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시민언론' 민들레가 지난 13일 이태원 참사 사망자 명단을 무단 공개한 것과 관련해 일부 친야 성향 네티즌들이 '고맙다'란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뭐가 고맙냐'는 비판이 나온다. 좌파 수장들의 '고맙다'가 데자뷰처럼 나타난단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원순 전 시장이 세월호 사고 사망자를 두고 '고맙다'라고 한 조문록.
자칭 '시민언론' 민들레가 지난 13일 이태원 참사 사망자 명단을 무단 공개한 것과 관련해 일부 친야 성향 네티즌들이 '고맙다'란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뭐가 고맙냐'는 비판이 나온다. 좌파 수장들의 '고맙다'가 데자뷰처럼 나타난단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원순 전 시장이 세월호 사고 사망자를 두고 '고맙다'라고 한 조문록.

자칭 '시민언론' 민들레가 13일 더탐사와 협업해 이태원 참사 사망자 명단을 무단 공개한 것과 관련해 이를 지지하는 일부 네티즌들이 '고맙다'라고 해 빈축을 샀다. 명단 공개 행위를 비판하는 시민들은 '도대체 뭐가 고맙다는 거냐'며 그 밑바탕에 깔린 인식을 비판했는데, 이들에겐 과거 좌파 지도자들의 '고맙다' 표현이 데자뷰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는 것으로도 풀이됨과 동시에 망자를 정치에 활용하는 좌파의 유구한 전통이 다시 한번 확인됐단 지적도 나온다.

친야 성향 네티즌들은 "비난이 무서워 아무도 나서지 않았던 일에 용기 내 줘 감사하다" "고맙다. 다만, 로마자로 표기한 외국 국적의 고인 이름도 한글로 병기해 달라" "이제야 누군지 알고 제대로 추모할 수 있겠다" 등 사망자 명단 공개에 고맙다는 의견을 밝힌 실정이다.

이에 대해 민들레의 명단 공개를 비판하는 네티즌들은 '고맙다'라는 말이 왜 나오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 발언의 저변엔 야권에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사고에 대해선 '진상규명' '정보 완전공개'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그 반대되는 경우에는 철저한 함구를 요구하는 행동양식이 깔린 것 아니냔 것이다. 한 네티즌은 "공개해줘서 고맙다고 댓글 쓰는 사람들은 일부러 그러는거냐"라며 "'이름을 공개하면 추모고 아니면 추모가 아니다'라는 당신들 말이 맞다고 한다면, 5·18 유공자 명단 좀 공개하면 안 되겠냐"라고 했다. 

민들레의 명단 공개에 '고맙다'라고 단 댓글이 베플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찬반도 비등하며 비판 의견도 달리고 있다. [사진=시민언론 민들레 캡처]
민들레의 명단 공개에 '고맙다'라고 단 댓글이 베플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찬반도 비등하며 비판 의견도 달리고 있다. [사진=시민언론 민들레 캡처]

민들레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고맙다'고 한 대상은 민들레가 명단을 '공개'했단 사실이다. 이들 입장에서 본다면 '진실'을 밝힌 온라인 매체에 감사를 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보기엔 과거 야권에서 망자를 두고 '고맙다'라고 한 사건이 '오버랩(두 화면이 겹쳤다 첫 화면이 점차 사라지는 현상)'된다. 이들은 '망자 애도'가 목표가 아니라 애도를 공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나는, 좌파 진영은 이토록 도덕적이고 공감할 줄 안다'를 내세우고 싶은 것 아니냔 것이다.

정작 좌파 진영의 수장들은 공감 능력이 심각하게 결여된 모습을 보여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 10일 세월호 사고 조문록에서 "얘들아 너희들이 촛볼궁좡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라며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했다. 세월호 사고와 별개로 이 조문록 내용이 문제가 됐다. 문 전 대통령의 워딩엔 사고 사망자를 추모하는 대신 이들의 희생으로 촛불 시위의 정당성이 확보되고, 시위 규모가 확대됐단 인식이 담겨 있단 분석이 나왔었다. 즉 사고 사망자들을 '목적'이 아닌 박근혜 정권의 '전복'을 위한 수단으로 봤단 얘기다. 

무엇이 미안하고 무엇이 고마운지 맥락이 전혀 파악되지 않는단 지적도 나왔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단 것인지, 박 정권이 들어선 것이 미안하단 것인지 그 정확한 뜻을 파악할 수 없다. '고맙다'란 말은 더욱 문제다. 박 정권을 몰아낼 계기를 마련해줘서 고맙다는 해석밖에 할 수 없는데, 만약 문 전 대통령의 진심이 그렇다면 그의 공감 능력을 비롯해 감정선이 정상 범주에 있는 것인지 심각한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故 박원순 시장은 더욱 노골적인 조문록을 적었다. 그는 지난 2016년 12월 24일 "아이들아!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웠다"며 "참 고맙다!"라고 적었던 것. 통상 조문록엔 '명복을 빈다'는 애도의 표현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박 전 시장의 공감 능력과 감성에도 어딘가 문제가 있음이 포착된다. 그의 조문록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사망한 어린 학생들을 대한민국 정상화의 '수단'으로 보고 있을 뿐이다.

민들레와 그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을 비판하는 쪽에선 좌파의 이러한 '망자 정치'와 공감 능력의 심각한 결여, 사망자의 수단화가 이번에도 나타났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상식적인 시민들이 '고맙다'란 말만 보면 극렬한 거부감을 보이는 데엔 이러한 이유가 있단 지적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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