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야 성향의 유튜브 매체인 ‘더탐사’가 14일 밤 9시에 시작된 생방송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한 비판여론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사망자는 개인정보보호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해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친야 성향의 유튜브 매체인 ‘더탐사’는 14일 밤 9시에 시작된 생방송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한 비판여론을 반박했다. [사진=유튜브 더탐사 캡처]
친야 성향의 유튜브 매체인 ‘더탐사’는 14일 밤 9시에 시작된 생방송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한 비판여론을 반박했다. [사진=유튜브 더탐사 캡처]

민들레의 명단 공개 합리화하려고 희생자의 ‘프라이버시’ 무시...2차 가해 논란 가능성

현행 정보보호법이 개인정보보호 대상을 ‘살아있는 개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족의 사전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반박하기 위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프라이버시 등을 무시하는 논리를 동원했다는 점에서, 희생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앞서 14일 오후 더탐사는 시민언론을 표방하는 ‘민들레’와 함께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8명 중 155명의 실명이 담긴 명단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정의당, 전국언론노조 등을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일제히 명단공개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가했다. 그동안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진보와 보수성향에 따라 엇갈린 입장을 표명했던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정의당과 친야 성향 시민사회단체들도 일제히 ‘유가족 동의없는 명단 공개’ 강력 비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명단 공개와 관련해 “참담하다. 정의당은 유가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희생자 명단 공개는 정치권이나 언론이 먼저 나설 게 아니라 유가족이 결정할 문제라고 몇 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는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을 표방한 신생매체인 민들레와 '시민의 편에서 진실만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더탐사가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을 보았는지 의문”이라면서 “이번 명단 공개는 재난보도준칙 제11조(공적 정보의 취급), 제18조(피해자 보호) 및 제19조(신상공개 주의)를 모두 위반한 심각한 보도윤리 불감증의 결과”라고 단언했다.

언론노조는 “어떤 참사의 희생자든 추모와 애도를 받아야 할 유족이 요구하지 않았다면 그 신상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보도윤리이자 고인에 대한 예의”라면서 “지금이라도 두 매체는 유족에 대한 사과와 함께 해당 기사를 삭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도 이날 성명을 발표, “일부 희생자 유가족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으로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이 정한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 보호의 원칙에 따라 희생자들의 명단이 유가족들의 동의 없이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보호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희생자 유가족이 합치된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동의 없는 명단 공개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유가족의 돌이킬 수 없는 권리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면서 “희생자의 명단이 확대, 재생산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고, 명단을 공개한 언론사는 희생자 유가족들의 권리와 입장을 고려해 명단 공개를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유족뿐만 아니라 희생자의 개인정보보호 혹은 프라이버시 보호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배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은 “이태원 희생자 명단이 공개된 것은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라며 “명단을 공개한 언론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의당과 친야 성향 시민사회단체들도 '유가족 동의없는 명단 공개'를 강력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정의당과 친야 성향 시민사회단체들도 '유가족 동의없는 명단 공개'를 강력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사망자는 정보 주체가 아니어서, 보호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헌법상 프라이버시권은 망자의 명예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는 법조계 해석도 있다. 이렇게 보면 이태원 참사 사망자 명단 공개는 재난보도준칙 위배일 뿐만 아니라, 희생자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극단적인 폐해를 초래하고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 일방적 명단 공개의 문제점을 묻는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질의에 대해 “유족과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무단공개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쏟아진 더탐사의 궤변과 망언 1=, “조문공간 만들 때 유가족 동의없어, 명단 공개도 마찬가지”

민들레도 명단공개를 하면서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면서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은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더탐사는 14일 밤 생방송에서 ‘사전 유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역점을 뒀다. 그 과정에서 궤변과 망언 등이 쏟아졌다.

강진구 기자를 포함한 3명의 더탐사 기자들(이하 ‘더탐사’)은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은 이미 이태원참사 희생자 명단을 보도했는데 우리 언론은 침묵해왔다”면서 “정부에서 사망자 명단을 발표하지 않을 때 정부를 대신해서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해서 명단을 보도하는 것이 원칙이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 등은 희생자 명단 전체를 보도한 적이 없다. 일부 희생자의 라이프 스토리를 사진과 함께 보도했을 뿐이다. 사진을 입수한 것을 보면, 일부 희생자 유족의 동의를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민들레나 더탐사처럼 독단적인 명단 공개를 하는 경우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더탐사는 심지어 “서울시가 이태원참사 희생자를 조문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면서 유가족 동의를 얻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조문 공간에는 희생자의 어떤 개인정보도 담겨있지 않다. 따라서 조문 공간을 조성하면서 유가족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조문 공간을 만들면서 유가족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듯이, 명단공개도 유가족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다는 식의 궤변을 편 것이다.

정의구현사제단은 14일 민들레와 더탐사가 공개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추모 미사를 올리고 있다. [사진=유튜브 더탐사 캡처]
정의구현사제단은 14일 민들레와 더탐사가 공개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추모 미사를 올리고 있다. [사진=유튜브 더탐사 캡처]

또 “정의당이나 언론노조가 유족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명단공개를 하는 게 잘못됐다면서 명단을 삭제하라는 요구를 해 참담함을 느꼈다”면서 “이처럼 정의당은 조선일보의 프레임에 갇혀서 민주당을 공격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취지로 비판하기도 했다.

쏟아진 더탐사의 궤변과 망언 2= “대법원 판례에서도 개인정보는 생존한 개인에 대한 정보”

희생자 명단 공개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면서 ‘망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더 탐사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개인정보라는 것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이다. 사망자에 관한 게 아니다”면서 “대법원 판례에서도 개인정보라 함은 생존한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사람에 의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라고 규정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해 누구보다도 큰 슬픔을 느끼는 것처럼 강조해온 더탐사가 돌연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개인정보보호 대상이 아니다”는 논리를 편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희생자 명단 공개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희생자의 프라이버시는 법적으로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냉정한 법논리를 동원했기 때문이다.

쏟아진 더탐사의 궤변과 망언 3=“핼러윈 축제 압사자는 성매매업소 압사자와 다르다”

더탐사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위반과 관련해서도 “재난보도에 대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상자 실종자 명단 보도”라면서 “사전동의 조항이 있지만 사망자들에게는 사전동의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희생자들에게 어떻게 사전동의를 받느냐는 논리를 폄으로써 유가족에게 사전동의를 얻지 않은 행위를 은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언론노조 등도 유가족 사전동의를 강조했지만 ‘공익목적’이 더 중요하다”면서 “사생활 침해 우려의 경우는 보도해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핼러윈 축제 참여했다가 사망한 사람의 명단은 그 자체로 사생활 침해가 아니다”고 강변했다.

“청담동 룸바에서 술먹다가 압사당하거나 성매매 업소에서 압사당했다면 그 명단 공개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으나, 핼러윈 축제에 가서 비명횡사한 젊은 넋의 명단 공개는 사생활 침해가 아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핼러윈 축제 압사자들은 성매매업소 압사자가 아니라는 부적절한 비교까지 한 것은 유가족 동의없는 명단 공개를 합리화하기 위한 궤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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