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국정수행평가 여론조사결과는 취임초의 50%대에서 추락한 후 반등해 지금은 대체로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론조사의 공정성 객관성 심지어 조사방법에 따른 통계적 유의성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추세를 보면 취임초에 국민들이 기대했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분야별 여론조사를 보면 대체로 국방 외교분야는 긍정평가비율이 높은 반면 정치 경제 사회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낮게 나오고 있어 우려가 적지 않다.

물론 윤정부는 내우외환의 첩첩산중에 둘러쌓여 있어 국민기대에 맞는 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밖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에너지 곡물가격 급등과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및 세계경제 침체가 엄청난 악재가 되고 있고 미중쟁패는 날로 격화되고 있다. 안으로는 아직 윤정부의 국정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제도가 구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는 여소야대로 정부여당의 법안은 한 건도 통과되지 않고 있고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행할 22개 대통력직속위원회마저 대부분 문재인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모든 사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이제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지나 2024년 4월 총선 때는 그 모든 것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윤정부의 실정(失政)으로 평가될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되찾은 자유우파 정부와 지지자들로서는 이점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얼마전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보면 경제가 선거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경제정책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 왔다. 파격적인 감세와 규제완화 그리고 리쇼어링으로 요약되는 경제정책으로 미국은 2008년 9월부터 코로나위기가 미국경제 강타를 시작하기 전 2020년 2월까지 128개월 연속 호황을 기록해 미국경제사상 최장 호황을 기록했다. 해외에 나간 미국기업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기업수가 2017년 624개 2018년 886개로 2015년 294개 2016년 267개에 비해 두 세배로 급증추세였다. 이러한 호황에 힘입어 1인당 국민소득 6만 5천 달러 (2021년에는 6만 9천 달러)의 고소득국임에도 불구하고 잠재성장률이 올라가는 이례적인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파격적인 성공가도를 달려오던 경제가 코로나19로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는 집권 2년이 지났는데도 성장률은 저조를 지속하고 물가상승률은 8% 안팎으로 고공행진을 하는 등 민생고통지수(물가상승률+실업률)가 11.9(9월)로 높은 수준을 지속하자 이번에는 바이든이 졌다. 바이든의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는 처음부터 많은 경고가 이어져 왔다. 전세계 초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에너지가격 급등의 원인이 된 과도한 친환경정책, 셰일가스 지원 중단 등 에너지 정책,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물론 오바마케어 복원, 저소득층 교육기회 확대, 공공주택공급 확대, 낙후된 인프라 투자 등 큰 정부 정책으로 급증하고 있는 국가부채 등 좌파 경제정책으로 인해 미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미국의 국가부채/GDP 비율은 이미 124%로 위험수위에 도달하고 있다. 이러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무리한 미국중심주의 정책이 외국기업들의 미국투자를 반강제하는 인플레이션방지법(IRA) 반도체과학법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반 유권자들은 당장 경제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아 민생고통지수가 높으면 외면하는 것이다. 1979년 영국의 대처, 1980년 미국의 레이건 집권도 배경은 2차 석유파동이다. 당시 많은 국가들의 정권이 교체되었다.

이러한 미국 중간선거 교훈이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경제는 복합위기의 퍼펙트스톰의 파고에 휩싸이고 있다. 한국경제의 견인차인 수출도 감소세로 전환되고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가계소득은 감소하는데 인플레이션은 고공행진을 지속해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수출 소비가 위축되는데다 기업수익도 갈수록 악화되니 자연히 시설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건설투자는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부동산경기로 인해 거의 빈사상태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차 내년 경제성장률을 1.8% 전망해 경제성장률이 1%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더욱 우울한 전망이 잇다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잠재성장률이 계속적으로 하락해 2040년에는 0%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은 일촉즉발의 위기 직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회사채 시장이 우량기업들의 채권도 팔리지 않을 정도로 경색되고 있다. 정부는 신용도가 높은 특수채에 자금이 몰려 회사채 발행을 어렵게 하는 ‘돈맥경화’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상대로 회사채 발행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는 등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당장 한전은 금년에 30조원 정도의 적자가 예상되어 한전채를 발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수익은 악화되는데 자금조달마저 어려워지면 기업 연쇄부도 우려도 커지게 된다. 이는 금융부실을 증가시키게 된다. 이것이 바로 금융위기다.

이러한 금융시장 경색에 대처해 정부가 50조원+α, 한은이 40조원 규모의 지원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23일 정부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한국증권금융의 증권사 유동성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의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으로 구성된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한국은행도 27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한국은행이 한국은행과의 대출이나 차액결제 거래를 위해 맡겨놓는 담보 증권 대상에 은행채와 한전채 등 공공기관채가 추가됐다. 이번에 담보증권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국내 은행의 자산 확보 여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의 추산에 따르면 적격담보증권으로 27조원, 차익결제이행용 비율 인상 3개월 유예로 7조5천억원 등 모두 34조5천억원 정도의 은행권 담보 부담 축소와 유동성 여력 확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한은은 증권사·증권금융 등을 대상으로 RP도 약 6조원 규모로 매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금융시장 경색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외환시장도 살얼음판이기는 마찬가지다. 한 때 달러당 144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넉넉지 못한 외환보유액에도 불구하고 한은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1420원대를 오르내리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7.7%를 기록해 지난 6월 9.1% 이후 처음으로 8% 이하로 떨어지면서 미국연준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이 적어지면서 한숨돌리고 있다. 때마침 중국 시진핑의 3연임 확정후 중국당국의 기업규제가 심해질 것을 우려한 외국인투자자들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몰리고 있다. 주가도 오르고 원/달러 환율은 오랜만에 13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을 주시해야 하고 무엇보다 한국기업들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악화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가 한국경제 위기 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경색이 해소되고 외환시장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 수출과 소비가 회복되면서 투자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인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년 경제전망에서 상반기를 더욱 어둡게 보고 있다.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고 세밀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정부는 위기대응 워룸을 가동하는 등 전력투구해야 한다. 만약 경제가 회복되지 않거나 최악의 경우 위기라도 발생하면 2024년 4월 총선에서 정부여당은 더욱 어렵게 된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면 윤정부 5년 내내 여소야대 국회에 끌려가며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큰 제약을 받을 것임은 자명하다.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인가. 일단 위기예방에 최선을 다하면서 한국경제를 질식시키고 있는 각종 멍에를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노동개혁, 기업투자를 질식시키고 있는 덩어리규제를 제거하기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 4차 산업혁명시대 우수인재를 양성할 교육개혁, 과도한 법인세 소득세 종부세 상속세 등 세제개혁, 재정준칙 도입과 현금성 복지 포퓰리즘을 걷어내고 작은 정부 구현을 위한 재정개혁,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등 모두 과감하게 개혁해야 할 과제들이다. 국민들은 윤정부가 들어서면 이런 개혁들이 과감하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난 6개월 거의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실과 내각은 국민기대에 부응하는 이런 개혁들을 추진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당장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위기를 철저히 예방하고 한국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이러한 개혁의 꼬삐를 더욱 조이는 길이 윤정부도 살고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