 의원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론은 아직 미정인 상태이다.

만약 이 대표의 유예론이 신 의원의 반대로 관철되지 못할 경우, 이 대표의 권위에도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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