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14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만나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이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사진=블룸버그]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14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만나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이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사진=블룸버그]

G20(주요20개국회의)이 열리기 하루 전인 14일(현지시각) 미중 정상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월 취임하고 난후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첫 대면 회담으로, 미·중 양국이 안보, 경제, 산업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갈등 및 경쟁을 맺고 있는 만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만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오후 발리의 물리나 호텔에서 만나 3시간 넘게 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회담을 본격 시작하기 전 모두 발언에서는 양국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소 어조의 차이는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늘 그래왔듯 솔직한 대화를 기다려왔다"며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했다. 반면 시 주석은 "우리는 중·미라는 두 대국의 지도자로서, 방향을 조정하는 키를 설정하는 데 있어 마땅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양자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올바른 접근법을 찾아야만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개인적 소회를 밝혔다고 할 수 있는 반면, 시 주석은 중국이 미국과 견줄 수 있는 양대 강대국이며,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하는 정해진 답을 찾아야 한다는 듯한 의향을 내비친 셈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동아시아 안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양대 문제인 '북핵' 문제와 '대만' 문제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 '북핵' 문제에 대해 "북한에 '핵실험을 해선 안 된다'고 말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백악관이 전한 것으로, 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중국은 북한이 추가적인 위협 고조 행위에 관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등 도발 감행에 대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촉구하는 발언이란 평가다. 다만 양국간 접점을 찾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북핵 문제에 대해선 다소 소극적·원론적 입장을 내비쳤다고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중국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는 '대만' 문제에 대해선 양국 정상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One China Policy)'를 계속 유지할 것이지만 중국이 역내 정세를 일방적으로 바꾸려 한다면 이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레드 라인'이라고 밝혀 서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며, 중·미 관계의 정치적 토대이자 넘으면 안 되는 제1의 레드라인"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또한 대만 독립을 절대 허락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통일의 실현가 영토 보전이 중화 인민과 중국의 공통된 염원이며, 양안 평화와 안정, 대만 독립은 물과 불처럼 공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지난 8월 발간한 '대만 백서'에서 밝힌 대(對)대만 관련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또한 지난 10월 그가 제20차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밝힌 입장과도 일치한다.

미중 양국 정상이 악수를 나누기 위해 다가가는 모습. [사진=뉴욕타임스]
미중 양국 정상이 악수를 나누기 위해 다가가는 모습. [사진=뉴욕타임스]

양국 정상은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현격한 입장차를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신장·위구르, 티베트, 홍콩 등 중국 내부에서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한 지역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고,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이는 중국의 내정 문제이며 중국의 고유한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개입하지 말라고 밝혔던 것. 시 주석은 "중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인민민주주의는 중국의 현실과 역사,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고 인민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떤 나라도 완벽한 민주주의 체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해 미국이 중국에 뭐라 할 입장이 되느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상이 회담에서 핵심 의제를 두고 팽팽하게 맞붙었지만 일부 협력의 여지도 있었단 지적도 나온다. 백악관은 회담이 끝난 후 보도 자료를 통해 "두 정상은 양국의 주요 고위 당국자들이 소통을 유지하고 (기후 변화, 글로벌 거시 경제 안정성, 식량 안보 등의) 문제들에 대한 건설적 노력을 심화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백악관은 또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후속 논의차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의 결과를 전하는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신냉전은 불필요하다"고 한 만큼, 양국간 협력이 가능한 분야에선 기꺼이 그리 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란 해석이다.

중국 역시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단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할 의도는 없다"고 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한 것. 이에 따르면 시 주석은 "무역 전쟁이나 기술 전쟁을 일으키고 벽을 쌓고 '디커플링'과 공급망 단절을 추진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고 국제무역 원칙을 훼손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한 시도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하기도 했다.

양국 정상은 15일(현지시각) G20 본회의에서 다시 한번 만날 예정이다. 다만 20개국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이는만큼 양자 정상회담에서의 심도 있는 논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끝내지 못한 논의는 블링컨 장관이 이어갈 전망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르면 내년 초 중국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모습.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당국자 측은 왼편에, 시 주석을 비롯해 중국측은 오른편에 앉았다. [사진=뉴욕타임스]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모습.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당국자 측은 왼편에, 시 주석을 비롯해 중국측은 오른편에 앉았다. [사진=뉴욕타임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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