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의겸 의원이 주한 유럽연합(EU) 대사에게 사과했다. 지난 8일 이재명 대표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던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의 발언을 왜곡해 발표했다는 의혹을 인정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국회 대표실을 방문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를 접견,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국회 대표실을 방문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를 접견,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의겸 의원, 이재명 대표와 만난 주한 EU대사 발언 왜곡 전달해

이 대표와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는 국회에서 만나 1시간 동안 비공개로 북한 도발에 따른 한반도 위기 상황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대표는 페르난데즈 대사에게 "최근 한반도에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며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대사는 "북한이 불법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계속해서 높이고 있는 것은 기후 행동이나 WTO(세계무역기구) 통상 원칙에도 해를 입히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페르난데즈 대사는 "유럽에서 발생한 전쟁은 유럽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를 비롯한 아시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이 대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신속하게 평화적인 방법으로 종결되기를 바라고, 이로 인한 국제 사회의 경제적 어려움도 개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문제는 이 자리에 있던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이 비공개 회의 내용을 언론에 브리핑하면서 생겼다. 비공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김 대변인은 “EU 대사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화 채널이 없어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는 긴장이 고조돼도 대화 채널이 있었기에 교류를 통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페르난데즈 대사가 북한 도발에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주한 EU 대사, 김의겸의 왜곡에 대해 이례적 항의와 유감 표명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페르난데즈 대사는 외교부를 통해 김 대변인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내 말이 야당의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잘못 인용되고 왜곡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잘 알다시피 그런 의미도 아니고 그럴 의도도 없었다.(Sorry that my words have been mis-used and twisted by opposition for media, that was not the meaning nor the intention, as you know well.)”고 밝혔다고 외교부가 기자단에 공지했다.

페르난데즈 대사는 자신이 비공개 회의에서 이 대표와 나눈 대화가 민주당에 의해 언론에 왜곡돼 전달됐다는 것을 공식 항의한 셈이다. 야당 대표와 회동한 주한 대사가 대화 내용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며, 외교적 결례로 사건이 크게 번질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가짜 뉴스’ 유포한 김의겸, 주한 EU 대사에게 공식 사과

기자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현재 이재명 대표의 ‘입 역할을 하는 김 의원의 가짜뉴스가 드러나면서, 이 대표 망신은 물론 외교적 참사까지 빚었다는 평가가 당 내부에서도 나오는 실정이다.

김 의원은 9일 입장문을 내고 “혼란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EU 대사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민주당 차원에서 공식 사과를 한 셈이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망신’으로 마무리...김의겸, “내가 왜 사과하냐”

김 의원의 이런 행태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외교 사절의 비공개 발언까지 마음대로 뒤틀고 왜곡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장동혁 대변인은 9일 논평을 내고 “김 의원의 거짓말로 EU와의 외교관계는 흠집이 났고,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신용에도 문제가 생길까 우려된다. 외교참사는 이럴 때나 쓰는 말이다”라며 “김의겸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폭로했다가 구체적 증거도 제시하지 못해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이번 논란에 대해 ‘따로 할 말이 없다’고 했는데 오히려 국민들이 김 의원의 무책임한 행태에 할 말을 잃었다. 민주당 대변인으로서 자신의 말의 무게를 깨닫길 바란다”고 저격했다.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의겸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마약과의 전쟁'때문에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한 거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사진=채널A 캡처]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의겸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마약과의 전쟁' 때문에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한 거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사진=채널A 캡처]

장 대변인의 이런 논평이 나오자, 김의겸 의원을 향해 “한동훈 장관에게는 언제쯤 사과할 거냐?”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장관에게 “마약과의 전쟁에 어떤 시발점 이거 장관 아닙니까?”라고 질문했다. 김어준발 ‘마약과의 전쟁’ 논리에 김 의원이 편승해, 한 장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장관은 담담하게 “검찰은 그날 마약 단속한 적 없고요. 그리고 검찰 마약 단속 체제에 경찰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마약 단속 성과 내는 게 저랑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라고 답했다. 말문이 막힌 김 의원은 “제가 질문드립니다. 제 질문(시간)입니다”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아니, 의원님은 모든 게 다 저로부터 비롯되는 건가요? 의원님, 맨날 이렇게 던지고 마시잖아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세 톤을 가라앉힌 한 장관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해 질문하는데도 김 의원의 대답이 없자, “매번 어떤 거 던져놓고 나서 그냥 던져놓고 언론에서 받게 하고, 그 다음에 주워 담지도 못하시죠?”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해결도 몇 번 안하시고 사과도 안하시죠?”라고 하자, 김 의원은 오히려 뻔뻔하게 “제가 그걸 왜 사과를 해야 합니까?”라고 대답했다.

주한 EU 대사의 항의에는 화들짝 놀라 사과한 김의겸 의원이 한동훈 장관을 향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뻔뻔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주한 EU 대사의 항의에는 화들짝 놀라 사과한 김의겸 의원이 한동훈 장관을 향해 제기했던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뻔뻔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그러자 한 장관은 “그러면 아직도 제가 그 자리에 갔다고 생각하십니까? 왜 말씀이 없으세요?”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왜 사과를 해야 하나?’라고 반문하던 김 의원의 태도로 보아서는 한 장관이 사과를 받기란 요원해 보인다. EU 대사의 권위를 빌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다가 EU 대사의 항의를 받고 사과를 한 김 의원이, 한 장관의 항의쯤은 가볍게 무시해도 좋다고 여기는 것 같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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