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북핵 문제에 중국이 적극적·건설적 역할 해야"
시진핑 "한국이 남북관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기길...다자주의 만들자"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이 회담에 들어가기 전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이 회담에 들어가기 전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처음으로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비롯해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 중국과의 첫 회담이며, 한·중 양국에 있어서는 2019년 12월 이후 약 3년만에 이뤄진 회담이다.

회담에 들어가기 전 윤 대통령은 동북아시아 역내 안보 위협의 주된 요인 중 하나인 북한 핵·미사일에 대해 우려하면서 중국이 이 문제에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시 주석은 이러한 요청에 대해 "중·한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공동 이익을 갖는다"며 "평화를 수호해야 하고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한·중 관계가 상호 존중과 호혜, 공동이익에 입각해 성숙하게 발전해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 했다. 또한 양국간 고위급 대화를 활성화하자는 데에도 공감을 이뤘다. 다만 국제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선 입장이 다소 엇갈렸다. 윤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국제사회"를 언급한 반면 시 주석은 "진정한 다자주의"를 강조했던 것. 윤 대통령이 자유를 비롯해 민주주의, 인권 등 인류에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가치를 중요시했다면 시 주석은 미국 주도의 세계 체제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악수를 하기 위해 다가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악수를 하기 위해 다가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양국 정상은 악수와 기념촬영을 마치고 회담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시 주석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애도의 뜻을 밝히면서 모두 발언을 시작했으며, 윤 대통령은 이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모두 발언을 했다. 회담 내내 양국 정상이 비교적 밝은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모두 발언에서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당선된 후 통화와 서한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소통했는데, 이는 중·한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얼마 전 서울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컸다. 다시 한 번 조의를 표하며 유가족, 부상자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보낸다"고 했다.

시 주석은 이어 "세계가 새로운 격동의 변혁기에 접어들고 국제사회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지금 한중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며 "지역 평화를 유지하고 세계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양국은) 중요한 책임이 있으며 광범위한 이익 관계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중국은 한국 측과 함께 중한 관계를 유지하고 공고하게 발전시키고 G20등 다자간 플랫폼에서의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세계에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안정성을 제공하길 원한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측 모두 발언에서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직접 뵙게 돼 뜻 깊다"며 "저와 시 주석은 지난 3월 통화와 8월 한중 수교 30주년 축하 서한을 교환하면서 새로운 한중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자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제사회가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는 데 중국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은 중국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협력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던 것.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는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 침체, 기후변화와 같은 복합적 도전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한중 양국간 고위급 대화를 정례적으로 활발히 추진해 나가자"고 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공감하면서 '한중 양국간 1.5트랙 대화체제' 구축을 제안했다. 시 주석은 "양국간 의사소통을 확대하고 정치적 신뢰를 쌓아 나가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는 중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성숙한 한중관계를 위해 협력해나갈 것"이라며 "경제·인적 교류를 포함해 한반도와 역내 평화와 안정, 기후 변화, 에너지 안보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 함께 소통하고 협력해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의 외교 목표는 동아시아와 국제 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고 기여해나가는 것"이라면서 "그 수단과 방식은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 대북 정책의 근간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시 주석은 "북한이 호응한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민간교류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중국이 '한한령(限韓令)'을 실시하는 등 한중간 교류가 제한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양국간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특히 젊은 세대간 교류를 확대해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고, 시 주석은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지만 (중국 내부)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의 방중도 희망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정상회담 도중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정상회담 도중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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