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 남동부 마을 프르제워도우에 러시아제로 추정되는 미사일 두발이 떨어져 2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폴란드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나토헌장 4조 발동을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로이터]
1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 남동부 마을 프르제워도우에 러시아제로 추정되는 미사일 두발이 떨어져 2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폴란드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나토헌장 4조 발동을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로이터]

15일(현지시각) 러시아제(製)로 추정되는 미사일 두 발이 폴란드 남동부의 마을 프르제워도우(Przewodów)에 떨어져 2명이 사망하자 관련 국가들이 제각기 반응을 내놓고 있다. 폴란드는 러시아제 미사일이 맞다며 나토에 헌장 4조를 발동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즉시 자국 긴급 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했다. 미국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한편 폴란드 정부와 협조해 사태를 파악 중이라면서도 나토 구성원에 대한 미국의 방위 약속은 분명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반면 러시아는 폴란드에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다며 폴란드의 러시아 미사일 언급이 '의도적 도발'이라고 규정하기까지 했다. 이번 사건에서 아직 진상 조사 결과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단 사실이 규명되지 않았음에도 폴란드가 극렬히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폴란드로서는 미사일 피격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러시아-폴란드 관계를 되짚어보면 폴란드의 적극적 행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단 지적이다. 폴란드는 과거·현재 모두 러시아에 대해 가장 큰 위협을 느끼는 국가들 중 하나다. 우선 양국은 '슬라브인'이라는 인종적 공통점을 갖지만 폴란드는 '서슬라브', 러시아는 '동슬라브'이기 때문에 종교·문화권이 상이하다. 폴란드는 故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배출할 정도로 독실한 가톨릭 국가이기 때문에 로마 가톨릭 권역에 포함된다. 반면 러시아는 그리스 정교를 받아들여 러시아 정교가 근간을 이루는 나라다. 즉 폴란드는 이른 시기부터 유럽 세계에 포함된 반면 러시아는 오랫동안 유럽인들의 인식 속에 '유럽도, 아시아도 아닌 국가' '타타르의 멍에(몽골의 지배)'로 기억됐다.

폴란드는 독실한 가톨릭 국가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배출하기도 했다. 반면 러시아는 비잔티움 제국으로부터 정교(Orthodox)를 받아들여 러시아 정교가 러시아 제국의 국교 기능을 하기도 했다. 폴란드와 러시아는 종교·문화에 있어 상이하다고 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요한 바오로 2세와 김수환 추기경(오른쪽). 폴란드는 독실한 가톨릭 국가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배출하기도 했다. 반면 러시아는 비잔티움 제국으로부터 정교(Orthodox)를 받아들여 러시아 정교가 러시아 제국의 국교 기능을 하기도 했다. 폴란드와 러시아는 종교·문화에 있어 상이하다고 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사적으로도 두 나라는 앙숙이다. 폴란드는 유럽 중세 시기 '윙드 후사르'로 대표되는 강력한 기병대를 바탕으로 동유럽의 패자(覇者)로 군림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모태인 모스크바 공국이 중앙집권을 바탕으로 제국으로 거듭나는 동안 폴란드는 '슐라흐타(귀족)' 과두제로 인해 강력한 왕권이 자리잡지 못했다. 폴란드가 조금씩 뒤쳐져 갔던 것이다. 근대는 폴란드의 수난으로 점철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폴란드는 18세기 러시아 제국·오스트리아 제국·프로이센 왕국에 의해 3부분으로 갈기갈기 분할돼 합병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고, 러시아 제국이 소비에트 연방으로 대체된 20세기엔 동구권에 포함돼 소련의 위성 국가가 되는 설움을 당하기도 했다. 1940년 4월 소련이 폴란드 군경 간부와 지식인 2만2000여명을 학살한 '카틴 숲의 학살' 사건은 폴란드인들에겐 절대 잊을 수 없는 러시아의 '만행'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폴란드의 기병대 '윙드 후사르(winged hussar)'. 기수 등에 특이한  깃털 장식을 붙여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이 장식을 단 이유에 대해선 '장식용이다' '덩치를 크게 보이기 위함이다' '달릴 때 나는 소리로 적을 위협하기 위함이다' 등 다양한 분석이 있다. 윙드 후사르로 대표되는 폴란드 기병대는 한때 동부 유럽의 패권을 차지한 폴란드 군대의 상징이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폴란드의 기병대 '윙드 후사르(winged hussar)'. 기수 등에 특이한 깃털 장식을 붙여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이 장식을 단 이유에 대해선 '장식용이다' '덩치를 크게 보이기 위함이다' '달릴 때 나는 소리로 적을 위협하기 위함이다' 등 다양한 분석이 있다. 윙드 후사르로 대표되는 폴란드 기병대는 한때 동부 유럽의 패권을 차지한 폴란드 군대의 상징이었다.

폴란드가 나토 회원국들 중에서 우크라이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돕는 이유엔 이러한 역사적 맥락이 있단 분석이다. 즉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무너지면 그 다음은 폴란드 차례라는 '순망치한' 인식이 폴란드인들과 폴란드 정계에 팽배하단 것이다. 

1940년 4월부터 약 2개월동안 자행된 소련의 '카틴 숲 학살'은 폴란드 고위층과 지식인을 절멸해 폴란드의 국가 역량을 없애기 위한 의도에서 벌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사건은 근대 이후 폴란드 수난의 '화룡점정'이자 러-폴 관계가 회복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1940년 4월부터 약 2개월동안 자행된 소련의 '카틴 숲 학살'은 폴란드 고위층과 지식인을 절멸해 폴란드의 국가 역량을 없애기 위한 의도에서 벌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사건은 근대 이후 폴란드 수난의 '화룡점정'이자 러-폴 관계가 회복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폴란드는 대(對)러시아 최전선에 있는 나토 국가이기 때문에 국방력을 급속히 늘리고 있다. 올해 7월 폴란드가 한국과 한화 약 20조원 규모의 방산계약을 맺고 K-2흑표 전차를 비롯해 K-9자주곡사포를 대량 구입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응키 위함이란 평가다. 

폴란드 정부가 미사일 피격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토 헌장 4조 및 '집단 자위권 발동'이 담긴 5조 발동까지 거론하는 데엔 이러한 배경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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