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원 50석 확보해 상원 다수당 지위 유지 사실상 확정
하원서도 '대선전'...바이든 집권 후반기 탄력 받을 듯

지난 10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하워드 극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에서 중간선거 후 연설을 하는 모습. 그의 불끈 쥔 주먹에서 이번 중간선거에서 패배하지 않았단 인식이 드러나기도 한단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하워드 극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에서 중간선거 후 연설을 하는 모습. 그의 불끈 쥔 주먹에서 이번 중간선거에서 패배하지 않았단 인식이 드러나기도 한단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는 집권당과 행정부를 심판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여전히 최종 결과가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민주당이 상원에서는 100석 중 절반인 50석을 확보해 사실상 승리, 하원에서도 몇 석 차이가 나지 않는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11일(현지시각) 주요 접전 주 가운데 하나인 애리조나에서 승리함으로써 상원 다수당 유지에 쐐기를 박았단 평가다. 마크 켈리 현 의원이 블레이크 매스터스 공화당 후보에 승리했던 것. 켈리 의원은 118만6646표를 득표해 105만5566표를 얻은 매스터스 후보를 약 13만표 차이로 따돌렸다. 득표율로는 켈리 의원이 51.8%, 매스터스 후보가 46.1%였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믿을 수 없다며 부정선거의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멍청하고, 아마도 부패한 선거 관계자들이 애리조나주의 부패해버린 선거에 대한 통제를 잃었다"며 "공화당 지역에서 선거 기계가 망가졌다. 새로운 선거가 즉시 필요하다"는 트윗을 달았다. 

애리조나주 사우언
애리조나주 상원선거 최종 결과. 마크 켈리 현 상원의원(민주당)이 블레이크 매스터스 후보(공화당)을 약 5.7%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사진=뉴욕타임스]

민주당이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게 된 '화룡점정'은 네바다주 승리다. 캐서린 코르테즈 매스토 현 의원이 애덤 랙설트 공화당 후보에 대역전극을 펼친 것. 매스토 후보는 약 850표, 0.1%포인트 차이로 지고 있다가, 결국 48만7829표를 획득해 48만1273표를 차지한 랙설트 후보와 불과 6500여표 차이로 승리했다. 득표율로는 매스토 의원이 48.77%, 랙설트 후보가 48.11%였으니 두 후보가 얼마나 치열한 싸움을 벌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치열한 대접전, 극적인 역전이 일어난 네바다주의 상원의원 선거. 캐서린 코르테즈 매스토 현 의원(민주당)이 애덤 렉설트 후보(공화당)에 최종 승리했다. 불과 6500여표 차이다. [사진=뉴욕타임스]
치열한 대접전, 극적인 역전이 일어난 네바다주의 상원의원 선거. 캐서린 코르테즈 매스토 현 의원(민주당)이 애덤 렉설트 후보(공화당)에 최종 승리했다. 불과 6500여표 차이다. [사진=뉴욕타임스]

상원 선거 중 조지아주만이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조지아주는 흑인 후보간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곳으로, 민주당의 라파엘 워녹 현 의원과 공화당의 허셜 워커 후보가 맞붙었다. 선거 결과 워녹 후보는 194만1515표를 득표해 49.42%의 득표율로 워커 후보를 앞서긴 했다. 워커 후보는 190만6267표, 득표율 48.52%를 차지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과반수를 넘기지 못해 조지아주 주법에 따라 결선 투표가 치러질 예정이다. 다만 조지아주의 결과와 상관없이 민주당이 상원 50석을 차지한 상황이고,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 의장을 맡고 있어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면 민주당은 상원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하원에서 민주당의 선전도 눈에 띤다. 하원은 총 의석 435석 중 과반인 218석을 차지하면 다수당이 되는데, 현재 민주당은 204석·공화당은 211석을 확정한 상황이다. 현재 공화당이 10석 이내에서 앞서고 있긴 하지만 선거 전의 '압승'과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미국 현지에선 민주당이 213-216석, 공화당이 219-222석을 최종 차지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민주당의 '대선전'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을 깨고 공화당의 '압승'을 저지할 수 있었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단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5일 대선 재도전일 것으로 예측되는 '중대 발표'를 천명하고, 지지 후보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면서 민주당 유권자들이 집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각종 의혹과·수사가 재부각되기도 했던 것.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선거 결과와 관련해 12일(현지시각) 올린 트윗.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주 선거 결과가 "멍청하고, 부패한 관계자들이 부패해버린 선거에 대한 통제를 잃었다"면서 "공화당 지역서 선거 기계가 망가졌다. 새로운 선거가 즉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렇듯 선거 과정에서 그가 지나치게 부각돼 민주당 유권자들의 결집을 불렀던 것이 공화당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선거 결과와 관련해 12일(현지시각) 올린 트윗.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주 선거 결과가 "멍청하고, 부패한 관계자들이 부패해버린 선거에 대한 통제를 잃었다"면서 "공화당 지역서 선거 기계가 망가졌다. 새로운 선거가 즉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렇듯 선거 과정에서 그가 지나치게 부각돼 민주당 유권자들의 결집을 불렀던 것이 공화당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트위터]

또한 '로 대 웨이드' 낙태법이 연방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이 나오면서, 미국 여성들이 민주당을 찍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문제는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가 민주당의 발목을 잡기 전까지 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앞서나가는 주요 원동력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애리조나, 네바다 주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길 수 있었던 비결에는 옆에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민주당 지지 성향의 시민들이 대거 이사·이주해간 것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대선에서도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성향 주)의 대도시는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성향) 성향화 되는 현상이 관측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주를 막론하고 도시는 민주당, 도시 외곽 및 지방은 공화당 지지로 뚜렷이 나뉘는 모습이 재연됐다.

민주당의 선전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체면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집권1기 후반기에도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대중·대러 견제, 우크라이나 지원 등 자신의 주요 정책을 계속 추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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