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4일 일부 온라인 매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과 관련,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던 ‘더탐사’가 총대 메듯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4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현재 경찰은 이 의혹이 ‘허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채널A 캡처]
지난달 24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현재 경찰은 이 의혹이 ‘허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채널A 캡처]

더탐사가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그 때마다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명단공개에 대해 일부 국가는 항의 제기, 외교문제 비화 우려돼

희생자 명단은 거센 역풍을 만나고 있다. 유가족 동의없이 명단을 전면 공개한 데 대해 사회적 비판이 거세다. 일부 외국 정부의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15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일부 국가에서 자국민 희생자 실명이 공개된 데 대해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면서 “해당 매체(민들레와 더탐사)에 항의와 시정 요구를 곧바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 사망자 26명 중 1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유가족들이 이름 공개를 원치 않았다”면서 “8명의 외국인 사망자 유가족은 이름뿐만 아니라 국적도 완전한 비공개를 원했다”고 강조했다. 명단 공개가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또 경찰은 최근 더탐사 측이 제기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허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와 관련해 문제의 청담동 술집을 특정하고 관련자 다수를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목된 술집의 규모와 ‘윤 대통령과 한 장관 등을 본 적이 없다’는 동석자 진술 등을 토대로, 해당 의혹이 허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닷컴, 첼리스트 A씨에 의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 ‘자작설’ 보도

게다가 최근 조선닷컴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제보자인 첼리스트 A씨가 그날 술집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른 남자와 시간을 보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술자리 의혹을 지어낸 것’이라는 취지의 ‘자작설’을 보도했다.

첼리스트 A씨가 전 남자친구 B씨에게 퇴근이 늦어진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한 대화를 녹음해, B씨가 친민주당 성향의 유튜브 ‘더탐사’에게 건넨 것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발단이다. 이후 B씨는 청담동 의혹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할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는데, 지난 9일 B씨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C씨에게 ‘A씨와의 관계’를 묻는 내용이 올라오면서, A씨의 자작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선닷컴은 C씨와의 통화에서 “A씨와 C씨가 동침한 날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제기된 날인지”를 물었지만, C씨는 “그거에 대해 저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첼리스트 안 만났느냐’는 물음에도 똑같이 대답했다고 보도했다.

조선닷컴은 더탐사 측에도 ‘C씨와 A씨 관계에 대해’ 질문했지만, 더탐사 측은 “제보 당시에는 전혀 몰랐지만, 한참 지나고 나서 C씨에 대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개인적인 사생활과 관련된 건 관심 없다. 저희는 C씨에 대해 잘 모른다”고 했다.

딴소리 하는 더탐사, 윤 대통령 참석 등은 언급 없이 이세창 전 대행의 동선 의혹만 키워

더탐사 측의 이런 태도에 대해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첼리스트와 C씨의 관계를 알고도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 없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핵심과는 무관한 문제에 대해서만 지속적으로 물고늘어지기 때문이다.

더탐사는 14일 저녁 9시 유튜브 방송을 통해 ‘이태원 참사 명단’ 공개와 관련한 내용과 입장을 보도했다. 약 1시간이 흐른 뒤 “사실 오늘 보도하려고 준비한 것은 청담동 룸바 게이트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선닷컴이 의혹을 제기한 ‘첼리스트 자작설’에 대한 설명이나 입장 표명은 없었다. 대신 국민일보의 보도 내용 중,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이 7월 19~20일 청담동이 아닌 영등포구와 강서구에 있었다는 통신 기록을 제출한 부분’을 문제삼았다.

이 전 대행과의 새로운 통화 내용까지 공개하며, “7월 19일 일정이 공백이었다”는 이 전 대행의 주장을 반박했다. 7월 20일이 이 전 대행의 음력 생일(6월 22일)이기 때문에, 일정이 공백일 리가 없고, 7월 20일 술자리에는 김한길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동석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더탐사 측은 의혹의 핵심과는 무관한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의 생일에 김한길 위원장의 참석 여부 등을 문제삼고 있다. [사진=유튜브 더탐사 캡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더탐사 측은 의혹의 핵심과는 무관한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의 생일에 김한길 위원장의 참석 여부 등을 문제삼고 있다. [사진=유튜브 더탐사 캡처]

그러면서도 문제가 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핵심에 대해서는 아무런 추가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이 전 대행의 생일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첼리스트 A씨가 주장한 7월 19일 청담동 술자리에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참석했느냐의 여부가 핵심이다.

하지만 더탐사 측은 국민일보의 보도 내용 중 ‘경찰은 그 무렵 이 전 대행이 청담동 주점을 방문한 사실 자체는 있는 것으로 본다’는 내용을 거론하며, 이 전 대행이 청담동을 방문했고, 첼리스트와도 잘 아는 사이라는 점만 부각했다.

국민일보 보도에는 이 전 대행이 청담동 주점을 언제 방문했는지는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탐사 측은 의혹의 핵심과는 관련없는 ‘이 전 대행이 청담동 주점을 방문했다’는 사실만 강조했다.

그에 더해 이 전 대행이 공개한 ‘통화기록’을 문제삼으며, 이 전 대행의 핸드폰은 강서구에 있었고, 몸은 청담동에 있었다는 억지 논리를 폈다. 그리고 이 전 대행이 공개한 핸드폰 통화기록은 ‘강서구가 자택인 어떤 사람의 핸드폰일 뿐, 이 전 대행의 핸드폰이 아니다’라는 억지 주장까지 더했다.

약 50분 가량 억지 주장을 계속하다가, 갑자기 맺음말을 통해 “첼리스트가 또다른 뭔가를 감추기 위해서 뭔가 가짜뉴스를 만든 것처럼 실명과 얼굴까지 공개해가면서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 것에 드디어 결심을 굳혀가고 있다”며 첼리스트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고성 발언을 했다.

아무런 근거없이 첼리스트 A씨의 추가 폭로를 예고하기도

하지만 더탐사 측은 “직접 들은 것은 아닙니다만, 제 3자를 통해 ‘첼리스트가 드디어 이 부당한 공격에 그냥 당하지 않고, 싸우겠다’라는 의지를 밝혀왔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잠시만 좀 더 기다려주시면 청담동 룸바 게이트, 이세창 한동훈이 원하는 대로 그렇게 쉽게 덮힐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부터 본격적인 2라운드에 접어든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유튜브 더탐사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앞으로 2라운드에 접어든다고 예고했다. [사진=유튜브 더탐사 캡처]
지난 14일 유튜브 더탐사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앞으로 2라운드에 접어든다고 예고했다. [사진=유튜브 더탐사 캡처]

더탐사와 김의겸 의원의 폭로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목격자’로 지목된 첼리스트 A씨는 현재 자작설의 주인공으로 치부되며, 경찰의 소환 요구에도 불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A씨를 ‘힘들게 힘들게 설득하고 있다’는 것이 더탐사 측의 주장이다.

애시당초 A씨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녹취 파일을 공개한 더탐사가 이번에는 유족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점을 개탄스러워한 한동훈 장관의 심정처럼, 온 국민도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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