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를 '인간적'인 모습에 활용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 이러한 이미지메이킹은 이번 '풍산개 파양' 논란으로 거짓임이 판명됐다. [사진=트위터]
2018년 9월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를 '인간적'인 모습에 활용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 이러한 이미지메이킹은 이번 '풍산개 파양' 논란으로 거짓임이 판명됐다. [사진=트위터]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파양' 논란을 보고 있노라면 지난달 말 개인적으로 겪어야만 했던 불가항력의 이별이 떠오른다. 만17년간 함께 했던 반려견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순간이 왔던 것이다. 견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개가 사람보다 오래 사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견주는 반려견의 죽음을 지켜봐야만 하는 입장에 필연적으로 놓이게 된다. 애정을 쏟은 존재의 멸(滅)은 처음이었기에 많이 슬펐다. 조촐한 장례 과정에서 목놓아 꺼이꺼이 울었다.

반려견의 죽음에 일부 견주들은 '펫 로스(pet loss)' 증후군에 걸리기도 한다. 여기엔 우울감, 잘 못해준 것에 대한 죄책감의 감정을 비롯해 수면장애,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그만큼 반려견이 견주에게 각별한 존재였단 뜻일 것이다. 이러한 견주와 반려견 사이의 유대감은 함께 한 세월에 비례해 깊어지는 것이 보통이겠으나 꼭 길지 않더라도 형성 가능하다. 더구나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9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풍산개 '송이'와 '곰이'를 선물 받은 후 함께 했던 약 4년이 넘는 세월은 상호 유대감을 쌓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문 전 대통령께 묻고 싶다. '송이'와 '곰이'를 어떤 존재로 생각했는지, 과연 반려견으로 생각하고 진정으로 애정을 쏟은 적이 있었는지 말이다. 아니면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위한 부수적 존재에 불과했는지, '문재인정부 청와대' 트위터 계정 홍보를 위한 도구용이었는지 말이다. 문 전 대통령이 솔직하게 '양심고백'을 해준다면, 반려견을 떠나보낸 적 있는 견주로서 공감은 하지 못할지언정 최소한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휴가철 피서지에 갔다가 반려동물을 버리고 오는 '패션' 동물주를 제외한다면, 반려동물과 감정적 유대를 쌓은 사람은 중간에 동물을 버린다는 생각은 쉽사리 하지 못한다. 더구나 다른 반려동물보다도 인간과 감정 교류에 더 능한 개의 경우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6개월간 대통령기록물인 반려동물들을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한다"라는 말을 했는데, 과연 누가 고마워해야한다는 것인가? '송이'와 '곰이'가? 아니면 윤석열 대통령이 고마워해야 한단 말인가? 문 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한 것 자체가 그의 감정선이 과연 정상적인 범주 내에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낳게 할 뿐더러, 그 말을 꼭 하고 싶었다면 '송이'와 '곰이'에 미안하단 말부터 먼저 했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이 어떻게 되어 있다거나 한달 양육비가 수백만원에 달한다거나 하는 계산적인 태도를 보여주기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이용되고 끝내 버려지게 된 셈인 개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문 전 대통령의 말에선 '내가 개를 키워줬다'는 오만함마저 느껴진다. 문 전 대통령의 '후안무치'를 보며 17년간 강아지를 애지중지 키우고 장례 절차를 끝까지 치른 아버지의 상식적인 '인간성'에 감사마저 느끼게 된다. 키웠던 개에게 조금은 덜 미안해질 듯도 하다. 

그럼에도 문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예전처럼 눈 감고 귀 막은 채로 듣지 않을 것이다. 수염을 기른 채로 마음씨 좋은 양산 할아버지 코스프레를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한심한 작태는, 이런 일이 터지거나 말거나 그의 지지자들이 문 전 대통령을 '인간적'이고 '따뜻한' 대통령이라며 떠받들 것이란 점이다.

풍산개들을 '가족'이라고 표현하는 문재인정부 청와대 트위터. 가족을 과연 이렇게 '헌신짝 버리듯' 할 수 있는 것일까? [사진=트위터]
풍산개들을 '가족'이라고 표현하는 문재인정부 청와대 트위터. 가족을 과연 이렇게 '헌신짝 버리듯' 할 수 있는 것일까? [사진=트위터]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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